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잠룡들의 아킬레스건

뒤가 켕기는 건 기분 탓?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새해부터 차기 대권주자들을 향한 관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10명에 가까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인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권 구도가 스케치되면서 잠룡을 향한 관심은 증폭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들의 적격성 여부와 함께 약점 등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승민 사람사는 세상 이사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을 20대 대통령은 2022년 3월9일에 선출될 예정이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3년2개월 정도다. 꽤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지천타천으로 차기 대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권주자에 오른 주요 인사들의 윤곽은 9명 정도로 좁혀진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 바미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그리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등이다.

이낙연

명실상부 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1순위.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 특유의 화법으로 여론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총리는 상대방을 논리로 제압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 총리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내각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총리실서 결정적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현재까지 이 총리는 총리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명 이후 이 총리의 행보는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치적 흠결이 가시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그의 약점은 배우자의 위장전입이다. 이 총리는 당시 국회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처참하다’며 이를 시인했다.


그 뒤로 장관·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전력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이 일었다. 여론의 도덕적 기준선도 크게 상향됐다.

청문회를 거치며 이 총리는 아들의 군 입대 회피 논란과 증여세 탈루 의혹, 배우자의 그림작품 강매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황교안

태극기 부대의 최대주주. 황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정계복귀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대권 외에도 다음 달로 예정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정국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이유다. 그 연유로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에선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지만 본선서 보수 이외의 진영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뜨겁게 끓어오른 만큼 차갑게 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황 전 총리는 국정감사 기간 ‘뺑소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7월15일 사드 배치 설득 차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주민 이모씨의 차와 부딪혔다. 당시 검찰은 ‘도로를 가로막고 있던 이씨가 황 전 총리가 타고 있던 차를 고의로 부딪쳤다’고 보고 이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0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서 블랙박스 영상 편집 의혹을 제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영상 자체는 시동을 끄면 녹화가 중단되는 상황이라 영상이 비어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의혹이 제기되면 법률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감정하는 절차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낙연-황교안, 약점은 가까운 곳에?
김경수·이재명 선고 코앞…바짝 긴장

유시민

“여론조사에 넣지 말아 달라.”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계 복귀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대권후보로 꼽힌다. 최근 유 이사장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자 ‘알릴레오’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입장과 달리 유 이사장은 현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들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2월19일 공식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꽤 오랜 시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상황서 특별한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다만 유 이사장은 최근 ‘20대 남자 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한 출판사 주최로 열린 특강서 “저희 세대는 ‘여자는 대학을 안 가도 그만이다’라는 시대였다”며 “그러나 지금 20대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거의 여자였고 말 잘 듣는 여자애들은 선생님들이 예뻐해줬다. 남자들을 얼마나 차별했는지 느껴 온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남자들이 군대도 가야 하고, 여자애들보다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또래 집단서 보면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며 “자기들(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남자들이 불리하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또래 집단서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로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승민

잔류, 복당, 신당창당. 바미당은 정치권을 가로지르고 있는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유 전 대표가 소속될 정당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 전 대표의 결단에 따라 향후 행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인지, 바미당에 잔류할 것인지, 새로운 당을 창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인사청탁 의혹’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26일 SBS <김어준의 뉴스타파>는 ‘안종범 전 청와대경제수석의 문자메시지와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유 전 대표 등이 인사 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대표는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와 관련해 문자로 문의하고 사람을 추천했던 적이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지난해 대선과정서 똑같은 내용이 보도됐고 소명한 바 있다.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아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의 간판인 심 전 대표는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뒤를 잇는 정치인이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해 정의당의 입지를 제고했다는 평을 받는다. 

심 전 대표는 대선 이후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제 개편 요구가 야당 대표들의 단식으로 이어지면서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개특위에 이목이 집중됐다. 심 전 대표가 성과를 낼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여야 합의에 실패할 경우 대선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입지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정의당은 지난해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정의당의 숙제 중 하나인 외연확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

녹색 바람의 주인공.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 당시 녹색 바람을 일으킨 돌풍의 주역이었다. 낙선 이후 바미당을 창당했지만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고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안 전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당 공동대표직을 사임하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의 정치 생명력은 현재 잠잠한 상태에 가깝다.
 

▲ ▲(사진 왼쪽부터)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안 전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안 전 대표가 돌아올 둥지는 흔들리고 있다. 바미당은 정계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고, 당내 인사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그의 정치적 상징성 또한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그가 복귀 이후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두고 유 전 대표와 대립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의 송파을 공천을 밀어붙였고, 유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했다.

안철수·유승민 거취 따라 운명 결정
김부겸의 변수, 흔들리는 TK 민심 

이재명

변방의 장수. 지난해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는 그간의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불사했지만 결국 이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로 되돌아왔다는 평이다.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당시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친문(친 문재인)계는 이 지사와 대척점을 형성했다.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다.

일단락된 의혹은 이 지사에게 도덕성 흠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제기된 의혹은 정치적 공세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의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경수

연관 검색어 드루킹. 김 지사는 2018년의 마지막까지 드루킹과 함께했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지사로 당선됐지만, 김 지사의 ‘정치 주가’는 하락했다. 특검의 수사과정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허익범 특검은 지난달 28일 김 지사에 대해 ‘일탈한 정치인’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열리는데 이번 선고를 통해 김 지사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지사는 재판 결과를 통해 드루킹 의혹을 일거에 털어내겠다는 의중이다.

반면 1심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다면 상황은 급반전을 맞게 된다. 대권 도전은 물론이고 당장 도지사직의 수행도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김 지사는 연말이었던 지난달 31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고, 도정에는 한 치의 차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부겸

민주당의 TK 지킴이. 김 장관은 민주당의 대표적 험지인 TK(대구·경북)를 재수 끝에 탈환했다. 동시에 김 장관의 정치적 위상도 한 단계 상승했다. 김 장관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출마 직전까지 갔던 만큼 당내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전에 실시되는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현재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TK 수성에 실패할 경우 그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TK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TK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섰다. 차기 총선서 김 장관의 지역구에 한국당 깃발이 꽂힌다면 대권 출마에 먹구름이 낄 공산이 크다. 김 장관의 대권 출마는 TK 지역 사수에 달려 있다는 평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에선 이 총리가 1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선 황 전 총리가 1위를 기록했다. 전·현직 국무총리가 보수, 진보 진영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유 이사장의 요청으로 해당 여론조사에선 유 이사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 26~28일 조사를 진행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무당층서 이 총리가 19.2%로 가장 앞섰다. 이어 이 지사가 11.7%, 박원순 서울시장이 10.7%, 김 지사가 8.7%, 심 의원이 7.4%, 황 전 총리가 6.2%, 유 의원이 5.8%,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6%, 김 장관이 4.1%,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7%, 손 대표와 안 전 공동대표가 각각 2.8%를 기록했다. ‘없음’과 ‘모름/무응답’은 각각 8.7%와 3.6%를 기록했다.

보수야권·무당층에선 황 전 총리가 22.5%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오 위원장이 14.4%, 유 의원이 9.3%, 홍 전 대표가 9.0%, 이 총리가 5.1%, 이 지사가 4.9%, 김 지사가 4.7%, 안 전 공동대표가 4.5%, 김 장관이 4.2%, 박 시장이 4.1%, 손 대표가 2.2%, 심 의원이 2.0%를 기록했다.

‘없음’은 9.7%, ‘모름/무응답’은 3.4%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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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