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7)

세상모르고 자던 범인, 불청객 등장에 ‘헉’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감적으로 느껴진 범인 거처, 움츠러든 피해아동
도주하려던 성추행범 단박에 제압 “가만있어!”

혹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미를 잘 아는지라 잘못하여 민 사장이 사고라도 칠까 하는 염려에서 미연에 주의를 주고자 했다. 말을 끝내고 내가 선두로 계단을 오르자 내 뒤를 후배가 따랐고, 딸과 김 사장이 뒤를 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몸이 건강치 못한 부인은 맨 나중에 천천히 따라 올라왔다.

2층에는 양쪽으로 작은 골방이 3개씩 모두 6개의 방으로 나열돼 있었는데, 전부 밖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방이 있었는데 남자 운동화가 아무렇게나 벗어진 채 놓여 있는 것이 왠지 인적이 느껴졌다.

나는 방문 앞에서 멀찍이 있는 김 사장 부인을 향해 손짓발짓으로 이 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인이 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딸애가 우리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방문 앞까지 와서는 무언가에 놀라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직감적으로 그 방이 놈의 방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혹 실수라도 할까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딸애를 뒤에 두고 살며시 노크를 했다.
똑똑.
똑똑.
몇 번이고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다시 몇 분을 기다리다가 살며시 방문을 열어보았다. 손에 땀이 흐르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조심스러운 접근

안을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골방에 덩치가 큰 서른 초반의 사내가 속옷 차림으로 누운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그는 방문을 여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코를 골고 있었다. 초라한 방에는 싸구려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벽에 걸려 있고, 휴지통이며 속옷 나부랭이가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나는 김 사장 딸에게 이놈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손짓으로 신호를 했다. 딸애는 나를 방패삼아 내 옆에서 그놈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는 자기 어머니를 향해 도망치듯 걸어갔다.
나는 자고 있는 놈이 김양을 추행한 놈으로 확신하고, 옆에 있던 후배에게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후배도 이미 내 뜻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방안으로 훌 쩍 뛰어 들어서는 놈의 다리를 툭 걷어차며 깨웠다. 
“어이, 아저씨 일어나 봐요.”


그러나 약하게 찼는지 아니면 놈이 잠에 너무 깊이 빠졌는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후배가 다시 걷어차며 놈을 깨웠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봐.”
몇 번 건드리고 나서야 잠이 깬 그가 불청객이 왔음을 느꼈는지 “어, 헉!”하며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놈은 갑자기 낯선 사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서 있음에 놀란 듯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꿈인가 생시인가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사태를 파악하려는 놈에게 김 사장이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릴 듯이 외쳤다.
“너, 이 노옴!!”

그러면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김 사장을 내가 붙들고 말렸다. 혹시 잘못해서 불상사가 일어날까 염려 되어서였다.
“누, 누구세요?”
놈이 얼결에 물으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서려는 순간,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감시하던 후배가 놈의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가만있어!”
후배가 소리치며 그를 다시 주저앉혔다. 내가 그 놈에게 경고를 주었다.
“어이, 이봐,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만약에 움직이면 가만 안둘 꺼야.”
“누구신데 이래요. 왜 그러세요?”
이제 조금 정신이 드는지 놈이 항의하듯 거칠게 물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떨어져 있는 김 사장 딸을 손짓해서 불렀다.

딸이 모친과 함께 두려운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그놈을 보고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그제야 사태를 눈치 챈 그놈이 비로소 우리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 당신, 이 아가씨가 누군지 알지? 똑바로 대답해. 응?”
내가 그렇게 윽박지르는데 김 사장 내외가 놈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에이, 나쁜 놈! 어떻게 성하지도 않은 내 딸을 건드려….”
악을 쓰듯이 소리 지르는 내외를 보고 있던 놈이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잽싸게 몸을 일으키더니 방을 뛰쳐나가려고 했다.
“잡아!”

건장한 체구의 범인

내가 고함치며 방문을 막아섰다. 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후배가 놈을 다시 주저앉히기 위해 목덜미를 꽉 움켜잡고, 동시에 발을 걸어 뒤로 확 잡아당겼다.
헉!
놈이 앞으로 달려가다 목이 걸리자 뒤로 발랑 나자빠졌다. 그것도 잠시, 몸을 가누는가 싶더니 다시 일어나서 방안에 있던 옷걸이를 집어 후배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러나 태권도로 다져진 후배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후배는 놈의 의도를 예견이라도 한 듯, 몸을 날려 한손으로 옷걸이를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벽에다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고는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놈은 “퍽” “억” 소리를 내면서 벽에 몸을 부딪치고, 정강이를 걷어차이자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버텼다. 그는 키가 180cm는 돼 보이고 몸무게도 꽤 나갈 것 같은 건장한 체구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후배와 그놈과의 힘겨루기가 더 이상 지체하다간 상황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급한 김에 신발을 신은 채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후배와 맞붙고 있는 그놈의 왼쪽 무릎 뒤 오금쪽을 힘껏 걷어찼다.

“억!”하고 일격에 차인 놈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주저앉더니, 다시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몸을 뒤틀었다. 나는 일어서려는 놈의 옆구리를 정권으로 내지름과 동시에 허벅지를 구두발로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며 제압을 했다.
“야, 이 자식아, 너 감옥가고 싶어? 아니면 죽고 싶어? 어디서 설치는 거야. 응?”
옆구리를 얻어맞고 허벅지를 걷어차인 그놈은 “어 억!”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 자리에 푹 고꾸라지면서 양손으로 몸을 감싸 쥐고 죽겠다는 시늉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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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