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문정부 2년 공과 대해부

‘평화’만 있고…노와 오버랩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5월10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번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염원들로 만들어진 ‘촛불정부’다. 헌정 역사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그동안의 공과를 <일요시사>가 핵심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헌정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첫 임기 당시 80%에 육박하며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문 대통령의 지난 2년은 어느 정부 때보다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인사 논란,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경제 정책, 번복되는 교육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40∼50%으로 떨어지면서 초반의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2년 만에 8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서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 실패는 문정부의 오점으로 남았다. 게다가 50조 가까이 일자리 예산을 투입시키고도 최악의 역대 실업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문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의 지난 임기의 공과 과를 알아보자.

[촛불]

국민들은 지난 정부의 사유화된 국가권력과 부정부패에 분노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기 위해 문정부는 국가 비전을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선정했다. 또 국민이 주인인 정부와 더불어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목표로 삼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촛불로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한국을 꿈꾸게 했다.


[소통]

촛불시민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문정부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시민단체, 광화문 1번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하는 시스템인 청와대 국민청원은 과거에 없었던 대국민 소통 수단이다. 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청원에 답변하는 시스템은 국민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기자회견도 남달랐다. 각본 없는 100분 기자회견과 즉석 질의응답으로 언론과의 소통 역시 신경 썼다.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문정부는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적폐]

적폐 청산은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국정운영 계획의 첫 번째 과제로 국정농단 사태의 재조사,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적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를 열어 유치원·채용 비리와 같은 대표적 부패 사례를 ‘생활적폐 9대 과제’로 선정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이 부패인식지수(CPI) 역대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이러한 정책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촛불민심으로 출범, 지지율 80%로 출발
‘정의로운 나라’ 강조…그동안 바뀐 점은?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OECD 평균 점수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폐단과 비리 사회를 척결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와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정부가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됐다. 2007년 10월 평양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이후 첫 회담이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걷는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이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4·27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5.7%까지 오르며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긍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8년 9월엔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며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두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에 한 획을 긋는 데 성공했다.

[젠더]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젠더 문제에 최초로 관심을 보인 대통령이다. 차별은 빼고 평등을 더하겠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청해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또 여성을 부처 요직에 임명하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여성의 대표성 제고와 젠더폭력 대응에 관해 선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세대서 남녀 간 성대결이 심화되는 상황서 문정부가 여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중 최초로 성불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행보를 한 점은 높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

문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번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또 2년 동안의 경제 정책으로 마이너스 성장, 수출 감소, 경기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문정부는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의 비율이 높고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당성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혁신성장’을 함께 강조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 중심의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정부가 산재된 경제 문제들을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인사]

인사는 만사다. 지나온 정권서 인사의 실패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문정부는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부정행위에 음주 운전과 성(性) 관련 범죄를 인사 배제 원칙으로 추가했다. 이후로도 공직자 임용 기준이 계속해서 강화됐다. 그러나 인사 검증의 부실한 점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면서 이번 정부 역시 인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집권 초기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은 인사 청문 과정서 위장전입 사례가 드러나 곤혹을 겪었다. 또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됐던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조국 민정 수석과 사제 지간이자 동료 교수 관계로 밝혀졌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의 원인이 ‘코드 인사’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후로도 2기 내각 후보자 중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 낙마했다. 지난달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로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덕성을 중시했던 문정부에게 인사 실패는 더욱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집값]


부동산 집값은 우리나라의 부를 양극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전격 실시한 집값 안정화 대책 역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정부는 출범 이후 총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규제 탓에 지방 대부분 도시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과 미분양 누적에 시달리고 있다.

남북회담 최대 업적
경제·인사 오점으로

또 정부가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며 추진한 청약제도 개편이 대출 규제와 맞물려, 오히려 무주택자들을 분양시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과 6대 광역시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태다.

[노동]

정부는 국민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하겠다는 취지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업종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어디까지를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함께 맞물린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6.4%, 2019년엔 10.9%로 급격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노동력이 중요한 제조업과 건설업계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 공장 가동률은 점점 낮아지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임금은 높아지고 근로시간은 단축되니 노동력이 중요한 공장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신년 기자회견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대기업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저임금법과 주휴수당에 따라 사원에게 5000만원을 지급한 대기업이 최저임금 미달로 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우리의 근로 환경과 동떨어진 노동정책에 대한 시급한 보완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

문정부의 교육 정책 혼선은 국민들의 불신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사고·외고 폐지와 대대적인 대입제도 개편을 공약으로 걸었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자사고·외고 폐지는 무산됐다.

교육부는 2017년 8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대입제도 개편을 한 차례 유예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 약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정시 수능전형 확대’를 제외하면 이전의 입시제도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1년 동안 세금만 축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공약 역시 실패했다. 교육계에서는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현행대로 상대평가 과목으로 남겨두면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시 30% 확대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진영 어느 쪽의 입장도 반영하지 못했다. 문정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제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공약에만 얽매여 교육업계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권변호사 문재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서 가난한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달동네서 성장하면서도 독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서 명문 학교로 꼽히는 경남고를 수석 입학한 후 경희대 법대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그는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운동권 학생이 됐다. 1975년 유신독재 반대운동 시위를 이끌다 징역 8개월을 받고 강제 징집돼 특전사령부에 입대했다. 전역 후 문 대통령은 전남 대흥사서 사법고시를 준비해 1979년 1차에 합격했다.

같은 해 10·16부마항쟁과 10·26사태가 발생하자 전두환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하면서 2차 시험에 응시했다. 결국 2차 시험의 합격증은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서 받게 됐다.

1982년 문 대통령은 쟁쟁한 동기들 속에서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마쳤지만, 유신반대 시위 전력이 결격 사유가 되어 판사 임용에 탈락했다. 대형 로펌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홀로 계신 노모를 모시기 위해 부산행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서 사법 연수원 동기생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개로 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동업자였지만 서로 신뢰를 쌓아나가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부산과 경남 전역으로 노동인권사건을 총괄하고 1985년에는 부산민주시민협의회를 창립, 87년에는 6월 항쟁의 주역이 된 부산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한 6월 항쟁의 기억은 살아온 동안 가장 보람 찬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정의로운 시대를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운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총선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도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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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