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탄핵=>하야=>망명설’ 실체

‘멘토’ 최시중 폭로에 ‘멘붕’ 신세 “이승만 노무현 심정 이해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레임덕에 걸린 정권에 권력의 장막이 걷히면 싸놓은 오물들이 쏟아지며 정권을 뒤덮는다. 때문에 임기 말 ‘대통령 잔혹사’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혹독함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평이다. ‘내곡동 사저’ ‘대선불법자금’ 등 비리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지목되면서다. 이제 심심찮게 들려오던 ‘하야’ ‘탄핵’ 목소리는 점차 강하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에 MB정부를 지탱하던 이상득?최시중 등 ‘양대산맥’마저 무너지는 양상이다.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까지 뚫리며 퇴임 이후 안전판마저 불확실해진 이 대통령. 일각에서는 하야 후에 불의의 망명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의 암운’과 퇴임 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던 ‘노무현의 저주’가 이 대통령에 드리웠다는 목소리까지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갖가지 꼼수와 반칙들이 난무했던 MB정부가 임기 말 자폭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비리폭탄이 끝도 없이 터지면서다. 게다가 이 대통령 본인도 점차 비리의 중심축으로 몰리고 있다. 그간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던 MB정부의 개국공신들, 이른바 ‘6인회(이명박?이상득?최시중?이재오?박희태?김덕룡)’ 멤버들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며 체면을 구기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처지가 망신살 뻗친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계 안팎의 평이다. 혹독한 말로가 예상된다는 것.

최전선 방어막
뚫려버린 MB

청와대는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승리의 축배를 들기도 전에 엄청난 비리폭탄이 터져 이 대통령을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칼날까지 실세들을 정조준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비리의 주역은 이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는 스스로 ‘검은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와 관련해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특히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까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혔다.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는 이 대통령의 안위를 우려할 만큼 위험한 메가톤급 폭로였다. 즉각 ‘불법대선자금’ 논란으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불똥은 청와대로 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 전 위원장은 개인이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엔 늦은 발언이었다. 때문에 단순한 기업의 인허가 비리에서 시작한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단숨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 단순 인허가 비리사건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계 안팎에서는 ‘최시중 사태’에 또 다른 정권의 실세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줄연줄 얽혀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일단 검찰은 지난 4월26일 최 전 위원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정권의 양대산맥의 한축인 최 전 위원장의 굴욕에 정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이 뚫렸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또 다른 축인 ‘상왕’ 이상득 의원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이 의원은 비리만 터졌다하면 ‘배후 0순위’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실세답게 무한 썬파워를 과시하며 검찰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최시중의 메가톤급 폭로에 레임덕 외통수 걸려 끙끙
검찰 부름에 줄줄이 불려가며 체면구긴 ‘상왕?왕차관’

검찰은 현재 이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이른바 ‘장롱 속 7억원’이 사실상 불법정치자금인 것으로 결론 내린 것.

게다가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씨의 다이어리엔 이 의원의 이름이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영업정지 된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며 이 의원을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본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내곡동 사저’ 파문에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야당에 의해 고발된 것. 퇴임 후 거처할 사저에 국민혈세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국세횡령죄까지 얹혀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여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무차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최시중 폭로’에 불법대선자금 의혹까지, 폭발력이 큰 사안들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지목된 상태다. ‘설상가상’ 격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은 ‘BBK 의혹’도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폭로가 이어지며 불씨가 타오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민심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대선정국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눈치다. 앞서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밀월관계를 통해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미래권력 ‘박근혜 파워’에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미루는 효과를 거뒀고 퇴임 후 안전판도 마련한 듯 보였다. 

대선정국 앞두고
선긋기 나선 새누리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대선정국까지 힘들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며 ‘MB 차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법사찰 파문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시중 사태’가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당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MB정권과 확실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검찰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받은 돈과 사용처, 특히 2007년 대선 때의 여론조사에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또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물론 불법사찰방지법안 제정 논의도 가속화하고 있다.

야권은 맹공을 가하는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브리핑을 통해 “최시중 게이트는 대통령이 핵심인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다”며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뇌물을 받아 불법대선자금으로 썼다는 당사자의 진술까지 나왔고, 대통령 친형의 차명계좌 속 7억원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정황도 나왔다”며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미루는 검찰이 오히려 수상하다. ‘툭 튀어 나오는 돈’을 억지로 덮는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빠르게 선 긋는 박근혜, 정권퇴진 요청 봇물이룬 야권
‘하야 후 망명’ 이승만, ‘퇴임 후 비극’ 전철 밟을까?

게다가 정계 안팎에서 ‘탄핵’과 ‘하야’ 목소리도 심상찮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특히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발언을 기점으로 탄핵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문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탄핵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하야 발언이 흘러 나왔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달 5일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닉슨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과 판박이다”면서 하야도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제 정계 일각에서는 탄핵과 하야 발언이 본격 튀어나오기 시작하며 이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제기된 상태다.

지난 1960년 4월26일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요구를 받아들였다. 3ㆍ15 부정선거를 치른 혹독한 대가였다. 부정선거 논란은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게다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은 더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이끌어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하야에 대한 요구는 봇물처럼 쏟아졌다. 놀란 이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하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독재자의 말로는 쓸쓸했다. 결국 미국의 지원마저 끊긴 이 전 대통령은 서둘러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부정선거 논란 휩싸인
독재자의 쓸쓸한 퇴장

현재 이 대통령 앞에는 ‘내곡동 사저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불법대선자금 파문’ 등 갖가지 악재들이 겹치며 민심이 바닥을 치는 상태다. 여기에 정권의 양대산맥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며 오물을 뒤집어쓴 채 무너지는 양상이다. 여야를 뛰어넘어 탄핵과 하야를 운운하는 거침없는 발언들과 야권의 파상공세에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는 이명박 대통령.

과연 이 대통령이 모든 악재들을 청산하고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아니면 비운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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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