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파전’ 정의당 새 대표 판도

‘어대심?’ 진짜 당심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내년 총선서 당의 운명을 가를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양경규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맞붙게 됐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6대 4로 심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당내 주력 활동가들의 마음은 양 후보에게 쏠려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서 나오는 주장처럼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일지, 노동계의 주역인 양 전 대표가 새 바람을 일으킬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심상정 전 대표와 양경규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중진 의원이자 스타 정치인인 심 후보와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자 잔뼈 굵은 노동운동가인 양 후보를 두고 당원들은 갈림길에 섰다. 심 후보는 당의 확장을, 양 후보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차별화된 정책을 노선으로 정했다. 두 후보 모두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총선 전략에서는 선명한 차이를 보였다.

“당 확장”

1988년 민중당은 노동운동에 주력하며 진보정당으로서 싹을 텄다. 이후 민주 노총을 둘러싼 논쟁, NL계와 PD계의 논쟁, 통합진보당의 분열 등 굴곡진 역사 속에서 현재는 5만명의 당원을 거느린 어엇한 기성 야당이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정의당과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 더하기는 진보정치권 4자 통합을 추진해 정의당을 창건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해년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해 20대 총선서 반드시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그의 포부는 모두 이뤄지지 못했다.

2019년 정의당은 6~7% 안팎의 지지율과 6명 이내의 의원이 청년·노동자·여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5년에 정의당 대표를 지냈던 심 의원은 진보 진영의 세대 교체론을 내세우며 2017년 당 대표 선거엔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출마 선언에서는 “내년 총선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부활이냐, 정의당의 약진이냐로 판가름 나는 선거”라며 당 대표가 되어 한국당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현실정치냐 진보원칙이냐
관건은 ‘양’의 득표율

심 후보는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서 ‘심상정과 함께 정의당 국민 앞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를 ‘북핵·불평등·생태위기’로 꼽았다.

그는 불평등 해소를 정의당의 제1의 과제로 삼고, 불평등의 근본 뿌리인 세습자본주의를 개혁해 경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심 후보는 이날 집권을 열망하는 ‘크고 강한 당’으로 나아가자며 당의 확장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었던 양 후보는 당 대표 출마 선언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당의 비전으로 내세웠다. 불평등과 사회주의의 독재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구조인 사회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와 연대의 이념을 제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 ▲악수 나누는 심상정 전 대표와 양경규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양 후보는 “야만의 자본주의에 강력히 저항하고,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무지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며 진보 정당으로서 정치적 좌표와 이념적 좌표를 확실하게 했다.

심 후보는 양 후보의 민주적 사회주의를 ‘과거의 것’이라며 정의당의 노선을 ‘변화 가능한 현실을 추구하는 꿈꾸는 현실주의자 정당’으로 정했다. 이에 양 후보는 “계속해서 실현 가능성에만 집착하면 정체성을 잃을 것”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두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 정책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심 후보는 지난 1일, SBS 당 대표 후보 토론회서 “토지혁명과 소득격차의 과감한 해소를 하자는 민주적 사회주의가 양적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정의당이 주장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며 “분단과 냉전으로 이념에 대해 민감한 나라에서 굳이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얘기로 오해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양 후보를 비판했다.

양 후보는 “단순한 양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하면 세상에 구별되는 정당은 없다”며 진보 정당으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어 “높은 목표 잡으면 로드맵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작은 목표를 가지고 적당히 개혁하는 모습이 차별화를 방해하는 결정적 장애물”이라 꼬집었다.

‘심’ 6대 4로 승리?
전략은 선명한 차이

현실 정치를 강조하는 심 후보와 진보 원칙주의를 내세운 양 후보의 팽팽한 기싸움은 내년 총선 전략을 두고도 이어졌다. 심 후보는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치르는 수구 정치세력 대 진보 정치세력의 한판 대결”이라며 더 강한 정의당으로 거듭나 한국당을 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심 후보의 ‘한국당 부활 저지’라는 총선 전략을 두고 양 후보는 “한국당 부활 저지라는 심 후보의 프레임은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이 구사해야 할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며 선명한 대립각을 보였다. 그러면서 양 후보는 거대 양당과 구별되는 제3세력으로서의 비전과 가치, 전략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의견이 당내 우세한 상황이다. 국민의 높은 인지도와 ‘실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심 후보의 평판 때문이다.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A씨는 “심 후보가 똑부러지고 올곧은 느낌이 강해서 총선을 이끌기엔 적격”이라며 “고이지 않고 계속 변화를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심 후보가 현실론에 기대어 안전한 정책을 시도하는 진보 정당으로 이끌까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 후보 역시 당 대표 후보토론서 “심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는 과정서 당의 민주주의와 소통이 훼손되고 있다는 많은 당원들의 요구가 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심 후보 외에 정의당이 안 보인다면 이것도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의 색깔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라면 국민들은 정의당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심 후보의 노선에 회의감을 표했다.

“차별화”

이 관계자는 “당내 활동가들은 양 후보에게 이미 마음이 쏠려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선거서 양 후보의 득표율이 많이 나온다면, 심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자칫 당의 ‘색’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당원의 우려를 방증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7일까지 전국 순회 유세를 진행하고 오는 13일까지 온라인투표와 현장투표, ARS 모바일 투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선거 결과는 투표 마감일인 오는 13일 토요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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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