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리포트

‘규모, 선수 기량, 재미’ 사상 최강

지난 2008 KLPGA는 25개 정규대회를 개최하고 총상금도 지난해의 55억원 보다 32억원이 늘어난 87억원으로 개최했다. 여기에 LPGA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과 한일국가대항전 등 상금순위에 포함되지 않는 대회의 상금까지 합치면 총 상금액은 120억원에 이른다. 투어의 규모만큼이나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던 2008년 KLPGA 투어를 뒤돌아본다.

올해 KLPGA 투어를 정리하면 ‘지존’인 신지애의 활약과 신지애를 추격하는 이들, 그리고 신인들의 활약상 이렇게 세 가지 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신지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도 역시 신지애(20·하이마트)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고 한 해를 돌아본 결과 그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하지만 독주라고 표현하기에는 미흡함이 느껴질 정도로 올 시즌 KLPGA투어는 혼전의 양상을 보였다. 이 현상은 신지애가 외국으로의 외도(?)가 잦아지면서 그 틈을 타 우승컵을 수집한 거물급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어를 한층 재미있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 9승을 거두며 1인 천하를 일궈냈던 신지애는 중국에서 열린 2008시즌 첫 대회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7승을 거두며 ‘지존’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신지애는 지난해에 이어 상금 6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상금 7억원을 돌파하며 한국프로골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신인들의 겁 없는 도전에 ‘지존’ 신지애도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시즌 2승을 거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이일희(20)와 1타차 대결을 벌였고 3승째와 4승째를 올린 ‘태영배 한국여자오픈’과 ‘비씨카드 클래식’에서는 모두 연장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상반기에 4승을 거뒀지만 모두 힘겨운 승부를 펼치며 전문가들은 신지애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신지애는 상반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지를 쉴새없이 옮겨 다니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도 일본에서 3월에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을 우승하며 JLPGA투어 풀시드권까지 확보했다.
하반기에 들어선 신지애는 시즌 5승째를 역시 메이저대회인 ‘신세계 KLPGA 선수권대회’에서 거뒀고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까지 우승하며 올해 열린 총상금 5억원짜리 대회(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 KB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를 모두 독식했다.
여기에 신지애는 한 시즌 열린 메이저대회(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대회, KB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를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KLPGA 30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기록이다.
시즌 7승을 거둔 신지애는 프로데뷔 3년 만에 통산 19승을 달성해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KLPGA투어 영구시드권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에서의 활약만으로는 만족을 못한 신지애는 무대를 영국으로 옮겨 US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던 ‘리코컵 브리티시오픈’까지 삼키며 진정한 ‘메이저퀸’으로 탄생했다. 이로써 신지애는 퀄리파잉 스쿨을 거치지 않고 KLPGA투어, JLPGA투어, LET(유러피언투어), USLPGA투어를 무혈입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존’ 신지애 활약과 신지애 추격자, 신인들 활약 양상
172센티미터 큰 키에 아름다운 미소 가진 서희경 출현

