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북한 식당 백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14:04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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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서 햄버거를 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북한 안팎에 위치한 식당에 대한 관심이다. <일요시사>는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식당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햄버거를 먹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성업 중인 햄버거 가게가 있다. 가게의 이름은 ‘서강 녹색잎 커피숍(SoGwang Green Leaf Coffee Shop)’. 평양 4·25문화회관 길 건너편 고급 아파트단지가 몰린 ‘려명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시내 중심에

내부에는 원목가구가 배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1970년대를 방불케 한다. 벽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햄버거 가격은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다. 기본 스타일의 햄버거 가격이 채 2달러(약 2200원)가 안 된다. 쇠고기 패티에 베이컨이 들어간 치즈버거는 4달러(약 4400원) 정도다.

북한 주민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화가 이뤄졌으며 햄버거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줄 김치가 함께 제공된다. 그 외에도 패티를 위아래로 감싸는 빵을 밀가루가 아닌 쌀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햄버거는 종이에 포장돼 플라스틱 쟁반에 담겨 나온다. 감자튀김은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처럼 빨간색 종이갑에 제공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와 유사하다. 


서비스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수제버거 가게의 느낌이 강해 셀프 서비스가 아닌 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이 음식을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가게는 지난 2009년 싱가포르의 사업가인 ‘패트릭 서’가 설립했다. 현재 명칭은 서강 녹색잎 커피숍이지만, 설립 당시에는 ‘삼태성’이라는 명칭이었다. 서강 하이테크 회사가 삼태성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메뉴의 특성상 주 고객층은 젊은 커플 위주로 소규모 가족 단위의 고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고객 수는 일주일 기준으로 300~500명가량이라고 한다.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김영애 매니저는 <AFP통신>에 “고객들은 햄버거가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식당은 싱가포르서 들여온 것이라 몇몇 고객은 햄버거가 싱가포르 음식인 줄 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가 평양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은 상당히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맥도날드 가게가 입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해 있는 북한 식당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평양관’과 ‘고려식당’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이다.

4400원 치즈버거 시키면 김치도 제공
평양관·고려식당 성업…고위층 이용


평양관은 지난 2008년 문을 열었다. 대북 제재로 한때 폐업 위기까지 겪었지만, 최근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하노이 시내에 있는 4층 건물이 모두 평양관이다. 안내문을 보면 1층은 커피점으로 평일에는 손님 대기실로 쓰인다.

2층은 조선요리, 3층은 불고기, 4층은 연회장이며 보통 식사는 2층서 진행된다. 한쪽 구석에는 드럼과 전자 피아노 등이 구비된 무대가 있는데, 매일 오후 8시에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 메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비롯해 소고기철판볶음, 낚지소면볶음, 해물파전, 돌솥비빔밤 등이다. 밑반찬으로는 나박김치·더덕무침·어묵·오이 등이 제공된다. 

북한 음식은 평양냉면 정도가 유일하며 가격은 다른 베트남 현지식당보다 2배 정도 비싼 축에 든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북한 식당을 찾는 한국인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식당도 하노이 시내에 위치해 있으나 한인들 사이에서는 평양관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입구는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돼있으며 LED전등이 저녁에도 식당을 선명하게 밝힌다. 유리로 된 출입문 위에는 ‘고려평양식당’이라는 네온사인이 밝혀져 있다.

식당 내부는 우리나라 삼겹살집을 방불케 한다. 목재 천장에 황토색의 외관으로 곳곳에 나무가 심긴 화분이 위치해 있다. 삼겹살집서 볼 수 있는 환풍구가 천장에서 길게 내려와 있다.

한인에 인기

고려식당의 대표 메뉴는 옥류관 평양냉면과 김치가 들어간 왕찐만두다. 평양냉면에는 달걀 반숙, 오이, 고기 등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평양 옥류관과 똑같은 레시피의 냉면으로 대동강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두 식당은 북한 본국서 운영과 관리를 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베트남인가?

베트남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한은 오랜 기간 베트남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트남 역시 북한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베트남의 호치민은 여러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을 북한의 경제개발 모델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베트남 하노이에 북한 대사관이 위치해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트남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은 최근 관계를 재정립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세에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대립해왔던 베트남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베트남 입장서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필수적이다.


지난 2016년 5월 베트남을 방문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베트남에 내려져 있던 무기수출금지 조치를 전면적으로 해제했으며, 하노이에 위치한 쌀국수 가게를 방문해 식사를 하는 등 두 국가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보여준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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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