<특별인터뷰>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

“6411번 버스 ‘투명인간’들을 위하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13일 정의당 5기 대표단에 박예휘·김종민·임한솔 후보가 부대표로 선출됐다. 심상정 신임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박 부대표는 유일한 여성 부대표로 당의 청년 부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일요시사>가 그에게 ‘정의당’에 대해 물었다.
 

▲ ▲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 갖는 박예휘 정의당 부대표

“저는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저를 더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없어서요. 만들어 가야겠어요(웃음).” 첫 질문인 자기소개에 의외의 답이 돌아와 함께 웃었다. 이번에 신임으로 선출된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와의 첫 만남서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박 부대표가 유일하게 강조한 ‘방향’이 어쩌면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을 정확히 향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박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일요시사> 독자 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동시 당직 선거서 정의당 신임 부대표로 선출된 박예휘라고 합니다. 저는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당대표 선거보다 부대표 선거가 치열했다는 후문이 있던데요.
▲네. 물론 당대표 선거도 치열했지만, 부대표 선거는 아무래도 세 명을 뽑는 선거에 7명의 도전자가 도전장을 내밀어서 당원분들이 ‘이 많은 부대표 중에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어떤 후보들이 나왔는지요.
▲녹색 정치, 생태를 이야기하는 분도 출마하셨고요. 생태와 불평등에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도 계셨고, 민생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신 분도 계셨고, 또 당에는 전략이 필요하니 전략을 맡겠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말씀 안 드리면 섭섭한 사람이…. (웃음) “광장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정치로 끌어오겠다” 이런 포부를 밝힌 후보도 나왔습니다.

-부대표님의 선거 전략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저는 제 슬로건이 있었어요. ‘투명 인간들이 색깔을 찾는 정당’이요. 고 노회찬 대표님께서 “이 사회서 6411번 버스를 타는 수많은 투명 인간들을 향해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투명 인간이 어떤 의미인지 당내에선 공감대가 형성돼있거든요. 그런 사람(투명 인간)을 시의적으로 소비하는 기존의 정당들처럼 되지 말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로 빛날 수 있게 그들의 손을 잡아주자. 그분들이 자기의 삶과 일상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당 안에서부터 실현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당 관계자분이 부대표님을 당선 확정자로 꼽으시더군요.
▲청년 명부가 있습니다. 똑같이 선거할 때는 따로 청년 명부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일곱 분의 후보가 다 있고 그중에서 당원이 1인1표를 던지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다득표자에 청년이 없을 경우에는 그 후순위 득표 중에 청년을 찾아서 앞에 배치하는, 제일 후순위와 교체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돼있어요. 입후보 등록 마감까지 다른 청년 후보가 등록하지 않아서 단선으로 치러졌습니다.

-청년, 여성을 대표해서 된 자리인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청년 할당과 청년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청년의 표로만 당선이 됐으면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당원의 표를 받아서 치른 선거기 때문에 여성과 청년을 대표한다는 게 좀 맞지 않은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저 한 사람으로 그분들을 다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고, ‘왜 청년은 항상 할당으로만 당선될 수 있는가?’ ‘왜 청년들이 나와서 다득표를 얻어갈 수 없는가?’ 이런 의문이 생기죠. 청년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청년이자 여성인 당사자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당 전체의 주요한 고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과 여성의 문제는 당 전체의 고민이다?
▲다른 후보님들에겐 ‘40대 남성을 대표해 당선되셨는데’라는 질문을 하지 않죠. 오히려 ‘안보 정책에 대해서 정의당은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받아요. 하지만 제겐 노동이나 선거제도 개혁, 생태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아요.

이들(청년, 여성)을 대변할 차별화된 방법은 당 전체서 고민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의제는 여성이 알아서 하고, 청년 의제는 청년이 알아서 하는 식으로 하면 이런 의제들은 중앙 정치서 주변화돼 축소되고 맙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곧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려고 합니다.

노회찬 보고 정계 입문 결심
청년·여성은 당 전체의 고민

-원래도 정치에 꿈이 있으셨나요?
▲고 노회찬 대표님께서 돌아가신 7월 말, 8월 초 이때쯤에 직업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전까지는 당에서 일하기도 하고 또 대의원으로서 지역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활동도 했지만, 진로에 대해선 노무사를 생각했거든요. 물론 정치를 한다고 해서 노무사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고자 한 계기가 고 노회찬 의원님이셨다고요.
▲제게 항상 "정치인이 돼라. 직업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아주 친한 동료 활동가와 (노회찬 대표님이)돌아가셨을 때 이야기를 했어요. 슬픔을 주체 못 하니까 그날따라 유독 더 깊게 통화를 했었죠. 실의에 빠져 가지고….

노 대표님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다고 얘기할 때 그 얘기를 다시 한 번 꺼내더라고요. “언니, 내가 계속 정치하라고 했었잖아. 진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전까지는 “아휴, 내가 무슨 정치야”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그날 한 5시간 정도 통화하면서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0%서 120%로 늘어났습니다.

