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가 부른 한미골프계 ‘구조조정’

“내년에는 어쩌나?”

세계적인 불황이 여지없이 지구촌 골프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인한 내년 시즌 기업들의 대회 후원 포기와 선수들과의 계약문제 등이 한데 얽혀 한 치 앞을 진단할 수 없는 안개형국에 휩싸여 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기업들의 2009년 ‘대회 후원’과 ‘선수 후원’ 부분을 진단해 본다.
 

올 연말 들어 한국을 포함 세계 골프 투어가 경기 침체로 내년 후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꿈의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가 주요 기업의 대회 스폰서 포기 선언으로 2009년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렸는가 하면 내년 국내 투어인 KLPGA투어 역시 불황 불똥이 튀면서 후원자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2001년부터 시즌 마지막 대회로 ADT챔피언십을 후원하던 ADT가 올해를 끝으로 더는 대회 후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안겨주는 대회로 올 시즌 신지애가 우승했던 ADT챔피언십은 LPGA투어 마지막 대회로 치러졌던 의미 있는 대회다. 이에 따라 투어 사무국은 갑작스럽게 2009년 후원자를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막막한 상태다.
ADT뿐만이 아니다. 이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이 2009년부터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대회가 열리게 됐고 연간 2개 대회를 후원하던 세이프웨이가 1개 대회에만 후원하기로 해 LPGA 사무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PGA가 발표한 2009년도 일정표를 보면 현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LPGA 사무국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타이틀스폰서가 줄어들면서 2009년 시즌에는 2008년보다 대회 규모가 축소돼 총상금 5500만 달러를 걸고 31개의 정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 시즌 6025만 달러를 걸고 34개의 대회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상금이나 대회 수가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09년 시즌 개막전은 내년 2월13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SBS오픈으로 치러지며 내년 11월23일 막을 내리는 스탠퍼드 파이낸셜 투어챔피언십까지 9개월간의 대장정이 이어진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미국을 비롯해 10개 나라에서 치러지며 1개 대회 평균 상금액은 2008년 시즌(177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76만 달러 수준이다. 총상금 200만 달러가 넘는 대회는 2008년 13개에서 11개로 줄어들었다. 필즈오픈과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긴트리뷰트, 셈그룹챔피언십, ADT챔피언십 등 5개 대회가 투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투어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매년 말 상징적으로 열리는 한ㆍ일 여자골프대회가 후원자 유치에 애를 먹고 최근에야 가까스로 성사됐고, 4~5개 투어를 꾸준히 개최했던 국민은행이나 MBC 역시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투어 개수를 줄이자는 분위기다.
LPGA ADT챔피언십처럼 국내에서 마지막 대회로 치러지는 ADT캡스 대회 역시 내년 상황은 유동적이다. 대회 주최사인 ADT캡스가 미국 ADT 한국 지사인 데다 마케팅을 위해 함께 ‘마지막’을 고집했던 미국 대회가 없어진 이상 경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 대회 역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골프선수 후원을 지속해오던 KTF는 스포츠단 운영에서 골프를 제외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미현과 이미나의 후원을 하지 않고 대신 농구단과 e-스포츠단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의 대회를 유지한 국내 프로골프투어는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회사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내년도 대회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후원 美 LPGA, KLPGA 스폰서 포기로 골머리 앓아
‘투어 개수 줄이자’ 한국도 최소한 2~3개 대회 축소 불가피
선수후원, 한국의 골프 후원계약 ‘거품 빠지고 있다’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현재진행형’ 선수가 최고”


KLPGA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27개 대회를 예정대로 모두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경기가 점점 위축되면서 스폰서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KLPGA 투어는 최근 몇 년간 대회 수가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현상 유지 정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열기가 식었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위 ‘이름 있는’ 프로골퍼들은 부산했다. 이 시기엔 많은 프로골퍼가 기존 후원계약을 갱신하거나 신규, 해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선수를 활용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 후원계약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골프의 후원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외국 골퍼들은 후원사의 협찬금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 골퍼들은 후원사로부터 계약금과 연봉,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후원사 차이도 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주로 자동차, 명품, 금융, 스포츠 및 골프용품사 등이 후원에 나선다. 이들은 후원만 할 뿐 별도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가전제품 유통, 석유, 제2금융권, 홈쇼핑 심지어는 안과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골프 후원에 나선다.
하지만 연말 들어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한파로 한국 역시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재계약 시장은 어둡기 그지없다. 따라서 후원자 기업도 실리를 최우선으로 해 재계약에 임하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이름값’보다 ‘현재진행형’ 선수를 선호한다.

