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투어’ 현주소

환율상승·경기침체로 ‘상종가’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로 공항이 붐빌 시기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원 달러 환율이 급상승했고 국내외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게 되면서 따뜻한 나라를 찾아 떠나려던 국내 골프관광객들이 제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골프투어의 현주소를 좇아봤다.


서울 강남에서 큰 중국집을 경영하는 강모(48)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로 친구들과 해외골프여행을 계획했다가 환율상승과 유류 할증료로 인해 비싸진 항공료 때문에 해외투어를 포기하고 2박3일 동안 70여만원으로 제주도 골프투어를 다녀왔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골프를 포함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지난해 5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9월과 10월에는 무려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의 방한 외국인은 58만7853명으로 작년 동기의 55만7825명에 비해 5.38%가 늘었지만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81만87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만5650명에 비해 19.39%나 줄었다.
이렇듯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지난해 5월 109만9977명으로 1년 전보다 0.7% 줄어들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뒤 6월에는 5.6%, 7월에는 12.5%, 8월에는 11%가 줄었는데 9월에는 19.39%나 급감해 감소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0월 통계는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년 동기보다 해외여행객 수가 8~10%가량 줄어든 것으로 관계 기관들은 추정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자제하거나 중단하는 등 사회 전반에 해외여행을 자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9월 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58만7853명으로 작년 동기(55만7825명)보다 5.38% 늘었고 같은 기간 방한한 일본인도 20만22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10월에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작년 동기에 비교해 20% 가까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는데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여행 상품 가격이 오르고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비용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증하듯 10월은 여행수지가 7년여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여행수지는 9월 3억86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2004년 5월 2억8700만 달러 적자 이후 4년4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의 적자를 냈다.
10월 들어서도 해외 여행객 수가 크게 감소한 데다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여행객들의 씀씀이도 줄어 여행수지는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지난 10월25일까지 여행수지를 자체 집계한 결과도 3억5000만 달러 흑자로 잠정 추산됐다.
여행수지는 2001년 4월 3억 달러 흑자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으며 적자 폭도 갈수록 확대돼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해외여행 경비로 축내는 구조가 고착화돼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관광공사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끼어 있어 내국인의 해외여행 감소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절정을 이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급감하고 있다”면서 “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어 관광수지 적자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나가서도 씀씀이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작성한 ‘관광수지 현황’에 따르면 8월에 내국인 1인당 해외여행 지출 경비는 988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은 국내에서 1016달러를 썼다. 해외관광객들도 줄었지만 해외에서 씀씀이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내국인 1인당 월별 해외 지출액이 1000 달러 이하를 기록한 것은 8월이 처음이며, 내국인의 1인당 월별 해외여행 지출액이 방한 외국인의 지출액보다 적은 것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그만큼 내국인의 지갑 사정이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월의 내국인 1인당 해외 골프투어 지출액은 9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가 줄어든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지출액은 1016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14.6%가 늘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올 상반기 해외골프투어를 나간 골퍼는 지난 1년간 평균 해외투어 횟수는 3.1회로 지난해 조사 시점에 비해 0.9회가 늘었으며 주요 방문 국가는 중국(46.4%)이 가장 많고 태국(36.8%), 일본(10.7%), 미국(8.3%), 필리핀(5.8%) 순이었다.
골프투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7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4점과 비슷한 수준이며 향후 해외골프투어 희망 국가는 일본이 27.1%, 미국이 21.5%, 호주가 17.3%로 1위에서 3위까지 차지했다.
1월부터 8월까지 내국인의 1인당 해외여행 지출액은 1130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3.9% 줄어들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지출액은 1118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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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해외로 나가던 국내 골퍼들이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제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제주의 골프장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도내 26개 골프장을 찾은 관광객은 71만3736명(내국인 68만7099명, 외국인 2만66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만3048명(내국인 54만2502명, 외국인 3만546명)보다 24.6%(14만688명)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골프관광객을 보면 1월과 2월에는 4만~4만4천여명에 그쳤으나 3월부터 5월에는 6만8000~8만9000여명으로 매월 1만명 정도 불어나다가 6월과 7월에는 장마의 영향으로 6만6000~7만1000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8월 들어서는 장마가 끝나 라운드하기에 적절한 날씨가 이어지고 환율급등에 따른 경제 위기감이 고조돼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도내 골프장 이용객이 9만명으로 다시 늘었고, 10월에는 10만1천532명으로 월간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이후 환율급등으로 해외로 나가던 골프여행객들이 제주로 발길을 돌린 데다 도내 골프장업계가 연초부터 카트비를 내리는 등 요금인하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골퍼들의 호감을 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골퍼들이 몰리면서 도내 26개 골프장은 11월은 물론 12월까지 주말(금요일 오후~일요일 오전)에는 이미 95% 이상 예약이 끝나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며 주중에도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예약이 쉽지 않은 상태다.
강성보 제주도 골프장담당자는 “도내 18개 골프장이 8만원이던 카트비를 4만원으로 내리는가 하면, 일부는 그린피를 중국 수준으로 인하하고 캐디선택제를 도입하는 등 업계의 자구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 겨울철에는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 좌석이 주당 30만3870석으로 지난해보다 18%가 증가했고 특히 제주-김포노선은 주당 19만846석으로 26%가 늘어나 제주를 찾는 골프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는 올해 골프관광객에 의한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3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올해 제주도를 방문한 골퍼를 포함한 총 관광객이 지난 11월4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 들어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등 모두 500만8940명으로 집계돼 지난해(11월27일)보다 23일이나 앞당겨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관광객 446만4469명보다 7.4%가 증가한 것이며 제주도의 올해 관광객 유치목표인 580만 명의 86% 수준이다.
제주도는 환율급등에 따른 해외 관광비용 증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내국인들이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고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수학여행단을 주축으로 전년대비 29% 이상 증가하면서 관광객 500만명 돌파시점이 빨라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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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