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역습나선 이명박 ‘회심의 카드’

‘가카’ 향한 똥침들에 서슬 퍼런 칼 빼들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에 파란의 전주곡이 서서히 울려 퍼지는 양상이다. 임기 말 화수분마냥 대형 악재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통령 본인마저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다. 민심은 바닥을 치고 검찰의 칼날은 예사롭지 않다. 야권은 맹공을 가하고 여권마저 MB에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맷집으로 단련된 MB도 막판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하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아직 서슬 퍼런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재권력’ MB의 반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권력이 미래권력 방해하면 필패 불문율…MB 칼날 관심집중
퇴임 이후 2013년을 생각한다? MB ‘안전판 구축’에 ‘물심양면’
 
이명박 대통령의 역습이 시작된 모양새다. 그간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대며 수난의 시간을 보냈다.
 
악재만 터졌다하면 이 대통령의 핏줄과 측근들이 배후 ‘0순위’로 거론되며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민심은 바닥을 쳤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에게 국정파탄의 책임을 물어 탈당 압박을 가한데 이어 야당에서는 탄핵까지 운운하던 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작심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이 본격 정국 현안에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고 입법에 제동을 거는 등 공세를 취하면서다. 
 
게다가 퇴임 후 안전판 구축 작업에도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현재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MB, 정치권 기선 제압
대국민 사과 카드 만지작
 
먼저 이 대통령은 총·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며 기선제압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 그저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지적받는 ‘저축은행특별법’ 등이 통과될 경우 법질서를 해치는 등 사회에 미칠 파장을 이유로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축은행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 본회의에 통과하면 최종단계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권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8일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한미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 서한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날을 세운 것.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세계가 경쟁하고 있고, 모두가 다 미국과 FTA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발효도 하기 전에 폐기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며 “민주화 시대에,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갖가지 파장을 일으켰던 잡음들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대국민 사과’카드까지 꺼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통령이 오는 22일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통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논란, ‘형님’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자신과 친인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측근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 그은 미래권력 박과
후계구도 구축 나선 MB
 
이는 정권심판의 의미가 짙은 4·11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민심 이탈의 가속화를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진솔한 해명과 사과를 통해 화해의 손을 내밀어 민심 수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조만간 후계구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MB정부와 선긋기를 공식화함으로써 이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인식에서다.
 
박 위원장은 지난 15일 라디오 정당 대표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가겠다”며 “이번 총선은 과거에 묶이고 과거를 논박하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총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대통령과의 단절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야권이 정권탈환 후 MB정권 심판을 단단히 벼르는 가운데 박 위원장마저 등 돌리는 모양새를 취하자 이 대통령에게는 퇴임 후 안전판 마련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직접 ‘박근혜 대항마’를 물색할 것이라는 얘기다. 친이 직계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에 이어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의 이름이 후계자 명단에 거론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이 대통령은 아직 칼자루를 손에 쥔 현재권력이다. 때문에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경우 이 대통령도 언제든 박 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카드를 쥔 셈이다. 
 
이른바 ‘MB맨’들이 MB정부의 공과를 떠안으며 심판받겠다고 4·11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눈물겨운 대목이다. ‘MB맨’들은 이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쌓아놓은 유산(?)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최전방으로 속속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싸잡아 날선 비판, ‘포퓰리즘’에 본격 제동 건 MB의 작심  
MB가 쌓은 유산(?)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뛰어든 MB맨 출사표 
 
사실상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MB정부 실정 주역들의 ‘용퇴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MB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 ‘공천학살’ 반발로 당의 분열위기와 더불어 박 위원장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친이계가 공천학살을 당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대거 생존할 경우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 막바지 국정운영에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수성전에 나선다. ‘MB아바타’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종로 또는 동대문 출마를 저울질 중이고,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산 수영구 출마를 선언했다. 
 
MB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전 수석은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미 FTA로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교섭본부장 역시 강남을 출마를 고심 중이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은 대구 중남구에, MB대선캠프 외곽조직을 이끌었던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부산 사상구에,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산 연제구에 깃발을 꽂았다. 
 
'용산참사' 진압을 지시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경북 경주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친이계 초선인 진성호 의원과 신지호 의원은 각각의 지역구인 중랑을과 도봉갑 수성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곡동 사저' 논란은 대통령 본인이 연관된 것이기에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때문에 총선의 결과에 따라 야권에서 내곡동 사저에 국정조사 및 특검을 추진할 경우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형사소추에 대한 방패막이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재임 시 개인비리로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는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형사처벌 되는 명의신탁을 대통령이 직접 했다”는 폭로를 결정적 증언으로 ‘대통령 고발장’을 작성해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딜레마
MB 처치여부 고심 
 
특히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미 사법부와 검찰에는 MB맨인 ‘권재진-한상대 카드’가 있는 만큼 변호인단 구성이 관건이 된다. 가장 유력한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바른’이 꼽히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법조계에서 MB정부의 ‘법률 전담법인’이라 불릴 정도로 MB정부 출범 전부터 최근까지 여권과 관련된 소송을 독식해 왔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을 두고 이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한 곳이 바른이다. 바른은 BBK 사건을 직접 담당한 강훈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형사소추는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면제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이 대표의 고발장 접수로 즉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일각에서는 MB소방수로 바른이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기 말 갖가지 악재가 겹치며 레임덕의 가속화와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이 대통령.
 
하지만 임기가 1년이나 남은 현재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농후한 상태다. 
 
이제 본격 역습에 나선 이 대통령의 칼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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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