국산골프클럽 업체인 E2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박세리(31)는 지난해 12월26일 CJ와 결별했다. 양측은 이날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5년 동안 이어진 스폰서십 관계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97년 삼성물산과 10년간 30억원을 받는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2년에는 CJ와 ‘연봉 20억 원+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매머드 계약을 체결한 박세리는 무적선수가 됐고 CJ는 간판선수를 잃었다. 양측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CJ와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박세리 측은 “명예의 전당 입성과 경기 외적인 기여도를 인정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어가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CJ는 “2년 이상 부진해 몸값을 하지 못했다”며 단기계약과 연봉삭감을 주장하며 연봉 10억원에 인센티브를 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CJ의 이런 수정안에 대해 박세리 측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5년간 6승은 뛰어난 성적이지만 연간 3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올 시즌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핵심 후원자는 세계적인 골프업체 캘러웨이다.
캘러웨이는 소렌스탐에게 연간 100만 달러(약 9억3000만원) 수준의 후원을 하고 있다. 미 LPGA 투어 통산 69승과 메이저대회 10회 우승 경력의 소렌스탐의 몸값이 통산 24승과 메이저대회 5회 우승의 박세리의 3분의 1정도다.
소렌스탐이라고 자존심이 없겠는가. 자존심으로 프로스포츠 선수의 몸값을 책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곤 거의 없다. 프로선수들의 몸값은 이전의 성적을 참고해 미래 기대치를 산정해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말을 들어보자.

“‘이 선수가 이렇게 잘했다’며 설득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과거의 성적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협상의 원칙이다.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를 찾는 게 아니라 당장 경기장에서 뛰고 던질 선수를 필요로 한다”라고 단언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후원자의 업종도 다양해 졌다. 실례로 지난해 12월20일 김안과병원은 신인 프로골퍼 강경술(20·중앙대)과 계약금 3천만원에 1년간 전속 후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강경술은 대회마다 김안과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올 계획인데 병원 로고를 모자에 달고 필드에 등장하는 건 세계골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국의 후원사들은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속구단(골프단)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마우나오션CC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만난 LPGA 투어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한국 골프계의 ‘뉴욕 양키스’라고 들었다”라며 “개인 스포츠인 골프가 단체스포츠화한 건 아마도 한국이 처음일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골프단 도입은 2000년 3월 남녀 프로골퍼 9명과 주니어 골퍼 6명으로 출범한 이동수 골프단이 최초였다. 당시 이동수 골프단은 ‘골프=개인코치제’라는 기존 등식을 뒤엎고 야구나 축구단처럼 감독과 코치를 둬 소속선수를 지도하게 했다.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 ‘굳이 골프단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뒷날 골프계는 이동수 골프단을 성공작으로 평가했다.
이후 하이마트, 빠제로, 김영주골프, 휠라코리아, 동아회원권, 캘러웨이 등 수많은 골프단이 이동수 골프단의 뒤를 이었다. 골프계 일부에서 “조만간 골프단끼리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골프단 규모는 비대해졌다.

이처럼 발전하는 골프 후원계약은 한때 과열 양상을 빚었다. 미 LPGA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에게 후원사가 몰려 몸값이 껑충 뛰는가 하면 1년 반짝한 남자골퍼가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 소속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골프단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1년쯤 지나고서 거품이 빠져 제자리를 찾았지만 후원 기업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 됐다. 올 시즌 골프 후원계약의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기업도 허황된 계산보다는 실리를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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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