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공권력의 민낯

경찰은 나사 풀리고 검찰은 술에 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찰과 검찰은 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붙잡는 동아줄이다. 공권력은 시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 힘을 유지한다. 문제는 여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 민갑룡 경찰청장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1031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게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1.3%를 얻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나왔다. 경찰은 2.7%, 검찰은 2.0%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최하위는 국회(1.8%)였다.

신뢰도 조사
꼴지만 면해

한국갤럽에서 조사·발표한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을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1%, 31%였다. 조사는 201791일부터 10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7개 기관 중 경찰은 8번째, 검찰은 15번째였다. 경찰(38%41%), 검찰(27%31%)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2016년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믿지 않는다는 응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의 대처, 혹은 태도서 비롯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준이 시민들의 기대보다 떨어지는 일이 SNS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신이 쌓였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아졌고, SNS가 발달해 실시간으로 상황 전송이 가능해졌다. 또 일단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영상과 사진 등으로 상황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강동구 암사역 인근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경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서 흉기로 친구를 찌른 혐의(특수상해)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흉기를 들고 친구인 B군과 싸워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B군은 사건 직후 근처 병원서 상처를 치료 받고 귀가했다. A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위협하며 도망치다가 뒤쫓아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A군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이 확산되자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사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군이 흉기를 든 채 달아나게 만든 상황이 영상에 포착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A군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도망가면서 제2, 3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건 다음날 기자간담회서 현장 출동 경찰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국민의 우려와 궁금증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 “못 믿겠다”
망신살 경·검 불신

또 현장 출동 경찰이 테이저건을 명중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 테이저건은 발사된 전극 두 개가 꽂혀야만 전류가 흘러 효과가 있는데 전극 하나의 명중률이 애매한 상황이라며 사격 훈련을 자주 하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어 국산 테이저건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사건서도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비판을 초래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10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시내버스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에 있던 한 승객은 이런 상황을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다는 점이다. 신고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버스서 내린 이후에 따라 내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설명을 듣고 흉기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잡았지만 간단한 신원 조회 후 귀가 조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경찰은 승객의 112 문자신고 당시 시스템의 한계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2112시스템이 통합되면서 문자신고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는데, 승객의 신고 내용은 40자 이상이어서 제대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칼을 가졌다는 부분은 신고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누가 소란 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하게 (신고자를) 찾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112 신고와 경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기업 폭행사건서도 경찰의 초동 대처가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1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실에 들어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10여명은 최철규 대표이사를 감금하고 김모 노무 담당 상무를 약 1시간 동안 폭행해 논란을 빚었다.

경찰 대응
도마 올라

최 대표는 아산경찰서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하며 절박하게 애원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무를 폭행한 노조원들을 현장서 체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대응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은 자체 감사에 돌입했고,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서 “(유성기업 폭행사건서) 총괄책임자인 서장 등이 신고를 받고 상황에 대한 판단과 지휘부에 대한 보고 등에서 미흡했던 점이 있다”며 경찰서, 지방경찰청 등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전파하는 분들과 아산서장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진행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서도 경찰은 부실 대응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14일 오전 810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으로 온 김성수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공개로 범행의 잔혹함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1세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에 전 국민은 애도를 표했다. 피의자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서는 안 되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이 넘는 국민이 동참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국민이 동의한 청원이다. 당시 유족들은 심신미약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용의자 김성수

강서구 PC방서 처음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점을 들어,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성수의 동생을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찰은 처음 출동했을 때는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오간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돌려보냈다“(처음에는) 폭행 시비나 흉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도
앞장서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PC방을 방문해 싸움만 말리고 돌아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경찰이 초동대응에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찰은 현장을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 그런 갈등이 있었다면 격리시켜 귀가 조처를 한다든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PC방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말싸움을 하던 중이었다“1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나갔을 때는 격렬히 싸우던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이 끝난 뒤 피의자가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와 다시 2차 신고가 접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잇따른 사건서 대응 논란에 휩싸인 경찰은 기강 해이로 보일 법한 사건에 직접 연루돼 시민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범죄, 음주운전, 응급실 폭행 등 근절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면서 누가 누굴 단속한다는 말이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중부경찰서 소속 경장은 이날 오전 040분께 북구 모 대형마트 주차장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자 자신의 승용차를 두고 도주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장을 붙잡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대리기사가 오지 않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14일에는 경남 창원서 현직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경찰이 집안단속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 대응 논란 이어 범죄까지
썩어가는 동아줄 …대책은 없나?

현직 경찰 간부가 병원 응급실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의사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경찰은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복통 환자에게 물을 주지 말라는 의사 지침대로 물을 주지 않은 간호사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검찰도 경찰 못지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고검 소속 김모 검사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전날 오후 545분께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긁고 지나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검찰청 소속 정모 검사가 서초동 중앙지법 앞 도로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095%로 나왔다. 불과 나흘 새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박상기 법무부장관

여기에 수원지검의 권모 검사가 성매매를 요구하며 술집 직원을 폭행한 뒤 지난해 말 검찰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11월 권 검사는 서울 강남의 모 술집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 권 검사는 당시 술집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검사가 이를 말리는 직원을 폭행하면서 싸움으로 번졌다. 권 검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된 기관이다.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 이런 상황서 현직 검사의 비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민들의 믿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지휘 서신을 통해 전국의 검사들에게 공직 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보낸 복무기강 관련 법무부장관 서신’을 통해 검사로서 몸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바란다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 과도한 음주 등에 의한 폭행 등 검사의 비위가 계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법을 집행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사가 비위 행위로 인해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검사 한 사람의 일탈이나 부적절한 처신은 해당 검사 개인의 불명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신뢰 저하는 물론, 국가·사회 공동체 기강의 근본을 뿌리째 흔들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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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