-그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이렇게 허망하고, 헛헛하고, 절망적인 일이 찾아왔을까. 시대의 상식을 미리 앞서서 이야기했던 분인데. 호주제 폐지, 성 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까지 주장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최초로 발의하셨던 의원님께서 왜 이렇게 세상을 살다 가셔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깐 이 길에서 도저히 비켜서 있지 못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리 거칠고 외로운 길이어도 여전히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그 길을 같이 걸으면서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당선 소감서 ‘밥 짓는 부대표’가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집밥’하면 그리움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잖아요. 국민들은 상식적인 정치를 그리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이)상식적인 정치를 해야 유권자들에게 우리를 선택해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려면 정의당은 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어야 합니다. 이것이 필요한 사람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있고, 인천 퀴어 문화축제서 혐오세력의 폭력으로 다치고 피를 흘렸던 동인천역 북광장에도 있고…. 투명 인간들이 색깔을 찾을 수 있게 그들을 위한 밥을 짓는 정당이 되어야겠죠.

-조금 더 힘을 실어주고 싶은 분야가 있으시다면?
▲주목도가 낮은 청소년과 장애 부문이요. 당사자들은 굉장히 많은 운동을 해왔고,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여성 의제보다 더 주목을 받지 못하고 후순위가 되고 있는 거 같아요. 물론 계류되고 있는 젠더 법안도 굉장히 많죠. 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선거제도 개혁은 계속해 아쉬운 부분이 있으실 텐데?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파행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국면서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등까지 당선이 되면 대의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는데요. 이것은 사실적으로 맞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사표를 줄일 수가 있고, 지지율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의제 원칙에 오히려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어요.

-민주당이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죠.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당론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인천과 경북 등 민주당이 불리한 곳에서는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과 같이 현수막을 만들고 공동으로 4인 선거구 관철시키라고 집회를 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유리한 곳에서는 4인 선거구를 쪼개기 위해서 밀실 합의를 감행하기도 하고, 선관위서 제안한 4인 선거구안을 조각조각 쪼깨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죠. 여기에 대해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한 편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범여권으로 묶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 심상정 대표님은 취임 기자회견서도 “우리를 더 이상 범여권으로 분류하지 말라”고 밝히셨습니다. 저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사실을 부정하기보다는 이렇게 분류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민주당과 차별화할 것인지, 불평등으로 찌든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근본적이고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당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에는?
▲‘사회적 합의’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번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민주당의 전신이었던 정당서 이야기했던 것이고 심지어 발의한 의원까지 있는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고 나서는 ‘국민의 반대 때문에 어렵다’는 수식어 뒤에 숨었죠. 저는 사회적 합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당도 마찬가지고,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정운영 방향이 있으면, 당연히 집행하는 여러 지자체나 공무원들을 설득해나가는 작업도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정당도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우리 당의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은데?
▲정의당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로 실현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너무 급진적이다’ ‘너무 과도하다’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더 지속 가능한 사회,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인데, 약자를 위해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게 가진 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죠. 가치판단이 개입됐다고 생각해요.

-가치판단이라…. 예를 들면요?
▲임대료 문제는 ‘건드릴 수 없는 문제’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자유시장에 맡겨야 하는 사유재산이라고 하잖아요. 세입자들은 분명 고통받는데 왜 가진 자의 이익은 못 건드리나요. 또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서 다치고 죽어나가는데, 왜 노동자의 생명줄은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기업의 이익은 못 건드리면서요. 여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자의 편을 드는 정당은 매우 소수고 그 세력도 작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으시다면?
▲어느 정당서 과도하게 보이는 정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디선가 과도하게 차별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부분을 인지한다면 어떻게 정책을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하고 토론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따뜻한 밥 짓는 부대표가 되겠다”
내년 총선 진두지휘 막중한 역할

-당이 ‘약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까?
▲현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심 대표님이 “단순히 복지지출을 늘리고 환경예산 늘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서 국민이 낸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든 틀어막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 그래서 긴축재정, 균형재정이 아닌 확대재정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셨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희는 경제 정당으로서 위상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경제 정책들을 펼쳐나갈 예정인데요. 한국당과 민주당이 과감하게 내놓지 못하는 구체적이고 담대한 전략을 정의당서 펴겠습니다.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다른 여야 간사나 위원께서도 수고를 해주셨지만 지금까지 심 대표님께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수고를 많이 하셨고 위원장 자리가 넘어간 만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민주당이 어영부영한 세월 기다리지 말아야 하고요. (선거제 개혁안을)한국당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또 한국당서 제1소위원장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선거제 개혁안을)주고받을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 인식하지 않고 제도 개혁에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완수하도록 저희가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의당’이란?
▲정의당은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인 거 같아요. (국민들께) 희망이 되어야 하고, 현재 희망이고, 그래서 정의당이 더 잘해야 하고…. 저는 정치혐오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정당은 현 상태가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는 기득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현 상태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은 항상 소수고, 항상 힘들고, 주목받지 못하는 길을 항상 걸어요.

정의당은 그걸 알면서도 계속 남아 있는 사람들이고, 정치혐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를 통해서 제도와 법을 바꾸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그런 원내정당이 아닌가 싶습니다. 6411번 버스를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 투명 인간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당이 내놓은 정책으로 행복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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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