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②이천 쌀문화전시관

임금님도 반한 밥맛의 비밀

▲ 쌀문화전시관 전경. 마당에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있다.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 한쪽에 놓인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예스럽다. 기다란 기와지붕을 이고 선 건물은 쌀문화전시관이다.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의 우수성,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 성종의 수라상 그림

전시실에 들어서면 성종의 수라상 그림이 펼쳐진다. 그 옆에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수라상의 주인공은 쌀밥이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15세기 말 이천 부사 복승정의 치적 자료에 따르면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면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리게 됐다”고 한다.
 

▲ ‘임금님표이천쌀’의 포장지 변천사

직접 체험

이렇게 시작된 이천 쌀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쌀알이 투명하고 밥에 윤기가 도는 추청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과 수확뿐 아니라 저장도 깐깐하게 관리해서 품질을 고급화했다. 이천의 미곡종합처리장 8곳을 통해 공동 수매하고, 건조와 저장, 가공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한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는 것도 쌀문화전시관의 자랑이다.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 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특히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오분도쌀은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체험이 가능하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벼가 쌀이 되었다가 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다음에는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고 한다.
 

▲ 벼훑이(홀태)로 탈곡 체험을 하는 어린이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벼훑이(홀태) 등 옛날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벼훑이로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질해서 쭉정이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벼훑이로 힘겹게 낟알을 떨구고, 허리 두드리며 절구질하고, 코가 간지러운 것을 참으며 키질해서 알곡을 만든 아이는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다.
 

▲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쌀문화전시관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
깐깐한 생산·수확·저장으로 품질 고급화

벼에 대한 전시물 중에 1998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의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기원전 1만5000~1만3000년 무렵의 볍씨가 발견됐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수천년이나 앞서 벼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소로리 볍씨’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1만2500년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벼농사가 본격화한 때는 약 3500년 전인 청동기시대이므로, 학계에서는 소로리 볍씨가 진짜 세계 최초의 볍씨인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 김홍도의 ‘추수도’ 탁본 체험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지루한 설명보다 재미난 체험 활동이다. 귀여운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하거나,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떠볼 수 있다. 모두 농업과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 이천농업테마공원 안내소는 쌀알을 닮았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농업테마공원 안에 있다. 이천농업테마공원은 도시민에게 농촌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천시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조성했다. 15만㎡가 넘는 부지에 쌀문화전시관, 체험용 경작지인 다랑논, 쌀먹거리촌, 임금님표 이천 농식품 홍보·판매장 등이 있다. 쌀문화전시관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이며(월요일·1월1일·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 쌀문화전시관 마당 한쪽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도자기로도 유명한 이천은 이웃한 광주, 여주와 함께 ‘도자기 벨트’를 이루는데 홀수 해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개최한다. 이와 별도로 해마다 이천도자기축제도 연다. 
 

▲ 이천 도자기의 중심, 세라피아에서는 다양한 도자기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2001년 개최된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맞춰 문을 연 세라피아는 이천 도자기의 중심이다. 도자기를 뜻하는 ‘세라믹’과 천국이란 의미의 ‘유토피아’를 합쳐 만든 세라피아는 이름 그대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도자기 천국이다.
 

▲ 사기막골도예촌에는 골목마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과 도자기 매장이 있다.

사기막골도예촌은 동시대 도자기 장인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다. 이들이 고려와 조선을 잇는 전통 도자기 제조 기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법을 개발한 덕분에 이천은 현대 도자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천시 사음동 일대에 조성된 사기막골도예촌에는 골목마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과 도자기 매장이 서 있다.
 

▲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과 쉼터가 있는 설봉공원

도자기도 유명

지난해까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린 설봉공원은 시원한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과 쉼터가 있다. 올해부터 새로 조성된 예스파크(藝’s park)로 행사 장소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봄가을이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축제가 없는 날에는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설봉공원→세라피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설봉공원→세라피아 
둘째 날: 사기막골도예촌→예스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이천문화관광 http://tour.icheon.go.kr
- 이천농업테마공원 www.2000farmpark.or.kr
- 사기막골도예촌 www.sagimakgol.com  

문의 전화
-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5-3670~1
- 쌀문화전시관(이천농업테마공원) 031)632-6607
- 세라피아(한국도자재단) 031)631-6501
- 사기막골도예촌 031) 638-838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이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회(06:00~22: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이천종합터미널에서 26-1번 버스, 어농보건진료소 앞 하차, 도보 약 17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이천종합터미널 1688-3320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호법 JC→남이천 IC→공원로 대월·설성 방면→이천농업테마공원(쌀문화전시관)

숙박 정보    
- 이천부띠끄XYM: 이천시 경충대로 2529번길, 031)637-3100, www.xym호텔.com
- 미란다호텔: 이천시 중리천로 115번길, 031)639-5000, www.mirandahotel.com
- 지산메이플콘도: 마장면 지산로, 031)638-5940, www.jisanresort.co.kr
- 이즈호텔: 이천시 이섭대천로, 031)637-8611

식당 정보
- 외할머니집(손두부): 모가면 사실로, 031)635-7270
- 느티나무집(삼계탕): 이천시 부악로, 031)635-8532
- 가든이천공원(생등심): 부발읍 경충대로2300번길, 031)636-9222
- 점봉산산채마을(산채정식): 이천시 경충대로, 031)638-0811

주변 볼거리
도드람산 삼봉, 설봉산 삼형제바위, 이천 설봉산성, 이천산수유마을, 예스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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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