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는 섬 ③고흥 거금도

자동차를 타고 섬 너머 섬으로

▲ 거금도 초입 거금휴게소 옥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전남 고흥반도에서 남서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지난 2011년 총 길이 2028m 거금대교가 들어서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광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낙타 모양의 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 있다. 

차를 타고 거금도에 닿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작지만 유명한 섬, 소록도를 거쳐야 한다. 거금대교는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교가 아니라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도교이기 때문이다. 소록도와 고흥을 잇는 소록대교는 2009년에 개통했다.
 

▲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

박치기 왕 ‘김일’

전북에서 전남으로 이어지는 국도27호선을 타고 군산과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다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지나면 가장 먼저 거금휴게소에 닿는다. 휴게소 앞마당에는 하늘로 손을 뻗은 은빛 거인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고흥 8품’ 안내판에는 유자와 석류, 쌀,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한우 등 자연이 선물한 고흥의 특산물이 소개돼 있다. 거금휴게소는 섬을 휘감아 도는 자동차 일주도로와 거금도둘레길(7개 코스, 42.2km)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휴게소 뒷마당에는 거금도둘레길 표지판이 있고, 옥상 전망대에선 거금대교 너머 소록도가 한눈에 보인다.
 

▲ ‘박치기 왕’ 김일 석상 뒤로 김일기념체육관이 보인다.

일주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10분도 되지 않아 김일기념체육관이 나온다. 거금대교와 같은 해 완공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을 기념하는 체육관이다. 1929년 거금도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일은 고향 사랑이 각별했다. 프로레슬러가 되기 전에 전국 씨름판을 휩쓸면서 부상으로 받은 쌀을 고향 사람들에게 나눠줄 정도였다고 한다. 1960년대 말 ‘국민 영웅’으로 떠올라 청와대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임자, 소원이 뭔가?” 하고 묻자,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고향 사람들이 제 경기를 TV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덕분에 거금도에는 전국의 어느 섬보다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 한가롭게 쉬기 좋은 익금해수욕장 곰솔 숲

김일기념체육관에서 출발해 10분쯤 달리면 익금해수욕장이다. 더할 익(益)에 쇠 금(金)을 쓰는 특이한 이름은 부자 마을이 되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태양 아래 황금처럼 빛나는 모래밭 덕분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거의 1km에 이르는 백사장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울창한 곰솔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줘 한가롭게 쉬었다 가기 좋고, 모래밭이 끝나는 곳부터 이어지는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국도27호선이 시작되는 오천항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구석구석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한 거금도에서도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오천몽돌해변에 이른다. 이곳에는 금빛 모래밭 대신 크고 작은 자갈이 융단처럼 깔렸다. 바닷가의 둥근 갯돌을 흔히 ‘몽돌’이라고 부르는데, 거금도 사람들은 이 돌을 ‘공룡 알’이라고 한다. 해변을 가득 채운 몽돌 중간중간에 누군가의 소원을 담은 돌탑이 삐죽 솟았다. 
몽돌해변 바로 옆 오천항에서 출발한 국도27호선은 소록도를 거쳐 고흥으로, 다시 순천과 군산으로 이어진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항구에는 조업을 기다리는 고깃배가 옹기종기 모였다. 오천항 방파제 너머로 항구만큼이나 아담한 등대가 홀로 바다를 지킨다.
 

▲ 소원동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바다
▲ ▲주위에 푸른 돌이 많다는 청석포구 풍경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뜻

오천항에서 5분쯤 차를 달리면 전망이 시원한 언덕 위 팔각정이 나온다. 정자 입구에 ‘소원동산’이라는 푯돌이 보이고, 주변에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나무 데크도 있다. 이곳은 멀리 섬과 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일출 명소다. 한낮에는 붉은 태양 대신 푸른 바다와 하늘, 아름다운 포구가 보인다. 주위에 푸른 돌이 많다는 청석포구 앞에는 바다 쪽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방파제 끝에 하얀 등대가 자리 잡았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그마한 섬들이 경계를 이룬다. 이곳 해변에도 모래 대신 몽돌이 깔렸다. 청석몽돌해변 뒤로는 구실잣밤나무와 팽나무, 후박나무가 섞인 방풍림이 있다. 
 

▲ 소록도 중앙공원에 있는 검시실. 이곳에서 망자 의사와 상관없이 시체를 해부했다
▲ 소록도는 그림 같은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거금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됐다. 1916년 식민지 조선에서 유일한 나병 전문 의원인 자혜의원이 들어선 뒤, 일제는 나병 환자를 이곳에 수용했다. 
1930년대 후반 연인원 6만명이 넘는 나병 환자가 동원돼 조성한 소록도 중앙공원 곳곳에 그 시절 아픔을 간직한 역사 기념물이 있다. 검시실에서는 망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시체를 해부했고, 감금실에선 불법감금과 강제 정관수술을 자행했다. 나병 환자였던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수십 년 동안 이역만리에서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한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수녀의 공덕비도 보인다. 지금은 소록도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 녹동 바다정원의 거대한 물고기 모양 전망대

다리가 놓이기 전에 소록도와 거금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던 녹동항은 소록도가 한눈에 보이는 인공 섬 ‘녹동 바다정원’이 들어서며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무지개 모양 다리로 연결된 녹동 바다정원의 거대한 물고기 모양 전망대에 오르면 작은 사슴을 닮은 소록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녹동항은 주변 섬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우주왕복선을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끈다.
▲ 태양흑점을 관측하는 아이들

녹동항에서 가까운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우주왕복선을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끈다. 800mm 주 망원경과 보조 망원경 6개로 낮에는 태양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바닷가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아 야외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주·야간 관측을 위해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전시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국내 최대 분청사기 가마터인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요지(사적 519호)에 들어섰다. 이곳에 가면 조선 초기의 대표 도자기인 분청사기는 물론, 고흥의 역사와 다양한 설화도 살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녹동항→소록도→거금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흥만→녹동항→소록도→거금도→고흥우주천문과학관
둘째 날: 고흥분청문화박물관→팔영산→나로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흥문화관광 https://tour.goheung.go.kr
- 거금도닷컴 http://ggdo.com
- 고흥우주천문과학관 http://star.goheung.go.kr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http://buncheong.goheung.go.kr 

문의 전화  
- 고흥군청 관광과 061)830-5244
- 고흥우주천문과학관 061)830-6690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061)830-599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녹동,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8:00~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녹동버스공용정류장에서 고흥-우두 농어촌버스, 금산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녹동버스공용정류장 061)842-2706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톨게이트→고흥로에서 고흥 방면 우회전→고흥로에서 오월리·한천리 방면 좌회전→거금로에서 소록도·금산 방면 우회전→거금휴게소

숙박 정보
- 거금도해돌마루: 금산면 거금일주로, 061)843-5116, www.ggdhdmr.com
- 거금아일랜드민박: 금산면 명천길, 061)844-1081
- 도화헌민박: 도화면 땅끝로, 061)832-1333, www.dowhahun.com

식당 정보
- 고흥한우직판장(꽃등심): 고흥읍 고흥로, 061)834-0092
- 성실산장어숯불구이(장어구이): 도양읍 비봉로, 061)843-9985
- 토박이 녹동점(낙지볶음): 도양읍 우주항공로, 061)842-8700

주변 볼거리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고흥 금탑사 비자나무 숲, 마복산,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발포역사전시체험관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