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

“죽일 테면 죽여라 죽여!”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문제 키울 뿐
한 여성 성추행 당한 것으로 꾸며 ‘역공’

“제 말을 좀 더 들어보세요. 또한 채권자와 채무자는 다 같이 각자에게 부여된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집이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면 무단침입죄 혐의가 주어지고, 채무상환을 요구하여 방문했다는 의사와 뜻을 전달하였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합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할 시 퇴거불응죄 혐의가 적용되지요. 자신이나 가족 등에게 신체적 혹은 어떠한 위해를 가할 것처럼 하면서 채무상환을 요구할 시에는 협박공갈혐의가 주어지고, 가족이나 제삼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며 독촉을 하면 역시 모욕죄 혐의가 주어지겠지요. 제3자들이 있는 곳에서 몹쓸 언어를 사용하여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주어지고, 채무자가 원하지 않는데 강박이나 신체를 체포하여 강제로 채권자가 원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정한 곳에 두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면 불법체포 감금죄나 약취 유괴혐의가 주어지는 등, 채권자의 불법추심행위에 대해 채무자는 사법적 대응으로 역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채권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증거도 없이 무작정 고소하다가는 잘못하면 도리어 무고로 처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불법 추심 역공 권리

왕 사장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공감이 가거나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연신 ‘“아, 예”하며 대답을 했다. 나는 더욱 자세히 그에게 조언을 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냥 넘기지 말고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증인으로 세운다거나 녹음을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가령, 목소리를 크게 하여 옆집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했다면, 그 사실을 들은 옆집사람들에게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또한 정도가 지나치게 독촉할 경우에는 일단 경찰서에 신고하여 불법행위를 당했음을 진정하거나 고소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전문적으로 추심행위를 하는 자라 하더라도 그자의 행위에 대하여 사사건건 고소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진상꾼이라고 해도 불법추심행위를 섣불리 할 수가 없게 될 겁니다. 사장님께서 스스로 채무자라는 죄인 아닌 죄인인양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안 됩니다. 약한 모습을 본 그들은 하이에나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방법대로 계속 불법적인 추심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사님 말씀을 알만합니다. 문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 저한테 문제가 있다는 말과 같군요.”   
“이제 조금 이해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채무자의 경험적 얘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참고해 보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어서 말씀해 주시죠.”
그가 조급한 듯 재촉을 했다. 나는 지나간 하나의 사례를 얘기해주었다.

“어떤 채무자가 사업을 하다가 사채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채 부도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여러 가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면서 가족에게 미안했던지 행방도 알려주지 않고 잠적을 했답니다. 그러자 부인과 어린아이들은 살던 곳에서 나와서 조그만 다가구주택 사글셋방을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쳐 부인에게 남편의 행방을 알려 줄 것과 숨겨 놓은 돈과 재산을 밝히라고 계속적으로 괴롭혔지요. 채무자의 부인은 은닉한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하며, 또한 남편이 숨어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무지막지한 사채업자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지요.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나날이 독촉 강도를 더해가며 부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욕설과 협박을 하였지요. 사채업자의 행위에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진 부인이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한 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지요. 부인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 무엇인들 못 하겠어요. 그래서 그 부인은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과 작전을 짜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는 진상을 치러오는 악덕사채업자를 기다렸습니다. 역시 사채업자들은 어김없이 독촉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집에 찾아온 건장한 삼십대 중반의 사채업자 3명이 좁은 거실에서 죽치고 앉아 역시 교묘한 협박으로 괴롭혔지요. 부인은 지난번과 달리 살살 약을 올렸지요. 그러자 약이 오른 사채업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있는 부인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해 대며 ‘죽고 싶어?’ 하며 위협을 가한 겁니다. 그러자 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우람한 체격의 남자에게 달라 들면서 ‘죽일 테면 죽여라 죽여’ 하고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겁니다. 당황한 그 남자는 ‘이런 미친년’ 하고 달려드는 부인을 밀쳐냈지요.”

옷 찢고 뛰쳐나와

“아, 예, 그래서 다쳤습니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왕 사장이 남 얘기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에 끼어들며 반문을 했다. 나는 그에게 좀 더 들어보라고 하고 계속 말을 해갔다.
“사채업자가 그다지 힘주어 밀치지 않아서 다행히 넘어지지 않은 채무자의 부인은 이번에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블라우스를 양손으로 확 잡아당겨 찢고, 브레지어 끈도 끊어버렸지요. 동시에 부인은 ‘아이고…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하고 고함을 지르며 문 밖으로 뛰쳐나가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답니다. 그러자 그 남자들은 부인의 황당한 행동에 어이없어 하며 ‘어어, 저저 여자가 미쳤나’하고 슬슬 뒤따라 나왔지요. 옆집에서 부인의 신호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던 친인척 여성 셋이 부인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나와 ‘이를 어째, 이를 어째’ 하면서 부인 뒤를 따라 나오는 세 남자 중 한 명을 붙잡고 늘어지며 ‘에이 나쁜 놈들’하고 소리를 질러댄 겁니다. 때 맞춰 옆집부인이 112에 신고한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자 위급을 당해 소리치는 부녀자의 고함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하나둘 나와서 구경하며 사태를 지켜보게 된 거지요.”

“아, 굉장했겠군요.”
“그랬겠죠? 진상꾼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여성들에게 붙잡힌 채 처음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사태가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깨닫게 된 거예요. 그러자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는지 ‘이것 안 놔? 에이, 이런 씨팔, 이것 못 놔!’ 욕을 하며 여성들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쓴 거예요. 그렇지만 팔다리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여성들을 쉽게 떼어낼 수가 없었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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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