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8)

회사의 명예는 물론 우리나라 자존심 지켜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 부여
조사 법인 4개 중 2개만 남아 의혹 양산

“그럼, 이사님 받아 적어보세요. 첫째 K부동산컨설팅 (주) 대표이사 나상기, 둘째 J경매컨설팅(주) 대표이사 나상기, 셋째 P유통(주) 대표이사 나상기, 넷째 D연합 체인사업(주) 대표이사 나상기입니다.”

“사장님! 전화번호, 주소 등 명함에 적혀있는 모든 내용을 불러주세요.”
“예. 전화번호는 02-0587-0000 주소는 송파구 삼전동000번지 정신빌딩 501호입니다.”
“마 사장님, 감사하구요.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어쨌든 건강하시고 내일 아침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사팀 동원

나는 마 사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미리 대기시킨 조사팀원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 관계로 한두 명만 퇴근을 하고 다른 직원들은 남아있었다. 그들마저 퇴근준비를 하고 있다가 대기명령을 받고 무슨 긴박한 일인가 하고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직원 3명을 내 자리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는 방금 중국 마 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유하고 긴급한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직원들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첫째, 오 과장은 내일 아침 바로 현장으로 출근을 하여 명함에 기록되어 있는 법인 4곳에 대해 폐쇄등기를 포함한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고, 법인 폐업여부와 법인 상에 기재되어있는 주소 및 대표이사, 감사, 이사에 대한 주민등록번호와 거주지 주소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고, 현주소와 가장 오래 거주한 곳에 대한 각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서 소유자를 확인할 것, 또한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서 등록자확인을 비롯한 재산 상태를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둘째, 박 대리는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과 이사진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여 대출과 연체 사실 및 금융관련 신용사항 일체와 기소중지 여부 및 범죄관련 사항에 대하여 조사하고, 또한 법인세와 직원들에 대한 4대 보험 연체여부와 이사진에 대한 각종세금 누락여부를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셋째, 이 주임은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소재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법인이 실재존재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물론 혼자서 짧은 시간에 모두 파악하기가 곤란하면 다른 직원들의 협조를 적극 받아도 무방하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미리 작성해둔 조사지시서를 전달하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번 신용평가조사 건은 회사의 명예는 물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일입니다. 만약 피조사대상자들이 사기꾼들이라면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나 창피한 일입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주기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계약체결 시간이 내일 오전 10시로 잡혀있으니 늦어도 9시50분까지는 끝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조사평가서라 하더라도 고객이 필요한 시간인 제때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보고서는 휴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세요. 늘 말하는 거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을 버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해주기 바랍니다. 조사에 필요한 문제점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요청하고 모든 인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완벽히 마무리해주기 바랍니다.”

“아이고, 이사님! 내일 10시까지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데 만약 끝내지 못한다면 여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져 있습니까?” 묵묵히 메모하며 지시를 받고 있던 오 과장이 너무 큰 숙제를 부여받았다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는 국제적 계약과 관련된 의뢰 건이고 절대적으로 여유시간은 없어요.”
사실 여유시간이 약 1시간정도는 있었지만, 혹 이를 믿은 직원들이 안이함으로 조사시간이 늘어져 신뢰를 잃을까 염려하여 스페어타임은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자아 그럼 퇴근시간이지만 각자가 맡은 바 일에 대하여 차질 없이 수행해줘요. 이번 일만 마무리 잘하면 내 회식자리를 마련하겠어요.” 

“문제 많은 놈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퇴근해도 되겠습니까?”하고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직원들이 금융관련 부분과 범죄관련 부분이 가장 조사하기가 어렵고 까다로운 점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에 대비하여 평소 가까이 지내는 관련 지인들에게 도와 줄 것을 미리 부탁해 두었다.
이튿날 아침, 여느 때보다 일찍 출근한 나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일에 관한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직원들은 “하루 이틀 해보는 일도 아니기에 별 문제없이 소화해낼 것 같다”는 믿음직스러운 답변을 해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면서도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런데 10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직원들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감이 들기도 했지만, 모두가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추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들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중에 기다리던 전화가 제일 먼저 오 과장으로부터 걸려 왔다.
“오 과장, 수고! 그래 어떻게 되었어요? 먼저 결론 보고부터 해봐요.”
“예, 이사님. 조사대상 4개법인 중 현재 살아있는 법인은 P유통과 J경매컨설팅 2개 법인인데, P유통은 대표이사가 나상기가 아니고 이미 정둔갑이라는 자로 대표이사가 변경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나 상기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시점의 이사들은 모두 말소되어 교체된 상태입니다. 사실상 타인에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나는 오과장의 전화보고를 들으며 중요부분은 모두 메모를 해두었다.

“그리고 자동차 원본은 발급했나?”
“예, 법인 명의로 된 자동차가 모두 3대가 있었는데 2대는 이미 타인명의로 넘어갔고 나머지 한 대는 J경매컨설팅(주) 명의로 되어있어요. 그나마 자동차세와 환경 부담금 미납이유로 압류된 것을 비롯해 기타 일반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된 것을 모두 합치면 12건 이상이나 됩니다. 이 차는 대포차로 보여 집니다.”
“아 그래, 내 짐작한대로 문제가 많은 놈들이구먼.”
그렇게 혼잣말처럼 되뇌고 계속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대표이사 나상기와 멸실된 이사들의 개인 재산 조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오 과장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는 사이에, 여직원이 살며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박 대리와 이 주임이 전화 통화를 원함’이라는 메모지를 전하고 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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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