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한국당 총선 필승카드

산토끼 잡으러 또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한국당은 황교안 당 대표를 주축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현장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패스트트랙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자 했다. 한국당은 보수층들을 결집해 ‘집토끼’ 잡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국회를 오래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총선이 11개월 남짓한 시점서 한국당이 떠난 ‘산토끼’들을 잡을 카드는 무엇일까.
 

▲ 민생 순회 도중 대구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은 문정권과 한국당의 마지막 빅매치다.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기세를 몰아 다음 대선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한국당이 이긴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에 속도가 붙어 정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동물국회
책임론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동물국회’ 사태와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를 벗어나 국회로 돌아가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당마다 총선을 두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겐 사실상 의미가 없다. 기득권 양당의 자존심 싸움으로 텅 빈 국회가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남은 여·야 사람들에게 국회 정상화는 해야 할 과제가 됐다. 한국당에게 출구의 길을 열어 줄 ‘다크호스’는 누가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취임사를 통해 “내일이라도 당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뵙겠다”며 국회 현안을 논하고자 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신임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나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와의 호프타임을 제안했다.

극적으로 성사된 세 원내대표의 만남은 20일 저녁 여의도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 소집을 비롯한 현안 논의와 국회 정상화의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의 원천 무효, 민주당의 사과, 대통령과의 일대일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집을 떠난 한국당과의 협치를 위해 남은 당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 결과 민주당이 상당 폭 결집한 반면, 한국당은 상승세를 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를 두고 한국당이 보수층을 결집해 ‘집토끼’는 잡았으나 동물국회와 혐오 프레임을 씌운 정치 행보로 중도층인 ‘산토끼’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등 돌린 중도층…어쩌나
갈등만 남아, 정치혐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2년 국회 폭력을 없애고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로 입법을 유도하고자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7년 후, 국회서 빠루가 등장하고, 무력 충돌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다수 다치면서 이는 무용지물이 됐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선정에 격렬히 반대했다. 바미당 채이배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을 의원실 안에 감금했다. 의안과에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을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의 팔을 엮어 저지했다. 밤샘 대치와 몸싸움에 골절상과 실신, 깁스 등 부상자가 속출하며 의안과 사무가 불가능해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33년 만에 경호권을 발동했다.

이후 국민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한 당만 일부러 제외한 ‘야합’으로 패스트트랙을 해결하려 한 여야 4당의 잘못”이라며 의회 민주주의 절차를 먼저 어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여당이 한국당을 따돌리고 다른 야당과 협력해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서 일상인 연정의 모습이다. 정치적 자유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보장돼있는데도 독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드러낸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 국회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자유한국당 ⓒ사진공동취재단

성난 민심은 예상대로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물국회 이후 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은 180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패스트트랙이 무효인 것은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이 모두 틀렸다”며 “청와대와 여당서 분명한 사과와 원천 무효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의 요구안을 민주당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원내수석 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만났지만
성과는…

당 일각에서는 체면을 차리기 위한 명분을 따지며 장외서 싸우는 대신 원내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파행이 계속 장기화 되면, 민생은 뒷전이라는 여론의 역풍이 고스란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다”며 “조건 없이 등원해서 추경도 심의하고, 법안도 논의하면서 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것이 훨씬 진지한 정치”라고 주장했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미징계도 민심이 얼어붙는 데 일조했다. 올해 2월, 한국당 이종명 의원의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발언과 5·18 유공자를 ‘세금을 축내는 이상한 괴물집단’이라 말한 김순례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불러왔다.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자, 당 내부서도 세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았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이 내려졌다. 이 의원의 제명 절차는 여전히 의원총회 의결을 넘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과 미징계로 한국당은 5·18 희생자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8일 한국당 황 대표는 광주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광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호남 민심을 위한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는 기념식 참석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가 황 대표를 향해 달려들면서 현장에선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문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국회에 촉구했다. 보수층에서는 황 대표가 5·18 추모식에 참여한 것을 ‘잘한 결정’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이와 반대로 진보층과 호남에선 80% 전후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응답했고, 무당층과 중도층서도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황 대표가 20일 전북 지역 핵심현안들을 집중 부각하고 나선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당 차원의 청사진 마련을 통해 불모지의 표심을 이끌어 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 신인 황 대표의 행보가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호남에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색깔론을 접어두고, 5·18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의견이 우세하다.

▲ 5·18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잇단 망언
유야무야


황 대표는 색깔론으로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했다. 문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다 싸우고 투쟁해서 뺏은 것” 등과 같은  적대적 발언으로 수위를 높여갔다. 지난 21일 황 대표는 장외투쟁 현장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해 각을 세웠다. 황 대표의 말에 청와대는 “막말이 또 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혐오가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흐름은 이뿐만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황 대표는 거의 싸이코패스 수준”이라는 말에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문 대통령을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끼는 ‘한센병 환자’로 맞받아쳤다. 이후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큰 반발이 일자, 김 의원은 발언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구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향한 ‘달창’ ‘문빠’ 발언 이후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며 사과했다. 이에 여야 4당 여성의원들은 ‘최악의 여성 혐오와 비하 표현’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징계안을 제출했다. 정의당은 “한국당이 표 벌이를 위해서 혐오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경제지표 악화와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한국당서 문정부의 레임덕 문제를 지적하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달창’ 발언에 묻혔다. 정부의 실책들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중도층의 관심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된 셈이다.

▲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민생 법안들이 국회 의안과에 방치돼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장외투쟁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강경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할 경우 중도층의 반감과 염증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9대 총선서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서 민주당과 무소속에 두 자릿수 이상의 의석을 내주고 말았다. 중도층의 이탈이 지난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합리적 충청 민심
보수대통합 언제?

지난 지방선거서 홍준표 전 대표는 강경보수 노선으로 대구·경북 중심의 당 운영을 고수했다.

“호남 민심을 배제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는 “나는 거(그곳) 민심 안 봅니다"라고 답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서만 승리했고, 호남 지역에선 3% 미만의 ‘싸늘한’ 지지율로 심판 받았다.  홍 전 대표의 보수 우파 결집 수단이었던 호남 배제 전략이 패배에 이르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절반이 중도인 나라다. 지역을 불문하고 중도층의 반감이 이대로 극심해지면 한국당은 내년 총선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한 쟁탈전서 한국당이 선점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충청도는 지금까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역대 대선서 충청권서 승리한 후보는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됐다. 총선서도 예외가 아니다.


13대 총선부터 충청권서의 성적이 좋을 땐 그 당의 전국 성적표가 좋았다. 14·17·19대는 충청권 1당이 다수당이 됐다. 20대는 여야가 고르게 충청권 의석수를 고르게 나눠 가졌다. 충청도는 연고 정당에 상관 없이 실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방증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그랬듯 내년 총선 역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 선거 역시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해 “창원 성산 보궐선거서 대한애국당(이하 애국당)의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나 원내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애국당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할지는 미지수다. 애국당과의 통합이 ‘중도층 표심 확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창’으로
기회 놓쳤나

또, 당내 개혁 보수층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세력 규합을 통해 현 지도부 등 주류층과 조율에 나선다면 보수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미당은 최근 내홍으로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미당 유승민 전 대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한국당에 다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입당설을 일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