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스포츠 스타 '대물림' 두드러지는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02 14: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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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운동'이라서?

스포츠 스타들의 2세가 부모의 뒤를 따라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980~90년대 국내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스타 선수들의 2세들이 지금은 20~30대로 성장했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뛰어난 신체조건, 운동능력과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2세들의 대물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2세 운동선수들은 선천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의 활약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운동과 인연을 맺기도 한다. 요즘은 스포츠 스타가 되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기에 부모도 2세가 같은 길을 선택하는 것을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 추세다.

구타·얼차려 등 갖은 어려움과 힘든 훈련을 겪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스포츠 교육현장이 어느 정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스타 선수들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든든한 후원자로서 2세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같은 운동선수 선택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아

올해 초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보다 10번째 선수가 더 주목을 받았다. 전주 KCC에 지명된 장민국(23)은 '돌고래 스파이커'로 유명했던 배구 스타 장윤창(52)씨의 아들이다.

장윤창씨는 "은퇴하고 미국에 공부하러 갈 때 가족과 함께 갔다. 민국이가 미국에서 농구를 처음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민국은 1m99㎝로 아버지(1m95㎝)보다 크다. 아버지의 우수한 운동인자를 제대로 빼닮았다. 장윤창과 같은 시기에 활약한 배구스타 한장석(50)씨의 아들 한승혁(20)은 프로야구 KIA의 투수다. 고교 때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져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로부터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승혁은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부자 간 다른 종목>


배구 장윤창-농구 장민국

야구 선동열-골프 선민우

배구 한장석-야구 한승혁

탁구 안재형-골프 안병훈

야구 김재박-골프 김기현

한장석씨는 "사실 배구나 농구를 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키가 크지 않아 신장의 제한을 덜 받는 야구를 시켰다. 아들도 야구를 재미있어 했다"고 설명했다. 한승혁은 중학교 때만 해도 보통 키였으나 지금은 1m86㎝까지 자랐다. 입단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쉰 한승혁은 KIA 마무리 투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요즘은 골프를 선택하는 2세가 많은 편이다. 30대 중·후반에 선수생명이 끝나는 다른 종목에 비해 골프는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고, 경쟁 선수나 동료들과 몸으로 부대끼지 않고 혼자만의 노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위험도 덜하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스포츠 스타 부모들은 2세가 좀 편한 운동을 하도록 골프를 권유하기도 한다.

잘 하면 '평생 직업'
골프 선택하는 2세 많아

탁구 스타 출신인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21)은 2009년 US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호철(57) 전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의 아들 김준(24)은 이탈리아에서 프로골퍼로 활약하고 있다. 김준은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가 골프매력에 빠졌다.

'적토마'로 유명했던 프로축구 고정운(46)씨의 딸 고아라(22)는 올해 KLPGA 2부 투어에서 상금 3위에 올라 내년부턴 정규투어선수로 활동한다.

스포츠 스타 2세들의 대물림 현상 '뚜렷' 
골프 비롯한 야구·농구·축구·배구 등 다양 

운동 메커니즘이 비슷한 야구선수 2세가 골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재박(58) 전 LG 감독의 아들 김기현(29)은 미국에서 레슨프로로 활동했다. 김용희(57) 전 롯데 감독의 아들 김재호(30)는 KPGA 프로 골퍼다. 해태의 거포였던 김준환(57) 원광대 감독의 딸 김상희(30)도 KLPGA 무대에서 뛰고 있다. '국보투수' 선동열(49) KIA 감독의 아들 선민우(22)는 고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해 지난해 8월 한국프로골프 Q스쿨 1차전을 통과했다.

같은 종목에서 부모의 명성을 이어가는 선수로는 축구의 차범근(59)-두리(32) 부자가 대표적이다. 차두리는 아버지가 누빈 독일에서 뛰었고 현재는 스코틀랜드 셀틱 소속이다. 차두리와 같은 팀인 기성용(23·셀틱)의 아버지도 축구선수 출신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이다.

<부담스러운 같은 종목>

축구 차범근-차두리

야구 이순철-이성곤

야구 유승안-유원상


        야구 송진우-송우석·송우현

      농구 허  재-허  웅·허  훈

        농구 하동기-하은주·하승진

야구에서는 명포수 출신 유승안(56)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원상(26)이 2005년 한화에 1순위로 입단해 지금은 LG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순철(51) KIA 수석코치의 아들 이성곤(21)은 청소년대표를 거쳐 연세대에서 외야수로 뛰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 송진우(46) 한화 코치의 아들 송우석(19)과 송우현(16)도 야구 선수다.

국내 최장신 센터로 명성을 날렸던 하동기(54)씨의 자녀는 남녀 프로농구에서 최장신을 자랑하는 하은주(29)-승진(27) 남매다. 두 선수 모두 아버지의 키를 그대로 이어받아 '거탑 남매'로 코트를 호령하고 있다.

'농구천재' 허재(47) KCC 감독의 두 아들 허웅·허훈도 농구선수가 됐다. 각각 연세대와 용산고에 재학 중이다.


부모 재능 이어받아 같은
종목 유망주들도 많아

스포츠 스타의 2세들에게 부모는 디딤돌이기도 하지만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주위의 지나친 기대, 부모를 넘어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스타 선수들은 자식에게 더 엄격할 때가 많다. 같은 종목이면 더욱 그렇다. 차범근 전 감독은 TV 해설 때 차두리의 플레이에 대해 좀처럼 칭찬하지 않았다.

 이성곤은 아버지 이순철 코치의 칭찬을 자주 듣느냐는 질문에 "프로야구에서 20년 넘게 몸담은 아버지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한참 멀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순철 코치의 부인이자 국가대표 승마선수였던 이미경씨는 "남편이 아들을 대할 때 좀 서운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편은 자신 혹은 라이벌로 지냈던 선수들의 기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성곤이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원래 운동선수 부모는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위 시선을 의식해서 야구장에 자주 가지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운동을 하는 아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다른 부모들은 쫓아가는데 나는 갈 수가 없었다. 아들을 가르치는 감독·코치가 모두 내 제자뻘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 2세들 중에서 부모의 명성을 뛰어넘은 선수는 많지 않다. 워낙 부모가 슈퍼스타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2세 선수들은 이제 20대 초·중반이다. 성장하는 미래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료 : <월간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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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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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