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푸릇푸릇 신토불이 오일장터 탐방-한산오일장

“추억과 꿈을 파는 ‘천년 장터’로 오세요”

계절 별미 주꾸미가 입맛을 유혹하는 마량포구의 봄, 송림이 우거진 춘장대 해수욕장의 여름, 신성리 갈대밭의 낭만적인 가을, 가창오리 떼의 군무가 장관을 연출하는 금강하구의 겨울. 충남 서천은 이렇듯 사계절 어느 때고 저마다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봄기운이 충만한 이즈음 장항장, 비인장, 판교장, 한산장 등 서천군 내 오일장엔 파릇한 나물과 채소들이 즐비하고, 마량포구와 홍원항에는 박대, 가오리, 물메기, 소라, 각종 조개가 지천이다. 서천 하면 한산모시도 빼놓을 수 없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모시는 국가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이 한산오일장이다.

위치 : 충남 서천 한산면

추억과 꿈을 파는 ‘천년 장터’ 한산오일장은 매월 1, 6으로 끝나는 날 한산터미널에서 한산초등학교 사이에 열린다. 정기시장으로 등록된 것은 1926년이지만, 조선시대 이전에 개설된 것으로 전한다. 한때는 지금의 4배 규모로 서천군에서 가장 큰 장이었는데, 당시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이들은 어른들 바짓가랑이 사이로만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한산장은 항상 문을 여는 골목상점들과 장날에만 좌판을 펴는 난전상인들이 함께 꾸려간다. 장터 초입은 채소전 거리다. 시금치, 무, 당근, 냉이, 쑥, 고구마를 비롯해 각종 잡곡들도 풍성하게 나온다. 장작불에 솥을 걸고 끓여낸 도토리묵, 직접 만든 두부도 먹음직스럽다. 5천원에 묵과 두부 각 한 모씩을 사니 양념장에 넣으라며 쪽파도 한 주먹 넣어 준다.

채소전을 지나면 어물전과 잡화전이다. 어물전의 주인공은 서천의 특산품인 박대다.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는 납작한 박대는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파는데, 찜이나 조림, 구이로 만들어 먹는다. 잡화전에는 검정·노랑 고무줄부터 빨래집게, 면봉, 칫솔, 손톱깎이, 이태리타올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


1910년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성대장간, 1959년부터 40년 넘게 농기계와 철물을 팔고 있는 학교앞 철물점, 1963년부터 양철을 자르고 두드려 생활용품과 장식용 공예품을 만드는 정함석집들은 한산장의 과거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골목상점들이다. 대장간의 화덕과 모루, 함석집 양동이와 연통에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산장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모두 친절하게 응해주니 정중하게 구경을 청해 보아도 좋다. 

아성대장간 김창남씨와 정함석집의 정규승씨는 ‘한다(韓多)공방’의 공예장인 멤버이기도 하다. 한다공방은 두 장인을 포함해 솟대, 짚풀, 공작선, 천연비누, 천연염색 분야의 한산 지역 공예가 8명이 함께 만든 한산오일장의 공예 브랜드다. 장터 한가운데에 위치한 한다공방에서 예쁜 생활공예품들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나눠 주는 한산오일장 이야기 지도도 챙기도록 하자. 

공방 옆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공터는 추억의 뻥튀기를 만드는 튀밥 트럭 전용이다.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를 신호로 ‘뻥’소리와 동시에 자욱한 연기와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담벼락에 기대 앉아 아주머니와 노닥거리던 서울서 온 구경꾼에게도 튀밥 한 움큼이 건네진다. 조남한, 이정옥씨 부부가 한산장에서 튀밥을 만든 지는 10년이 넘었다.

난전과 공방과 골목상점들까지 두루 구경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다. 장터거리의 삼거리식당은 국밥이, 오라리집은 얼큰한 칼국수가, 모시원식당은 영양솥밥이 맛있다. 삼거리식당과 오라리집에서는 한산지역 대표 김치인 섞박지도 맛볼 수 있다. 오라리집은 촌스러운 듯 개성이 넘치는 간판 글씨도 인상적이다.  

