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주자 3인방’ 캠프 전력 비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2.18 10:16:21
  • 호수 1206호
  • 댓글 0개

친박? 친이? 그림자 대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드디어 대진표가 완성됐다.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은 지난, 12일 2·27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이로써 황교안·오세훈·김진태(기호 순) 세 명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일요시사>는 각 후보들의 캠프 전력을 비교, 분석했다.
 

▲ 2·27 자유한국당 대진표가 완성된 가운데 어느 후보가 당권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계제로였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인 지난 12일을 전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눈치게임이 펼쳐졌다. 황교안 후보의 출마 외에는 모든 것이 예측불허였다. 시시각각 변하던 상황은 3인 경선으로 좁혀졌다.

보이콧 철회
정면 승부

오세훈 후보와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최고의 관심사였다. 먼저 결정을 내린 사람은 홍 전 대표였다. 그는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홍 전 대표는 당권주자 빅3로 분류되는 거물이다.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2·27전당대회가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엄습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홍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직후 “불출마 불씨가 다른 당권주자에게까지 옮겨붙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원내 당권주자들의 불출마 러시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당 대표 출마를 고려하던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은 출마의 뜻을 접었다.

심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무계파 공천으로 총선 승리를 이루고 정권 탈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시대적 사명으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오늘 출마 의사를 철회한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연연하는 것은 대표 선출에 누를 끼칠 수 있고, 당원과 국민들의 성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대표 경선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통합 축제가 되어야 할 전대가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전대 절차조차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의 미래가 이런 식으로 휩쓸려가는 것을 막아보고 싶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끝까지 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 화합과 보수통합, 그리고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오·김 후보 등록 사실상 양자대결
‘황’ 친박·TK로 낙승? ‘배박’이 변수


불출마 불씨는 더 이상 확전되지 않았다. 황 후보, 홍 전 대표와 함께 빅3 중 한 명으로 꼽힌 오 후보는 보이콧을 했다가 철회하고 지난 12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후보 등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이념만을 추종하는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엇갈린 포석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황 후보와 김진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당권주자들은 2·27전당대회가 2차 북미정상회담(2월27∼28일)과 겹친다는 이유를 들어 날짜를 미뤄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당권주자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블랙홀처럼 그날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 자명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황 후보와 김 후보를 제외한 당권자주들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당 지도부가 황 후보를 당 대표로 세우려한다는 ‘옹립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는 흥행을 위해서 원칙까지 바꾸며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더니, 인제 와서는 공당의 원칙 운운하면서 전대를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노라면 참 어이가 없다”며 “당이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가지만 말하지는 않겠다. 모처럼의 호기가 특정인들의 농간으로 무산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황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놨다.

황 후보와 오 후보는 논란이 됐던 당 대표 출마 요건을 당 지도부로부터 인정받았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책임당원 자격 요건 변경안을 의결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선거관리위원회서 요청한 책임당원 자격 요견 변경안을 의결했다”며 “요건 변경에 기탁금을 납부하고 등록하는 조항이 있는데, 기탁금을 납부하고 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당 대표 경선은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 3파전으로 결정됐다. 기호 추첨 결과 황 후보가 1번, 오 후보가 2번, 김 후보가 3번으로 결정됐다. 

앞서가는 황
이대로 당선?

황 후보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5층에 캠프를 차렸다. 여의도 최고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대통령 3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이곳에서 평화민주당을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이곳에 대선 캠프를 꾸려 당선됐다. 201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이곳에 꾸려졌다.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 이곳에 자리한 바 있다.

조순, 고건 등 서울시장 2명도 이곳에 캠프를 차려 당선됐다. 한때 대선 출마를 고려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곳에 사무실을 두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인사들은 황 후보가 박근혜정부 국무총리였던 시절 총리실서 근무했던 사람들 위주로 꾸려졌다. 캠프 총괄을 맡은 심오택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을 필두로 정무와 메시지를 담당하는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그들이다. 오균 전 국무조정실(총리를 보좌하는 행정기관) 국무1차장은 정책을 맡았다. 대변인은 김무성 전 대표 시절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정성일 대변인이 수행하고 있다.


