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②> <국회의원 153명에게 물었다> 이명박 정부 ‘중간 점검’


“경제 위기 극복에 힘써라.”
<일요시사> 설문에 참여한 국회의원 153명 중 86%정도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급히 해야 될 과제로 경제 위기 극복을 손꼽았다. 또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잘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요시사>는 기축년을 맞아 18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를 비롯해 ‘2009년 한국 경제’를 전망해봤다.

<일요시사>는 여야 국회의원 153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월1일부터 20일간에 걸쳐 서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1996년 IMF 시절보다 현 한국 경제 위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IMF때와 현 한국 경제 위기상황을 비교해 볼 때 어떤가’라고 묻는 질문에 ‘안 좋다’라는 의견이 43%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비슷하다(33%)’, ‘매우 안 좋다(18%)’, ‘현 상황이 더 낫다(6%)’ 순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1년 평가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부정적인 평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국회의원 가운데 35%가 ‘매우 못했다’고 답했다. 또 26%도 ‘못했다’고 밝혀, 무려 61%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낙제점’을 줬다.

반면 ‘보통이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였고, ‘잘했다’고 밝힌 국회의원은 8%에 그쳤다. 눈에 띄는 점은 ‘매우 잘한다’고 평가한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와도 대동소이하다. 이 대통령을 일반 국민보다 더욱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이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해가는 국회의원들이 느끼는 ‘실망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쇠고기 파동’, ‘강부자 내각’,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경제 악화’ 등이 이 대통령의 발목을 받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 논란으로 여성부 이춘호·통일부 남주홍·환경부 박은경 내정자가 잇따라 사퇴했다. 또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한 언론사에서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방송이 방영되면서 ‘촛불 시위’로 번졌다. 더 나아가 ‘이명박 퇴진론’까지 거론됐다. 게다가 미국발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이 대통령의 7·4·7공약도 폐기되었던 것.

한국 경제위기 회복 시기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 구상으로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 극복 시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 경제 위기가 회복될 시기는 언제인가’라는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2년 후(2010년)’란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내년 하반기’이란 응답자는 31%로 나타난 반면, ‘내년 상반기’란 응답은 1%에 그쳤다. 또 ‘3년 후(2011년)’는 14% 불과했고, ‘모름, 무응답’은 7%. 국회의원들은 경제 회복 시기를 내년 하반기에서 2011년으로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경제회복 시기를 이같이 전망한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제’가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까지 대두되었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년 후’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국제적인 금융위기와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경제침체는 우리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부적인 노력과 함께 국제환경이 개선되어야만 국내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 시기는 2년 후쯤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의원은 “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어 세계 경제가 동반 상승하는 시기까지 자력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년 후에나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상황의 어려움은 국내 문제라기보다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동반 침체현상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국내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30조원 유동성 자금 투입 등)와 미국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 통과 및 오바마 신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 상반기’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IMF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이면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름, 무응답’으로 응답한 한 의원은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 빠른 시일 안에 회복은 힘들다. 그러므로 경기회복 속도가 천천히 이뤄질 것이고 현재 수정해 가고 있는 정책이나 부양책들이 효과를 보는 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시급한 해결 과제

‘이명박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 의원 가운데 86%가 ‘경제 위기 극복’이라고 답했고 ‘사회 양극화를 해결해야 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해결’이라는 응답은 3%, ‘지역통합’도 2%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된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남북관계와 우리나라 고질병 중 하나인 지역갈등 해소라고 응답한 국회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기타 의견(4%)으로는 무너진 사회질서 회복, 교육개혁, 신뢰회복 등이 나왔다.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결해야 될 문제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앞으로 주력해야 될 분야

국내 경제 위기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3월 위기설’ 등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주력해야 될 분야’ 가운데 무려 80%가 경제라고 응답했다. 반면 ‘빈부격차 해소’라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정치’라고 답한 의원은 2%로 나타났다. ‘기타’도 6%에 달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올바른 역사 정립, 남북관계 개선, 교육 개혁, 법질서 확립, 신뢰 회복이라고 응답하는 의원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정책 중 기대되는 분야

‘정책 중 기대되는 분야는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국회의원들은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바로 세우자·3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7·4·7공약(10%)과 부동산 대책(5%), 한반도 대운하(2%)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기타의견도 8%에 달했다.

기타의견으로는 수도권 규제 완화 6%, 친환경 녹색성장 2%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응답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38%는 ‘없다’고 답해 이명박 정부 정책에 기대할 것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 향후 행보

‘남은 임기 동안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잘 대처해날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응답한 의원들의 의견이 팽팽했다. ‘잘할 것’이란 응답자가 52%를 차지했고 ‘못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48%나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회의원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여전히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시사> 설문과정에서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집권 1년차에 충분한 학습이 됐기 때문에 2009년부터는 총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의원은 “나라가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던지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는 말처럼 어려운 여건에서의 정권 교체 후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고 잃었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차츰 회복할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 국면에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정치 발전 및 국가 부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한 의원은 “지나치게 특정지역, 특정계층, 특정 이념 등을 지향하고 있고 지극하게 편협하고 배타적, 폐쇄적 리더십을 정부 지도층과 여당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모색해가고 있는 정치·경제적 현실을 도외시한 채 여전히 시장주의적 접근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남북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책들로 인해 사회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뼈있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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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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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