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일요시사 선정> 2011 이슈메이커 50인 ①정계 10인

‘신묘년’ 요동쳤던 정치판 ‘껑충껑충’ 토끼 탓?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능곡지변(陵谷之變)’이란 말이 있다. 이는 높은 언덕이 변하여 깊은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가 변하여 다시 언덕이 된다는 뜻으로 세상사가 극심하게 뒤바뀔 때 사용하는 말이다. 2011년 정치권에 능곡지변이란 표현보다 더 적합한 말이 있을까. 토끼가 껑충껑충 뛰듯이 정국이 극심하게 출렁였던 신묘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일요시사>가 ‘송년기획’으로 2011년 정치판을 쥐락펴락 뒤흔들었던 10대 인물을 선정해봤다.

기성정치판에 성난 민심 ‘안철수 신드롬’으로 분출
분당승리로 한나라 아성 깬 손학규 일순 대권 탄력

<신드롬에서 기부까지 안철수>

2011년 정치권은 ‘총체적 예측불허’로 요약될 수 있다. 변화무쌍하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형국이 연출되면서다. ‘안철수 신드롬’이 그렇고 ‘디도스 파문’이 그랬다. 특히나 올 한 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커지며 정치권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정국을 뿌리째 뒤흔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연 화제의 인물 1순위로 꼽힌다.

안 원장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의 아성을 단박에 무너뜨렸다. 안 원장의 묵묵부답에도 ‘대망론’은 거세게 불며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그간 부패하고 부조리한 모습을 보였던 기성 정치판에 대해 불신과 혐오는 극에 달했다. 때문에 전혀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민심이 안 원장에 열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원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며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꾸준히 이어왔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압도적 지지를 받던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후보단일화를 하며 ‘아름다운 양보’라는 선례도 남겼다. 게다가 그의 연구소 주식 1500억을 쾌척하는 ‘통큰 기부’도 선보였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정치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정도의 ‘안철수 신드롬’으로 번지며 ‘철수’라는 이름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올 한해 언론까지 화끈하게 장식했다.

<시민세력 전면 등장 박원순>

‘안풍’을 등에 업은 시민후보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단연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는 여야 잠룡까지 사활을 걸고 뛰어든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다. 특히 박 시장은 탄탄한 정당 조직력을 갖춘 여야의 후보들을 맥없이 무너뜨리며 60년 정당정치의 역사에 충격과 굴욕을 안겨줬다.

박 시장은 국내 대표 진보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만든 시민운동 1세대로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면서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에 한때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치권의 영입 제의도 잇따랐지만 박 시장은 그간 시민사회 진영의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정치를 더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출사표를 던졌고 당선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세력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 텃밭 탈환 손학규>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최대 접전지역이던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주목받았다. 분당을 지역은 단 한 번도 야권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 없던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린다. 이런 불모지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으며 이변을 일으킨 장본인이 손 전 대표였던 것.

재보선 당시 투표 마감 직전인 오후 7~8시 사이 한 시간 동안에만 1만389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손 전 대표는 ‘넥타이부대’와 ‘킬힐부대’ 결집의 요체였다는 평을 받으며 순식간에 대권가도까지 탄력을 받았다.

<정치인생 벼랑 끝 선 나경원>

반면 재보선으로 정치인생의 나락에 선 인물도 있다. 바로 한나라당 나경원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박 시장과 맞붙었지만 처참하게 깨졌다. 후보로 나와 검증과정에서 수두룩한 먼지가 털리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부친의 사학비리와 1억원 피부샵, 일본 자위대 행사 참석 등의 치명적인 과거로 정치인생까지 위태로워 진 것.

이에 그는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2일 서울시장 선거운동 당시 장애아동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공개한 것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정해 또다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얼짱 국회의원’으로 불리며 촉망받던 정치인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 친 나 전 의원에겐 이래저래 올 겨울이 어느 때보다 쓸쓸하고 추운 계절임에 틀림없다.

<한나라 저주의 불씨 오세훈>

2011년을 기억하기 힘든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최근 한나라당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서울대첩 패배’ ‘디도스 파문’ 등 악재가 겹치며 당의 해체까지 거론되는 위기일발의 상황이다.

