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MB ‘탄핵=>하야=>망명설’ 실체

‘멘토’ 최시중 폭로에 ‘멘붕’ 신세 “이승만 노무현 심정 이해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레임덕에 걸린 정권에 권력의 장막이 걷히면 싸놓은 오물들이 쏟아지며 정권을 뒤덮는다. 때문에 임기 말 ‘대통령 잔혹사’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혹독함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평이다. ‘내곡동 사저’ ‘대선불법자금’ 등 비리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지목되면서다. 이제 심심찮게 들려오던 ‘하야’ ‘탄핵’ 목소리는 점차 강하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에 MB정부를 지탱하던 이상득?최시중 등 ‘양대산맥’마저 무너지는 양상이다.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까지 뚫리며 퇴임 이후 안전판마저 불확실해진 이 대통령. 일각에서는 하야 후에 불의의 망명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의 암운’과 퇴임 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던 ‘노무현의 저주’가 이 대통령에 드리웠다는 목소리까지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갖가지 꼼수와 반칙들이 난무했던 MB정부가 임기 말 자폭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비리폭탄이 끝도 없이 터지면서다. 게다가 이 대통령 본인도 점차 비리의 중심축으로 몰리고 있다. 그간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던 MB정부의 개국공신들, 이른바 ‘6인회(이명박?이상득?최시중?이재오?박희태?김덕룡)’ 멤버들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며 체면을 구기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처지가 망신살 뻗친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계 안팎의 평이다. 혹독한 말로가 예상된다는 것.

최전선 방어막
뚫려버린 MB

청와대는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승리의 축배를 들기도 전에 엄청난 비리폭탄이 터져 이 대통령을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칼날까지 실세들을 정조준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비리의 주역은 이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다. 그는 스스로 ‘검은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와 관련해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특히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까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혔다.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는 이 대통령의 안위를 우려할 만큼 위험한 메가톤급 폭로였다. 즉각 ‘불법대선자금’ 논란으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불똥은 청와대로 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 전 위원장은 개인이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엔 늦은 발언이었다. 때문에 단순한 기업의 인허가 비리에서 시작한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단숨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 단순 인허가 비리사건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계 안팎에서는 ‘최시중 사태’에 또 다른 정권의 실세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연줄연줄 얽혀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일단 검찰은 지난 4월26일 최 전 위원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MB정권의 양대산맥의 한축인 최 전 위원장의 굴욕에 정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이 뚫렸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또 다른 축인 ‘상왕’ 이상득 의원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이 의원은 비리만 터졌다하면 ‘배후 0순위’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실세답게 무한 썬파워를 과시하며 검찰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최시중의 메가톤급 폭로에 레임덕 외통수 걸려 끙끙
검찰 부름에 줄줄이 불려가며 체면구긴 ‘상왕?왕차관’

검찰은 현재 이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이른바 ‘장롱 속 7억원’이 사실상 불법정치자금인 것으로 결론 내린 것.

게다가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씨의 다이어리엔 이 의원의 이름이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이 영업정지 된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며 이 의원을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본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내곡동 사저’ 파문에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야당에 의해 고발된 것. 퇴임 후 거처할 사저에 국민혈세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국세횡령죄까지 얹혀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여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무차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최시중 폭로’에 불법대선자금 의혹까지, 폭발력이 큰 사안들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지목된 상태다. ‘설상가상’ 격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은 ‘BBK 의혹’도 잊을 만하면 계속해서 폭로가 이어지며 불씨가 타오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민심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대선정국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눈치다. 앞서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밀월관계를 통해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미래권력 ‘박근혜 파워’에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미루는 효과를 거뒀고 퇴임 후 안전판도 마련한 듯 보였다. 

대선정국 앞두고
선긋기 나선 새누리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대로는 대선정국까지 힘들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며 ‘MB 차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불법사찰 파문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시중 사태’가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당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MB정권과 확실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검찰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받은 돈과 사용처, 특히 2007년 대선 때의 여론조사에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또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물론 불법사찰방지법안 제정 논의도 가속화하고 있다.

야권은 맹공을 가하는 상태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4월24일 브리핑을 통해 “최시중 게이트는 대통령이 핵심인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다”며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뇌물을 받아 불법대선자금으로 썼다는 당사자의 진술까지 나왔고, 대통령 친형의 차명계좌 속 7억원이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정황도 나왔다”며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미루는 검찰이 오히려 수상하다. ‘툭 튀어 나오는 돈’을 억지로 덮는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빠르게 선 긋는 박근혜, 정권퇴진 요청 봇물이룬 야권
‘하야 후 망명’ 이승만, ‘퇴임 후 비극’ 전철 밟을까?

게다가 정계 안팎에서 ‘탄핵’과 ‘하야’ 목소리도 심상찮게 울려 퍼지는 실정이다. 특히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발언을 기점으로 탄핵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문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탄핵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하야 발언이 흘러 나왔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달 5일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닉슨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과 판박이다”면서 하야도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제 정계 일각에서는 탄핵과 하야 발언이 본격 튀어나오기 시작하며 이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제기된 상태다.

지난 1960년 4월26일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요구를 받아들였다. 3ㆍ15 부정선거를 치른 혹독한 대가였다. 부정선거 논란은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게다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은 더 많은 국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이끌어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하야에 대한 요구는 봇물처럼 쏟아졌다. 놀란 이 전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하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독재자의 말로는 쓸쓸했다. 결국 미국의 지원마저 끊긴 이 전 대통령은 서둘러 하와이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부정선거 논란 휩싸인
독재자의 쓸쓸한 퇴장

현재 이 대통령 앞에는 ‘내곡동 사저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불법대선자금 파문’ 등 갖가지 악재들이 겹치며 민심이 바닥을 치는 상태다. 여기에 정권의 양대산맥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며 오물을 뒤집어쓴 채 무너지는 양상이다. 여야를 뛰어넘어 탄핵과 하야를 운운하는 거침없는 발언들과 야권의 파상공세에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는 이명박 대통령.


과연 이 대통령이 모든 악재들을 청산하고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아니면 비운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