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야구부 탐방 -서울 성지고등학교

야구의 숨은 보석들 모았다

[JSA뉴스] 유준호 기자 = 서울 성지고등학교는 지난 20153월 국내 고교 야구부로는 65번째, 대안학교로는 첫 번째로 야구부를 창단했다. 서울 성지고 야구부에 전임 한길세 감독의 뒤를 이어 신임 이우종 감독이 부임한 것은 작년 2018121일이었다.
 

▲ 성지고 이우종 감독(사진 가운데)과 김향길 코치(왼쪽), 김도기 인스트럭터

지도자로서 이제 더욱 치열하고 수준 높은 야구로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성지고서 신임 감독을 공개모집했고, 바로 응모해 감독으로 선임됐습니다.”

지금이 중요

이우종 감독은 우리나라에 리틀야구단이 8개 구단만 존재하던 시절 서울 보라매리틀야구단서 야구를 시작해 강남중, 신일고를 거쳐 한양대학교에 진학했다.

이 감독은 대학시절 부상으로 현역 선수를 마감하고, 이후 경기도 북부 지역의 동두천리틀야구단과 포천리틀야구단을 직접 창단, 감독직을 수행했으며, 수유초교 코치를 거쳐 201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봉천초교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유소년 연령대의 유능한 지도자로서 활약해왔다.

그러나 도전하는 심정으로 부임한 성지고 야구부의 현실은 누가 보기에도 결코 녹록지 않은 상태였다. 3학년 선수 4명을 포함한 전체 야구부의 인원이 17명이고, 그마저도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을 제외한 경기 가용 인원은 13명 정도에 불과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차치하고라도 극도로 얕은 선수층으로 인해 이제 막 개막한 2019년 고교야구 전반기 주말리그 첫 라운드서 2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성지고는 자신들이 속한 서울인천권역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야구를 시작하는 유소년의 인구가 넘쳐나고 해마다 고등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는 선수들이 학교별로 2030명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서, 이렇듯 성지고 야구부만이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우종 감독을 포함한 성지고 관계자들과 야구 전문가들은 대안학교인 성지고에 대한 몰이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986년 김한태 성지학원 이사장이 설립한 성지중·고는 애초부터 교육소외계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시작한 학교이다. 이후 성지고는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발전했다.

지난 40여년 동안 150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을 배출하며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양분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것이다.

대안학교 첫 창단…수준 높은 팀으로
기상과 함께 훈련하는 ‘야구특성화고’

성지고는 여타의 다른 대안학교들과 달리 졸업과 동시에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고졸 자격을 획득할 수 있으며, 성지고의 학종(학생종합부) 성적만으로 대학의 수시모집 등에 응시가 가능할 정도로 여타의 일반 고등학교와 자격취득 등에서 구분이 없다.


이는 성지고에 재학 중인 야구부 소속의 학생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지난해 야구부 졸업생들은 경성대와 동아대 등 유수의 야구 명문대에 진학했다. 그 과정서 일반 고교 야구선수들보다 내신의 점수가 높게 나와 입시전형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야구부원들의 야구부 훈련 시간과 여건 등에서는 오히려 일반 고교에 재학 중인 선수들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일반 고등학교의 야구선수들은 모든 교과의 수업이 끝난 후 오후부터 훈련을 시작해야만 하고, 학교별로 학교장의 방침에 따라 야간훈련이 제약되거나 축소된다. 하지만 성지고의 야구부원들은 대안학교의 특성상 1년에 6주만 학교 수업에 참여하면 되고, 그마저도 2주는 수업의 형태가 아닌 시험기간의 출석이다.

실제로 성지고 야구부원들은 오롯이 야구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야구부원들은 경기도 김포에 자리 잡은 야구장(송일야구장) 부근 숙소서 오전 8시에 기상해 헬스장서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 130분부터 630분까지 오롯이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성지고 김병기, 김진형, 이승규 선수

또 이후 저녁 시간대에는 감독과 코치의 지도하에 개인훈련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성지고 야구부는 어쩌면 야구특성화고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 부임해 이제 성지고 야구부의 감독으로 첫 시즌의 초입에 돌입한 이우종 감독의 머릿속은 시즌의 구상은 물론, 야구부의 재건에 관한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선수들이 경기의 순간에만 집중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승부서 패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갖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성지고 야구부에는 현재 3학년 재학 선수 중 부상자 1명을 제외한 3명의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고교 시절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김병기(3학년, 181cm/95kg)는 유격수인데 필요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투수의 역할도 수행한다. 경기도 현산초와 율곡중서 야구를 했고, 안산공고에 진학을 했다가 1학년 때 성지고로 이적했다.

팀에서는 2번 타자 혹은 3번 타자로 나서며 25푼대의 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투수로서는 130km/h 초중반의 직구 스피드를 바탕으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변화구로 구사한다.

이승규(3학년, 181cm/90kg)는 현재 성지고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3명의 투수 중 에이스다. 야구를 늦게 시작해 중랑구리틀야구단의 주니어팀(중학생 연령대)을 거쳐 성지고로 진학했다. 130km/h 중반대의 스피드를 가진 직구를 뿌리며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을 변화구로 사용하고 있다.

“경기 순간에만 집중하도록 지도…
지더라도 상처받지 않도록 신경”


평소 훈련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실전에선 승부의 순간만을 의식하려 애를 쓰고 있다.

김진형(3학년, 183cm/88kg)은 타고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성지고의 안방을 책임지는 포수다. 올 시즌 두 경기서 7타수 4안타(2루타 1)57푼대의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는 성지고의 4번 타자이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리틀야구단서 야구를 시작, 경기도 단월중과 전남 진월중, 다시 신흥중을 거쳐 백송고로 진학했다가 고2 시즌이 끝난 후 성지고로 이적했다.

체격 조건과 타격의 감각이 뛰어난 이 선수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중학교 시절부터 그렇게 이적을 자주했는지 하는 궁금증이 이는 동시에, 그를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할 어른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선수기도 하다.
 

▲ 성지고 이우종 감독

이우종 감독은 올 시즌을 치르며 야구부의 재건을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이루고자 한다. 한 가지는 학교와 너무 거리가 먼 야구훈련장과 숙소를 다시 서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의 훈련장은 야구하는 데 나무랄 데 없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거리의 문제로 연습경기 상대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팀들을 초빙하거나 찾아다니며 상대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발품을 팔아 중학교 연령대의 진학 대상 선수와 고교 재학의 이적 희망 선수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결실을 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성지고 야구부도 틀림없이 야구의 명문고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연일 구슬땀

야구의 숨은 보석들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지금은 비록 체격이 작거나 야구를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하여 눈에 띄지 않고 있겠지만,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데려와 체계적인 훈련과 함께 기회를 많이 주어 꽃피우게 할 겁니다. 우리 성지고는 현재의 고등학교 야구부들의 여건하에서 보면 오히려 야구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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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