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①서울 뮤지엄김치간

김치의 사연과 체험이 한자리에에

▲ 인사동에 자리한 국내 첫 김치 박물관, 뮤지엄김치간(間)의 외관

밥상 위 김치를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서울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첫 김치박물관이다. 1986년 김치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2015년 삼성동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했다. 박물관 관람은 김치의 발효처럼 ‘조금 느린’ 템포가 어울린다. 비록 소규모 시설이지만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 등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알차게 꾸몄다. 박물관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뮤지엄김치간 내부 전경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와 김장 문화라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의 담소가 낮게 깔린다. 김치 담그는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사람도 있고, 배추가 빨갛게 버무려지는 가상현실에 신난 꼬마도 있다. 뮤지엄김치간에서는 김치의 역사를 만나고, 냄새를 맡고 맛보며 직접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 ‘김치마당’ 중앙에 마련된 사이버 김치 테이블

직접 체험

박물관은 4~6층을 각각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4층 ‘김치마당’은 박물관 투어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전면은 하늘에서 본 장독대를 형상화한 커다란 항아리가 벽을 채운다. 예전에 김치의 맛을 좌우한 지역별 옹기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강원도에서 김치를 보관할 때 사용하던 나무 항아리도 전시한다. 김치마당에 들어서면 일단 벽에 있는 도표를 따라 김치의 역사를 살펴본다. 인류가 채소를 저장해 절임 채소를 만들어 먹은 것은 4세기경이고, 배춧잎 사이에 소를 넣은 통배추김치와 보쌈김치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말기라고 한다. 김치마당 중앙에는 사이버 김치 테이블이 마련되어, 배추와 양념에 손을 대고 버무리면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김치사랑방’ 부뚜막에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다.

본격적인 한국의 김치 문화는 ‘김치사랑방’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전시 공간에서는 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옛 부엌을 빌려 김치의 스토리를 설명한다.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는 부뚜막에서는 발효의 가치를 알려주고, 찬마루에서는 마늘과 생강 등을 갈아 김칫소를 만들 때 사용하던 확독을 만져볼 수 있다. 옛 여성의 살림 내공이 엿보이는 찬장에는 각종 그릇과 김치 모형이 들었다. 이어지는 ‘과학자의 방’은 김치 발효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곳이다. 김치 과학자의 비밀스런 실험실 풍경이 펼쳐지며, 현미경으로 유산균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실물 김치 수십 종이 보관된 ‘김치움’

5층으로 올라가면 박물관의 자랑거리 ‘김치움’이 비밀의 빗장을 푼다. 김치움을 비롯한 특별 공간은 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김치움은 실물 김치를 보관하는 곳으로,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김치 수십 종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실물 절임 채소도 전시 중이며, 유산균이 발효되는 장면을 소리와 함께 모니터로 볼 수 있다.
‘김치영상실’에서는 전라도 고들빼기김치, 강원도 북어김치 등 지역별 김치 담그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감상할 수 있다. 김장하는 과정을 닥종이로 재현한 전시 공간을 지나면 세계 속의 김치를 만나는 시간이다. 김치 요리를 파는 해외 식당, 선인장으로 김치를 담근 쿠바 교포를 비롯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나물로 김치를 담그는 북한의 사연도 전시된다.
 

▲ 5층에 전시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김치 관련 유물·디지털 콘텐츠 결합
CNN 선정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

6층은 체험 공간이다. ‘김장마루’에서는 김치 담그는 실습을 한다. 각종 양념으로 버무린 소로 전통 김치를 담그는 김치 수업이 진행된다. 백김치와 통배추김치 담그기, 강사 없이 김치를 담그는 셀프 김치 체험 등이 주중과 주말 오후에 진행된다. 어린이김치학교와 외국인 대상 김치 수업도 곁들여진다.
김치 담그기 체험이 아니라도 ‘김치맛보는 방’에서 세 가지 김치를 시식하고, 다양한 김치 레시피를 챙길 수 있다.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이 마련되어 김장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의 음식 문화유산을 스크린으로 만난다.
 

▲ ‘김장마루’에서 열리는 어린이김치학교 수업 장면 <사진제공:뮤지엄김치간>

뮤지엄김치간은 (주)풀무원이 사회 공헌 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슨트 투어를 실시한다. 김치 모양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있으며, 전통 한복 체험도 가능하다. 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다(월요일·1월1일·12월25일·명절 연휴 휴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유아 2000원이다(체험료 별도).
 

▲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 마련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

인사동길로 나서면 또 다른 ‘맛’있는 박물관이 눈에 띈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 국내외 차 60여종과 다기를 전시한 공간이다. 입구와 벽면에는 차의 원재료가 진열된다. 매화와 복숭아꽃, 무궁화 등으로 만든 각종 꽃차의 유래를 살펴보고, 한옥 카페에서 차도 맛본다. 유물과 도자 작품이 전시돼 차향과 더불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박물관 입장은 무료.
 

▲ 뮤지엄김치간에서 판매하는 김치 모양 열쇠고리

전통 음식과의 조우는 자연스럽게 한옥 공간 나들이로 이어진다. 낙원상가 인근의 익선동 한옥거리는 북촌, 서촌에 이어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좁은 골목에 빼곡히 맞닿은 한옥을 개조해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섰다. 붐비는 주말 오후를 피하면 한적하게 1920 년대 한옥 골목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 국내외 차 60여 종과 다기를 전시한 아름다운차박물관

동화 속 장면 같은 도서관은 삼청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북촌 너머 삼청공원은 국내 1호 공원으로,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숲속도서관이 공원 숲 가운데 있다. 도서관은 ‘종로구의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됐으며 북카페 서가나 지하1층 열람실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숲이 다가선다. 이곳 북카페는 커피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선 익선동한옥거리
▲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서울 둘레 산책 ‘안산자락길’


서울 산자락 둘레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안산자락길로 향한다. 서대문구 안산자락길은 건너편 한양도성 인왕산구간과 달리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가량 이어진다. 무악으로도 불린 안산에는 잣나무와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등이 서식하며, 무장애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산책길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영천시장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 정도 이어지는 안산자락길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삼청공원 숲속도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운현궁 
둘째 날: 창덕궁 후원→고종의길→삼청공원 숲속도서관→안산자락길→영천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종로엔다있다(종로구청 역사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jongno.go.kr
- 뮤지엄김치간 www.kimchikan.com
- 아름다운차박물관 www.tmuseum.co.kr  

문의 전화
- 인사동관광안내소 02)734-0222
- 뮤지엄김치간 02)6002-6456
- 아름다운차박물관 02)735-6678
-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02)734-39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인사동길 300m 직진, 오른쪽.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 인사동길 200m 직진, 왼쪽.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삼일대로→안국역 방향   

숙박 정보
- 토요코인호텔 서울동대문점: 중구 퇴계로, 02)2267-1045, www.toyoko-inn. kr
-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종로구 삼일대로30길, 02)6730-1101, https://ibis.ambatel.com/insadong
- 호텔더디자이너스 종로: 종로구 수표로, 02)2267-7474, www.hotelthedesigners.com/jongno
- 센터마크호텔: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hotel.com

식당 정보
- 메밀꽃필무렵(메밀칼국수): 종로구 효자로, 02)734-0367
- 삼삼뚝배기(김치찌개): 종로구 동숭길, 02)765-4683
- 한옥집 서대문본점(김치찜): 서대문구 통일로9안길, 02)362-8653
- 낙산냉면(냉면): 종로구 지봉로5길, 02)743-7285

주변 볼거리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 발효아카데미괴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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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