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기본소득제 논의 시작해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09 09:49:20
  • 호수 12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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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 승차 공유(카풀)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10만명 이상의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택시기사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업 매출액은 20083조원가량서 20162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하철 야간운행 확대,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 확대 등의 정책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자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승차 공유 서비스까지 가세한다고 하니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은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마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택시기사들의 소득은 높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해 법인 택시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세전 217만원 정도다. 실제 근로시간이 10시간을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승차 공유 앱까지 활성화된다면 택시업계는 고사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의 큰 흐름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 없다. 수십년 전에는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이 인기있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들이 강하게 저항했다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택시기사 뿐만 아니라 여러 직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존권을 위해 정보기술을 발전시키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쇠퇴하거나 사라질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그들이 전적으로 감당하라고 할 수도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쇠락할 직업에 종사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라도 현재 필요하다면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고, 많은 이들이 사회의 필요에 따라 직업을 선택해 성실히 종사해왔다. 과거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했던 이들을 시대가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곤경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직업이 미래에도 현재처럼 존속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문제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한때 이슈가 되었다가 관심서 멀어진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각종 정보기술과 로봇의 발달은 매우 적은 인력을 가지고도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게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은 스스로 만든 것을 소비를 하지 않는다. 로봇팔을 이용해 사람 없이 햄버거를 만들 수 있지만 로봇은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햄버거는 누구에게 줄 것인가. 과거에는 사람이 일을 해 소득을 얻어 햄버거를 사 먹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고 인간에게는 소득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을 주는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많은 찬반 의견이 있다. 기본소득제도를 실제 시행한 국가도 있지만 아직까지 안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실패라고 보기보다는 과도기적 현상이거나 시행착오라 생각된다.

기본소득제도는 흔히 진보적 정책이라도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감하되, 정치성향에 따라 보호 범위, 보호 수준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기본소득제도도 그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도입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기본소득제도는 이번 택시파업 등이 있기 전에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됐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는 경제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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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