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저격수’ 자처한 박원순의 ‘작심행보’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7: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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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대통령 잡는 소통령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저격수’로 분한 모양새다. 박 시장이 계속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심장을 정조준하면서다. 박 시장은 MB일가가 맞닿아 있는 ‘맥쿼리 인프라’ 특혜의혹 조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내걸었다. 앞서 박 시장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에 대해 MB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그간의 서울시 재정악원 원인을 이유로 과거 행적에 대한 조사에도 돌입한 상태다. 맹렬한 기세로 밀어붙이는 박 시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숨통을 점점 옥죄는 양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작심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폐부를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까닭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훈훈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서울시에 입성한 박 시장이 반칙과 특혜, 의혹이 난무했던 정부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

기부로 맺은 호연
대통령-소통령 악연

먼저 박 시장은 호주계 금융그룹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 특혜의혹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서울메트로9호선㈜(이하 9호선)은 요금 500원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며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바로 요금 인상 배경에는 이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5년 맥쿼리에 특혜에 가까운 과도한 수익보장 계약을 한 당사자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맥쿼리 IMM 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통요금을 한꺼번에 50%나 인상하는 것을 두고 맥쿼리 이자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호선은 연간 영업손실이 26억원에 불과하지만 맥쿼리 등 금융자본에 물어주는 이자는 461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맥쿼리가 투자한 도로, 터널, 교량은 대부분 교통예측량 수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주변에 경쟁시설이 들어설 경우 지자체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최소수익보장(MRG)으로 합의된 상태다. 맥쿼리로선 교통량이 많아 수익이 나면 그만이고, 적자가 되면 지자체가 수입을 보전해주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셈이다.

서울시의 또 다른 민간자본투자사업인 우면산터널도 9호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한테서 차입한 자금에 치르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최대주주가 맥쿼리로 알려져 논란이 거센 상태다.

특히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한 곳은 맥쿼리가 관련된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 두 곳뿐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다. 즉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맥쿼리의 배만 불린다는 얘기다.

MB일가 맞닿은 ‘맥쿼리 인프라’ 특혜의혹 집중조사
무차별 민간인 사찰 논란에 MB의 대국민 사과 요구    

하지만 맥쿼리 특혜 의혹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맥쿼리는 대한민국 국토의 노루목마다 투자를 해 20%대에 이르는 대출 이자수익으로 국민의 혈세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 맥쿼리가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만 한 해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맥쿼리는 대한민국에 단 한 푼의 법인세도 안 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23일 MBC의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맥쿼리 특혜 의혹에 대해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시민옴부즈맨을 통해 도대체 그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맥쿼리 관련) 굉장히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경실련이 감사원에 특별감사청구를 했고, 감사원에 의해서 아마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시대착오적인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월2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로 MB정부를 초토화시켰다.

장 주무관이 한 언론사의 방송에 출연해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의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맥쿼리 특혜의혹
감사원 감사청구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은 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폭로가 더해지면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난달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찰은 개인의 비밀을 탐지하고 그것을 정치적 의도에 사용하려고 하는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중대한 인권유린이다”고 성토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개탄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박 시장의 포격은 이게 끝이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2월28일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에 대해 “복원과정에서 생태나 역사적 시각이 결여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유적과 유산이 있는 곳임에도 “신중한 계획이 없이 (복원이) 진행돼 바람직하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이명박의 청계천, 상태나 역사적 시각 결여”
서울시 재정악화 원인 조사로 MB 과거행적 조사 돌입

이에 박 시장은 청계천의 생태와 역사를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3월22일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청계천 문화재 복원, 청계천 생태 및 수질관리에 대한 자문 기능을 맡게 된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의 연구나 검토 없이 일을 진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계천 재복원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보다 조금 더 앞선 지난 2월5일 박 시장은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임 기간에 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 10년간 예·결산 흐름, 사업별 예산 투입 현황 등이다. 조사 결과는 시 재정 악화의 책임 소재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채무는 지난 2002년 고건 전 시장이 퇴임할 때 6조8000억원이었다. 뒤를 이은 이 전 시장이 물러날 때인 2006년에는 11조7100억원으로 취임 당시보다 약 2배로 급증했다. 이후 오 전 시장 때인 2010년에는 19조6100억원으로 폭등했다.

MB 과거행적
파헤치는 박원순

서울시는 조사 주체로 예산·재정을 담당하는 경영기획부서가 아닌 감사관실을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연·투자기관의 예산까지 몽땅 뒤질 방침”이라며 “대상기관이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감사관실 소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연구는 서울시 예·결산 흐름 전체를 큰 틀에서 분석하는 작업과 사업별 예산 투입 현황을 개별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 등 ‘투트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민을 위해 쓰여진다는 점에서 채무가 많다고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증가 추세가 너무 가팔러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사 연구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기부의 끈으로 인해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권의 악재들에 박 시장이 이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든 형국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임기 말 더욱더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갖가지 비리들에 이 대통령의 심장을 정조준하며 저격수를 자처한 박원순 시장. 박 시장이 휘두른 칼날이 이 대통령에게 얼마만큼의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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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