신지애는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과 US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USLPGA 비회원으로 한 시즌 3승을 거둔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해 국내와 국외에서 신지애는 11승을 챙겼고 약 41억9000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2008년 11월24일 현재).
KLPGA투어를 주무대로 하면서도 세계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린 신지애는 내년도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고자 미국행을 선택했다. 언젠가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27·멕시코)를 밀어내고 당당히 ‘세계 지존’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지애의 독주로 끝날 것 같았던 2008시즌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던 스타가 탄생했다. 172센티미터의 큰 키에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필드의 슈퍼모델’ 서희경(22·하이트)이 바로 그 주인공.
올해로 프로 3년차를 맞이한 서희경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반기 첫 대회로 열린 ‘하이원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은 화려하게 비상을 시작했다. 생애 첫 우승을 ‘와이어투와이어’로 장식한 서희경은 그 다음 주에 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3차 대회’까지 2주 연속 우승을 하며 KLPGA투어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모두 그 바람은 여기까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희경은 바로 다음 주에 중국에서 열린 ‘빈하이 오픈 2008’까지 우승하며 박세리(31), 김미현(31·KTF)에 이어 10년 만에 3주 연속 우승을 재현했다.
서희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8 가비아 인터불고 마스터스’,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하반기에만 시즌 6승을 챙겼다.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로 탄생한 서희경은 당분간 국내투어에 머무르면서 KLPGA투어의 인기몰이를 주도해나갈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서희경과 더불어 올해 KLPGA투어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미모도 뛰어난 굵직한 스타들이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KLPGA 신인왕 김하늘(20·코오롱엘로드)은 상반기 ‘휘닉스파크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힐스테이트 서경 오픈’과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까지 우승해 시즌 3승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하늘은 800여 명이 가입한 ‘하늘사랑’이라는 팬클럽까지 생겼고 그들은 김하늘이 참가하는 대회라면 전국 어디든지 따라다니면서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팬클럽이 이렇게 활성화되면서 KLPGA투어의 갤러리문화는 팬클럽에서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보는 이들도 즐겁고 함께 응원하는 이들도 흥에 겨운 대중적인 스포츠로 점차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하늘과 함께 미녀골퍼로 손꼽히는 선수로는 홍란(22·먼싱웨어)을 들 수 있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홍란은 주먹만 한 얼굴에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골퍼 중 한 명이다. 홍란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에서 자신의 2번째 우승을 거둔 직후 가장 친한 친구인 서희경에게 우승재킷을 입혀주며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서희경은 하반기 첫 대회에서 생애 첫 감격의 우승을 거뒀다. 당시 서희경은 친구 홍란에게 인터뷰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여도 개인 스포츠라는 골프의 한계점이 있음에도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등 뜨거운 우정을 보여줬던 홍란. 미모와 실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까지 보여주며 골프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항상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윤채영(21·LIG), 한현정(20·푸마), 정재은(19·하나금융) 등도 뛰어난 미모로 국내 필드를 빛냈다. 이들과 더불어 이보미(20), 강다나(18), 양수진(17) 등이 신인으로 활약할 내년에는 국내 투어가 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박희영(21·하나금융)과 최나연(21·SK텔레콤)이 시즌 막바지까지 신인상을 놓고 접전을 펼친 이후 3년 만에 다시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신인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혈전을 벌였다.
그 주인공은 2006년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최혜용(18·하이마트)과 유소연(18·하이마트), 그리고 지난해 드림투어(2부 투어) 상금왕 김혜윤(19·하이마트) 등 3명이다.
이들 중에서 유소연이 가장 먼저 웃었다.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유소연이 생애 첫 승을 가장 먼저 거뒀다. 그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3번의 준우승을 거두는 등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그 위력을 잃었다.
반면 상반기 막바지까지 우승 없이 준우승만 3번을 기록했던 최혜용은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줄곧 신인상 포인트 부문 2위를 달리다가 유소연을 역전시킨 것은 지난 10월에 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
신은 이들 중 최혜용의 손을 들어주었다.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유소연은 안타까운 실격을 당하며 한 걸음 물러섰고 이 틈을 타 최혜용은 공동 2위에 오르며 신인상 포인트 1위에 올라섰다. 최혜용은 여세를 몰아 남은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생애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확정했다.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 부문 선두권을 위협했던 김혜윤은 상반기 손목 부상으로 2개 대회를 불참했던 것이 아쉬웠다. 결국 김혜윤은 신인상 부문 3위에 오르는 데에 만족해야 했지만 2년차를 맞이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올해 KLPGA투어를 돌아보면 새로운 형태의 대회들이 많이 개최됐다. 특히 지난 5월에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올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김혜윤이 16강전에서 박지은(29·나이키골프)과 8강전에서 신지애를 차례로 물리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3~4위전과 1~2위전 모두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게 진행되면서 연일 언론에 이슈를 제공했다.
이 대회에서는 프로 4년차 김보경(22·던롭스릭슨)이 신인 최혜용과 마지막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결국 김보경이 최혜용을 1 Up으로 눌렀고 당시 캐디를 봤던 아버지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상반기에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KLPGA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인 8억원이 걸린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이 개막전으로 열렸다. 하이원컵은 자선 형태로 열려 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2억원) 중 참가 선수들의 뜻을 모아 1억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따뜻한 대회로 개최됐다.
또한 서희경이라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고 이후 시즌 6승이라는 위업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우승상금 2억원이라는 잭팟을 터뜨린 서희경은 하이원컵을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 말했고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라고덧붙였다.
한편 서희경이 시즌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는 KLPGA와 LET(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해 양대 투어의 상금 순위 대상 대회로 치러졌다. 서희경은 이 대회 우승으로 2011년까지 LET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부여받기도 했다.
KLPGA 투어가 지난해 20여 개, 올해 25개 대회 이상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매주 열리는 대회에 적응하기 위해 지난 겨울철과 하반기를 대비한 휴식기간에 선수들은 근력강화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나갔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골프다보니 이들의 실력이 늘었고 그만큼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나 TV중계를 시청하는 골프팬들이 자연스럽게 경기 곳곳에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2008 KLPGA 투어가 12월 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일국가대항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신지애가 빠지는 2009년. 서희경을 필두로 한 미녀군단이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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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