이 모든 사태는 오 전 시장의 불명예 퇴진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오세훈의 저주’라는 성토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불장군 식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다 무산되자 전격적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저주가 시작됐다는 것.

오세훈의 ‘돌발사퇴’ 저주에 한나라당은 ‘만신창이’
‘자학개그’ 선보여 연예대상감으로 거론된 강용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귀결됐다. 이어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은 패했다. 게다가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 소행으로 밝혀지며 한나라당은 만신창이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 저주의 끝이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몰라서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내년 선거 때까지 한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형국이다.


<개그맨과 개그 배틀 강용석>

2011 불명예 넘버원 정치인은 강용석 무소속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올 한 해 누구보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포털 인기검색어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강 의원은 작년 7월 국회 전국대학생토론회 뒤풀이에서 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 “대통령도 예쁜 여학생의 연락처를 알려고 했을 것”이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에 한국아나운서협회와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 78명은 지난해 검찰에 집단모욕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강 의원은 똑같은 방식으로 KBS <개그콘서트>에서 정치인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

자신의 집단모욕죄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맨을 미끼로 고소하는 자학개그를 선보인 셈. 역풍은 생각보다 거세게 불었다. 누리꾼들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강 의원이 다른 사람을 고소까지 한 입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했고, 이때부터 뭘 해도 욕먹는 미운털이 박혔다.

개그맨과 한판 배틀을 벌인 그는 올해 연말 연예대상감이라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태이다.

<무죄로 검찰굴욕 준 한명숙>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과의 대결에서 잇단 2연승을 거머쥔 것도 화제였다. 지난해 7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9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지난해 4월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은 것.

당시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검찰은 한 전 대표와 곽 전 사장의 진술 외에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검찰은 제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한 전 총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전 정권 인사를 탄압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표적수사’ ‘정치탄압’이라는 평가도 줄을 잇는다. ‘정치검찰’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족쇄가 풀리며 전세를 역전시킨 한 전 총리는 검찰개혁에 칼을 빼든 상태다.

<헌정 초유 최루탄 테러 김선동>

지난 11월22일 오후 4시8분,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루탄 테러의 주역은 바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그는 한나라당에 의해 한미FTA가 기습처리 되는 것에 반발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로 인해 국회의 ‘날치기’와 ‘테러’ 등 후진적인 한국정치의 치부가 세계만방에 널리 알려졌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양보로 전남 순천에서 단일후보로 출마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금배지를 달았던 김 의원은 이번 사태로 정치 앞날이 가물가물한 지경에 처한 형국이다.

<상왕통치시대 종식 이상득>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상왕통치 시대’의 폐막을 알렸다. 그는 불출마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하나의 밀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불명예퇴진이라는 평이다.

15년지기 보좌관 박모씨가 제일저축은행 및 SLS그룹 구명 로비자금을 받아 검찰조사 중에 있어서다. 보좌관이 받기에는 너무 거액이라는 의심에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현 정권에서 의혹이 일었다 하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 ‘만사형(兄)통’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절대권력으로 통했던 그의 불출마 선언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한나라의 ‘5개월 천하’ 홍준표>

지난달 디도스 파문이 불거지며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고 지난 9일 사퇴한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올 한 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3인의 동반사퇴로 ‘억지춘향격’으로 밀려난 홍 전 대표 체제는 ‘5개월 천하’로 막을 내렸다. 7‧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이후 한나라당의 온갖 악재와 맞물려 그 역시 막말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홍 전 대표는 당 대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며 갖은 사퇴 압박 속에서도 당 쇄신안을 앞세워 사퇴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결국 여론에 밀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한나라당은 다시 격랑에 휩싸인 분위기다.

올 한 해 정치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국회의 고질적 병폐인 폭행사태가 난무했고, 대통령 친인척‧측근비리가 봇물을 이루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을 더했다. 때문에 유난히도 올 한 해 민심이 계속해서 출렁였고, 2012년의 정치 일정까지 미리 앞당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