따끈한 장터국밥에
한산 김치 ‘섞박지’ 한입

본격적으로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10시이지만, 한산장의 명물인 모시전을 보려면 6시 전에는 한다공방 옆 모시거래장에 도착해야 한다. 모시전이 이른 새벽에 열리는 이유는 어둠 속에서 백열등에 비춰 보아야 모시의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5시가 좀 넘으면 정성껏 짠 필모시(모시 한 필은 폭 31cm, 길이 21.6m)를 꼭 안은 할머니들이 검사장으로 들어선다. 검사필 도장을 받고 기다리고 있으면 이윽고 모시를 살 사람과 중개인이 도착하고, 캄캄한 가운데 백열등을 밝힌 후 거래가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할머니들과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모시상인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지켜보는 구경꾼은 흥미진진하다. 모시전은 4월에서 6월 사이가 성수기다.   

모시 한 필이 나오기까지는 모시풀 겉껍질을 벗겨 태모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모시짜기 전 과정은 한산모시관 전시실에 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연공방에서는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씨 등이 직접 시연을 하고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설명을 부탁하자.


장터에서 5분 거리엔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1850~1927년) 선생의 생가와 전시관이 있다. 독립협회, YMCA, 조선교육협회, 신간회 활동 등 선생의 일대기를 각종 자료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해 두었으니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라면 들러볼 만하다.

한산장 구경을 마친 후엔 서천수산물특화시장도 둘러보면 좋다. 전엔 2, 7장이었던 서천특화시장은 인근의 수산물들이 모두 모이는 상설 수산물시장이다. 1층에서 횟감 등을 구입해 2층 식당가로 올라가 양념값만 내고 먹을 수 있는 구조다. 광어, 우럭, 도미와 같은 활어는 물론이고 물오른 주꾸미, 서천특산품인 박대, 반건조 우럭, 물메기, 게, 조개, 갑오징어, 각종 건어물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향긋한 봄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마량포구나 홍원항까지 드라이브를 즐긴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는 싱그럽기 그지없고, 따스한 봄바람은 더없이 상쾌하다.

서천수산물특화시장 둘러보고
금강변 습지생태공원 체험하고

1박 2일 이상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다면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을 따라 달려 보아도 좋겠다. 금강변에는 서천, 부여, 강경, 군산, 익산 등을 두루 지나는 7개의 자전거 테마 코스가 닦여 있다. 그중 서천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두 개. 조류생태습지에서 군산의 금강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23km짜리 코스와 조류생태전시관에서 화양습지생태공원, 신성리 갈대밭을 지나 금강습지 생태공원에 이르는 약 45km 코스다. 한산면 소재지에서 신성리 갈대밭 방향으로 2km 거리에 위치한 ‘갈숲마을’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식당과 숙소, 체험프로그램장으로 활용 중인데 숙박객에게는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 한산오일장 → 한다공방 → 이상재 선생 전시관 → 한산모시관 → 서천수산물특화시장

♣1박2일코스 
①첫째 날 : 한산오일장 → 한다공방 → 이상재 선생 전시관 → 한산모시관 → 서천수산물특화시장
②둘째 날 : 금강자전거길 → 조류생태전시관 → 홍원항 → 마량리동백나무숲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부터미널 → 서천, 하루 10회 운행(2시간20분 소요)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 → 군산, 하루 7회 운행(4시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 군산, 하루 22회 운행(2시간 소요)
             군산공용버스정류장 → 서천, 하루 24회 운행(40분 소요)
[철도]  용산역 → 서천역 : 하루 16회 운행, 3시간20분(무궁화호) ·2시간50분(새마을호) 소요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공주분기점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 → 서공주분기점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 → 동서천 IC → 29번 국도
서해안고속도로 : 서울 → 평택 → 당진 → 서산 → 대천 → 서천 → 동서천 IC → 한산면
국도 : 서울 → 천안 → 공주 → 부여 → 한산면

♣주변 볼거리 : 마량리동백숲, 서천해양박물관, 홍원항, 춘장대해수욕장, 희리산자연휴양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