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휘감은 6가지 논란

“국민연금을 봉으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의문의 시각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사돈 그룹이라는 타이틀 때문일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세간의 시선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시민단체서 성명서를 내고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한국타이어그룹을 휘감고 있는 6가지 논란에 대해 정리했다.
 

지난 15일, 금융소비자원은 성명서를 내고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성명서엔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소원 성명서
담긴 내용 보니…

비판의 칼날은 대주주를 향했다. 금소원은 “한국타이어그룹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국민연금을 ‘봉’으로 생각있다”고 지적했다. 금소원은 “한국타이어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 편취를 해오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 일가인 조현식, 조현범 지배주주는 경영 일선서 물러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그룹으로 유명하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은 MB의 셋째 딸 이수연씨가 조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과 2001년 혼인하면서 MB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타이어그룹은 MB 사돈기업이라는 별칭이 꼬리처럼 따라다녔다.

정재계는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그룹이 이명박정부의 비호 아래 특혜를 받은 것이 없는지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관련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는 없다.


금소원 측은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소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인 지정 등을 조치해야 하고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에 큰 손실을 야기한 대주주 일가를 검찰에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국민연금의 자금이 투입된 곳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 지분 7.89%을 갖고 있다. 총 977만7618주로 지난 19일 종가 4만105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4013억7121만원 상당으로 평가된다.

또한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도 7.15% 가지고 있다. 664만7116주를 가지고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가치를 환산하면 1066억8621만원으로 평가된다. 무려 5000억원을 웃도는 국민의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헐값 매각 뒷얘기까지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타이어그룹가 사례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단순 주식 보유에 그치지 않고 주주로서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들어가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의 권리를 되찾아 기업 오너 일가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타이어를 향한 압박은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타이어 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조세범 처벌 대상에 대해 실시하는 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금소원은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6가지 의혹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금소원이 밝힌 한국타이어의 문제점은 금소원이 지적한 사항은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 ▲공시규정 13차례 위반 ▲헐값 지분 매각 논란 ▲아트라스BX 자진상장폐지 의혹 ▲상법 위반 등 6가지다.

한국타이어그룹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브랜드 수수료율이 적절한 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각서 나오고 있는 것.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광고 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액 가운데 0.75%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는다. 이는 20개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저 수준인 세아홀딩스(0.06%)에 견줘도 0.69%포인트 높다. 한국타이어 측은 상표권 사용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에 대해 “외부자문기관을 통해 수수료율을 산정했고 브랜드 가치가 고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 의문…

금소원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73.9% 보유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대주주 지분 12%인 한국타이어로부터 관례보다 많은 브랜드 사용료 등을 과도하게 받음으로써 일감 몰아주기보다 더 나쁜 이익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가 소수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오너 일가가 이익을 강취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년간 브랜드 이용료와 경영지원 용역비 명목으로 3333억원을 지급했으며 2017년의 경우에는 매출액의 2.13%인 695억원이다.

공시규정의 빈번한 위반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그룹은 공시규정을 13번이나 위반했으며 과태료 2억8000만원을 납부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공시를 위반한 것으로 추정돼 대주주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규정을 위반해 주주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다”며 “이런 부분과 관련해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무슨 조치를 했나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 지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소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과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지인에게 자회사를 헐값 매각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다른 지인에게 공장건설 등 일감을 몰아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2015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알짜 계열사 ‘프릭사’를 ‘주가조작’ 혐의로 논란을 빚은 김영집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회사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주체였던 아트라스BX(당시 아트라스BX는 잉여현금창출지속으로 자회사 매각이 아닌 인수가 요구되는 상황)의 이사회 의사록에는 심지어 ‘매각 상대방’ 및 ‘매각 가액’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으며, 이사들은 최대주주의 입김에 따라 깜깜이 매각 동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2014년 5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지인의 회사인 우암건설은 한국타이어의 테크노돔 건설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증설공사 및 헝가리 공장 확장공사, 아트라스BX의 전주공장 증설공사 등 다양한 공사를 수주해 지인에게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았다.

아트라스BX 자진상장폐지 논란도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행위로 봤다. 국민연금의 지분이 있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아트락스BX의 지분 31.13%를 가지고 있다. 

금소원은 아트라스BX가 회삿돈으로 다수로 구성된 소수주주를 축출하고 지분을 100% 독차지하는 과정서 가치의 6분의 1 수준으로 축출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부당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금소원이 주장한 아트라스BX의 부당행위 의혹은 ▲이사회 운용 상법위반 ▲주당영업수익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것을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배당성향 약 6분의 1로 축소 ▲발행주식 가운데 58.4% 비중을 차지하는 자사주에 대해 소각 요구 묵살 ▲미공개 중요정보인 자사주 매입가격 및 시점을 언론보도로 주가상승 억제 ▲재고자산 규모 2배로 증대/기타 분기이익 축소 등 분식의혹 등이다.

“후진적 구조
각종 문제점”

금소원은 “이렇게 헐값에 축출하면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는 다수로 구성된 소수주주들로부터 약 2000억원을 강취하게 된다”며 “회삿돈으로 지분을 독차지 한 다음에는 태림페이퍼 최대주주처럼 초고배당 폭탄과 매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위반 논란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최근 자회사 아트라스BX는 상법 위반으로 법무부 조사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감사위원회 중 1인은 회계 재무전문가를 둬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법조계 및 언론 등에 따르면 아트라스BX는 상법 상 감사위원회 구성요건 가운데 회계 또는 재무전무가인(이하 재무회계전문가) 감사위원을 선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소원 측은 “(아트라스BX가) 작년에도 상법 위반으로 1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은바 있기에, 법무부는 과태료를 감경하지 않고, 가중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 재무전문가 없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한 문제를 금융위 등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소되지 않은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도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봤다.

금소원은 “한국타이어 그룹 지배주주인 조현범은 이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다”며  “이후 이명박정부 때 무혐의 처리됐으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범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당시인 2008년 코스닥업체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일각에선 대통령 사위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주가조작 부실조사 지적
MB 사위 ‘봐주기 수사’도 포함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명박정부서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조 부사장의 지분 매도 시기가 언제인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사장 일가의 자원 개발 종목에 대한 주식 투자를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조 사장이 2008년 6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매도시기는 검찰에서 다 밝혔고, 검찰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소원은 한국타이어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금소원 관계자는 “지배주주인 조양래, 조현식, 조현범 등은 경영일선서 물러나 주주의 한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타이어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에 큰 손실을 끼친 대표이사 및 이사회를 고소해야 하며, 2019년 3월 정기 주총서 대표이사 해임을 이사회에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국민의 재산인 기금을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해 지배주주의 일감 몰아주기 및 불법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특히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은 지금처럼 비호, 유착 의혹이 없도록 부끄럽지 않게 조치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는 한국타이어그룹 전체에 대해 외부감사인 지정을 검토해야 하며,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세액 납부 결과를 공시하게끔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지적
감독당국 화답?

아울러 “한국타이어 그룹은 후진적 지배구조에 따른 각종 문제점이 종합백화점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제2의 대한항공 사태처럼 일파만파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기 전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 및 국민연금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금소원은 향후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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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