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감시당한 ‘만능 소셜테이너’ 김제동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0: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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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찰에 ‘제동’…앞에선 ‘여유만만’ 속내는 ‘후덜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방송인 김제동이 일간지 1면에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이 일간지의 1면, 그것도 톱을 장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마약이나 음주운전 등 사적인 추문 때문은 아니다. 청와대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다. 김제동도 이런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낸 건 이번이 처음. ‘찌질’해 보이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언론을 통해 사찰에 대한 얘기를 하는 동안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론 적지 않은 공포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제동은 1994년 군 문선대 사회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우방랜드 영타운 진행자, 각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강사, 축제 진행자를 거쳐 가수 윤도현과의 인연으로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김제동은 공익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인간적인 면모와 특유의 정겨움, 친화력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또 사랑받는 방송을 만들어갔다. 이후 각 방송사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2002년 데뷔해
대중 사랑 한몸에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 2010년이었다. MBC <환상의 짝꿍>을 마지막으로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것. 김제동은 그렇게 <나는 가수다>와 <힐링캠프>로 방송에 복귀하기까지 힘든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세인들은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보거나 ‘쌍용을 잊지 맙시다’란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 ‘좌파연예인’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시 대상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시선이 많다.

김제동 역시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제동은 이런 사실을 숨겨오다 최근에야 한 언론을 통해 입을 열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본인이 너무나 힘들어해서 차마 말 못하고 있었는데…. 스위스 출장 오면서 오픈할지 백번도 더 고민했는데…. 이제는 말해야겠네요. 국정원이 김제동을 사찰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세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사찰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지난 3일 김제동은 이날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자택에서 MBC노조를 만나 사찰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김제동은 4월5일 미국 워싱턴, LA 등지에서 열리는 ‘2012 청춘콘서트 미국편’ 참석 차 출국한 동안 의혹과 논란만 키우느니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는 게 낫다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전격적으로 응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10년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
국정원 직원들 술자리에서 “이제 그만하라” 회유

김제동은 먼저 국정원 직원들과 접촉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노 대통령 1주년 추도식 전후로 방송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분들이 가볍게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아는 분을 통해 연락해왔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친해졌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제동은 “추도식 조금 전이었는데 ‘추도식 가냐?’, ‘간다’ 그랬더니 ‘명계남,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가면 좋지 않냐’ ‘제동씨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 VIP께서 걱정을 하신다’고 했다”며 “제가 술이 너무 취해서 ‘말씀드려라 제 걱정하지 말라고. 전 잘 사니까 다른 걱정하시고 저에 대한 걱정은 접어라’ 그랬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자신의 토크콘서트가 감시당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국정원 직원, 경찰청 정보과라 하면 바짝 얼었을 것인데, 어쨌든 간에 표 끊어서 왔으니 고맙고 사찰하러 온 사람들도 웃었을 거다. 제 자랑입니다만 그 정도 사람들은 별로 겁도 안 난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은 이런 사실을 밝힌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해 그간 이 일을 밝히지 않았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조차 없는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을) 억압이나 무거운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들, 그분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고, 이 정도로 억압이나 탄압을 받았다고 얘기하면 그건 찌질하다”고 덧붙였다.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해 감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사찰 문건에 이름이 올라온걸 보며 협박이나 외압보다 사찰문건에 내용이 없는 게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자꾸 움츠려 든다. 제일 무서운 게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이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다”라고 지적했다.

1시간 분량의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제동은 “나야 사찰할 필요가 없다. 트위터 팔로우 하라. 하루 서너번씩 어디 있는지 다 올린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나는 한 여성에게 내밀하게 사찰당하고 싶은 한 남성이다. 민정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또 “저는 최대한 웃겨야 되는 사람이다. 이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상황을) 저는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며 “문건에 내 이름을 적어주셔서, 신문 1면에 내 이름이 나가게 돼서 (정부에) 감사하다. 국가기관이 조사해도 흠결이 없는 남자라고 발표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제동은 다음날일 지난 4일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사찰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제동은 “사찰을 했다면, 자료가 있다면 나에게 달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찰을 했다면 하신 쪽에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이고, 안 하셨다면 진짜 안 했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얘기를 해 줘야 한다. 불안하니까 털 건 빨리 털고 가자. 만약 (사찰을) 했는데도 별 이상이 없으면 이상이 없다고 얘기해 달라”며 이 같이 요구했다.

이어 김제동은 “내용이 없지 않냐. 이름만 나와 있고. 그게 가장 불안한 거다”라며 “문건이라는 것이 제가 얘기했거나 제 집에서 발견된 게 아니니까 발견된 쪽에 있는 분들이 말씀을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김제동은 또 “(사찰을) 했다, 안 했다는 걸 떠나서 내용을 얘기해주면 저도 따로 고소고발 같은 건 안 할테니 서로 서로 얘기 좀 하고 가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김제동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론 적지 않은 공포를 주변에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압보다 사찰문건에 내용 없는 게 가장 무섭다
“무대 서기 무서워” “밤엔 약 없이 못자” 공포 호소

소설가 공지영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제동, 몇 년 전부터 무대 올라가는 게 공포스럽다고 하더군요. 이해할 수 없었죠. 무대만 올라가면 신명 들리듯 웃기는 그가. 어제 (김제동이) ‘실은 그게 누군가 날 감시하고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혹시라도 말실수해서 끌려갈까봐. 약(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했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씨는 “김제동이 ‘무서워요’라는 말을 자주 하기에 예민하기 때문인 줄 알았죠. 그래요. 그토록 예민한 그를, 그냥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해서 장례식 사회를 보러가겠다는 그를, 친히 국정원에서 나서서 막았답니다. 대통령이 아니었던들 그가 노무현 장례식 사회를 마다  했을까요. 그 바보가 국정원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다고 암말도 못하고 혼자서…”라고 전했다.

공씨는 또 “솔직히 저라면, 조국 교수라면 경험도 있고 주변에 그런 경험을 가진 친구들도 있어 그리 겁내지 않았을 겁니다. 의논할 대상도 있었구요. 김제동, ‘혼자 대구서 보따리 싸가지고 올라와 얼떨결에 성공한 촌놈’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맘이 찢어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 현정권
비판 목소리 봇물


한편,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는 지쳐서, 차라리 국정원 말을 믿고 싶기까지 하다”라며 “그냥 우연히 직원 하나가 갑자기 김제동을 만나 사적으로 자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우발적으로 한 번 더 만나고 추도식 같은 거 사회보지 말라고 그러고 홀연히 떠났다는, 그 개인적인 만남을 믿고 싶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아침신문에 김제동 관련 뉴스 보니 아주 가관이다”라며 “그렇게 쪼잔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가지고 정치, 경제를 한다고 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국정원 직원이 김제동을 두 번이나 찾아왔다. 왕팬인 모양이다”라며 “노 대통령 추모제 사회 못 보도록 하려고. 이런 사람들이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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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