황 후보와 경기고 동문인 황성욱 변호사는 캠프의 법률 지원을 담당한다. 이들은 자타공인 친황(친 황교안)계로 불린다.
 

▲ 당권도전 기자회견 갖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 후보는 또 다른 여의도 명당인 극동VIP 4층에 자리했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당선됐다. 1990년대에 걸쳐 신한국당 당사로 사용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1992년 민주자유당은 이 빌딩을 매입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을 배출한 명당이라는 이유에서다.

황 후보가 총리실, 국무조정실 출신 인사들로 캠프를 꾸렸다면 오 후보는 자신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사람들로 캠프를 채웠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캠프 실무진에 참여해 정무·기획·언론홍보 등을 총괄하고 있다. 선거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종희 전 의원은 16·18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서 오 후보와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권택기·진성호 전 의원도 캠프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회의 등에 수시로 참여해 오 후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력의 오
확장성↑

김 후보는 사무실로 쓰고 있는 국회 의원회관 437호에 캠프를 꾸렸다. 각각 대하빌딩, 극동VIP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 황 후보, 오 후보와는 다른 전략이다.


변화무쌍한 선거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의원회관 캠프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무진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도의 사무실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캠프 조직은 김 후보의 지역구인 강원도 내 야권인사들은 물론 전국 단위의 인사들까지 캠프에 합류시켜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3자 구도이지만 사실상 ‘황교안 대 오세훈’ 양자 구도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5·18폄하’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후보는 최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온전히 선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당 대표 선거가 친박(친 박근혜) 대 비박(비 박근혜)의 계파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후보는 친박 성향의 당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황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을 접수했다는 얘기를 한국당 내부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황 후보는 지난 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 앞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님,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지지자들은 황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통령 황교안”을 연호했다.

황 후보가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황 후보는 지난 탄핵정국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최근 방송 인터뷰가 배박 논란의 시작점이다. 지난 7일 유 변호사는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2017년 3월31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황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다.

‘오’ 비박·수도권 우위 따라잡나
공천권 놓고 피 튀기는 대리전

유 변호사의 발언 이후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가 배박, 구박의 친목대회가 될 뿐”이라고 해 배박의 진위 여부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황 후보는 배박 논란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니 특검서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었다.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서 끝내야 한다고 판단해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배박론에 선을 그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오 후보의 저력도 만만찮다. 황 후보가 TK서 강세를 보인다면 오 후보는 서울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 후보 역시 보수가 주목하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황 후보와의 인물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황 후보가 실패한 정권의 국무총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인물론서 오 후보가 우세라는 분석도 있다.

확장성에선 오 후보가 황 후보를 앞선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개혁보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합리적인 보수층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서 황 후보에 앞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오는 23일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시작으로, 선거인단 전국 현장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대의원 전당대회 현장 투표를 실시한 뒤 합산해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오 후보는 5·18폄하 문제와 관련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그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격하시키고 지역 주민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는 소동이 있었다”며 “특정 지역의 당세가 약하다고 그 지역 정서를 무시하고 짓밟는 언동을 하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잘못된 처신”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반면 황 후보는 앞으로 당이 주최하는 TV토론에 집중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실수에 따른 돌발 변수를 줄이고 현재 판세를 굳히기 위한 ‘안전 행보’로 해석 가능하다.

친박의 수성?
비박의 반격?

대진표가 짜여진 가운데 앞서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재연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서 나경원 의원은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비박·복당파의 대표주자인 김학용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로 제치고 원내대표직을 차지했다. 친박계의 응집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만약 당 대표 자리까지 친박에 내어줄 경우 오는 21대 총선서 대대적인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