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

“죽일 테면 죽여라 죽여!”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문제 키울 뿐
한 여성 성추행 당한 것으로 꾸며 ‘역공’

“제 말을 좀 더 들어보세요. 또한 채권자와 채무자는 다 같이 각자에게 부여된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집이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면 무단침입죄 혐의가 주어지고, 채무상환을 요구하여 방문했다는 의사와 뜻을 전달하였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합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할 시 퇴거불응죄 혐의가 적용되지요. 자신이나 가족 등에게 신체적 혹은 어떠한 위해를 가할 것처럼 하면서 채무상환을 요구할 시에는 협박공갈혐의가 주어지고, 가족이나 제삼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며 독촉을 하면 역시 모욕죄 혐의가 주어지겠지요. 제3자들이 있는 곳에서 몹쓸 언어를 사용하여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주어지고, 채무자가 원하지 않는데 강박이나 신체를 체포하여 강제로 채권자가 원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정한 곳에 두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면 불법체포 감금죄나 약취 유괴혐의가 주어지는 등, 채권자의 불법추심행위에 대해 채무자는 사법적 대응으로 역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채권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증거도 없이 무작정 고소하다가는 잘못하면 도리어 무고로 처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불법 추심 역공 권리

왕 사장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공감이 가거나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연신 ‘“아, 예”하며 대답을 했다. 나는 더욱 자세히 그에게 조언을 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냥 넘기지 말고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증인으로 세운다거나 녹음을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가령, 목소리를 크게 하여 옆집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했다면, 그 사실을 들은 옆집사람들에게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또한 정도가 지나치게 독촉할 경우에는 일단 경찰서에 신고하여 불법행위를 당했음을 진정하거나 고소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전문적으로 추심행위를 하는 자라 하더라도 그자의 행위에 대하여 사사건건 고소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진상꾼이라고 해도 불법추심행위를 섣불리 할 수가 없게 될 겁니다. 사장님께서 스스로 채무자라는 죄인 아닌 죄인인양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안 됩니다. 약한 모습을 본 그들은 하이에나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방법대로 계속 불법적인 추심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사님 말씀을 알만합니다. 문제는 소극적으로 대응한 저한테 문제가 있다는 말과 같군요.”   
“이제 조금 이해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채무자의 경험적 얘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참고해 보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어서 말씀해 주시죠.”
그가 조급한 듯 재촉을 했다. 나는 지나간 하나의 사례를 얘기해주었다.

“어떤 채무자가 사업을 하다가 사채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채 부도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여러 가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면서 가족에게 미안했던지 행방도 알려주지 않고 잠적을 했답니다. 그러자 부인과 어린아이들은 살던 곳에서 나와서 조그만 다가구주택 사글셋방을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쳐 부인에게 남편의 행방을 알려 줄 것과 숨겨 놓은 돈과 재산을 밝히라고 계속적으로 괴롭혔지요. 채무자의 부인은 은닉한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하며, 또한 남편이 숨어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무지막지한 사채업자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지요.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나날이 독촉 강도를 더해가며 부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욕설과 협박을 하였지요. 사채업자의 행위에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진 부인이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한 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지요. 부인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 무엇인들 못 하겠어요. 그래서 그 부인은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과 작전을 짜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는 진상을 치러오는 악덕사채업자를 기다렸습니다. 역시 사채업자들은 어김없이 독촉을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집에 찾아온 건장한 삼십대 중반의 사채업자 3명이 좁은 거실에서 죽치고 앉아 역시 교묘한 협박으로 괴롭혔지요. 부인은 지난번과 달리 살살 약을 올렸지요. 그러자 약이 오른 사채업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있는 부인에게 다가가 삿대질을 해 대며 ‘죽고 싶어?’ 하며 위협을 가한 겁니다. 그러자 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우람한 체격의 남자에게 달라 들면서 ‘죽일 테면 죽여라 죽여’ 하고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겁니다. 당황한 그 남자는 ‘이런 미친년’ 하고 달려드는 부인을 밀쳐냈지요.”

옷 찢고 뛰쳐나와

“아, 예, 그래서 다쳤습니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왕 사장이 남 얘기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에 끼어들며 반문을 했다. 나는 그에게 좀 더 들어보라고 하고 계속 말을 해갔다.
“사채업자가 그다지 힘주어 밀치지 않아서 다행히 넘어지지 않은 채무자의 부인은 이번에는 자신이 입고 있던 얇은 블라우스를 양손으로 확 잡아당겨 찢고, 브레지어 끈도 끊어버렸지요. 동시에 부인은 ‘아이고…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하고 고함을 지르며 문 밖으로 뛰쳐나가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답니다. 그러자 그 남자들은 부인의 황당한 행동에 어이없어 하며 ‘어어, 저저 여자가 미쳤나’하고 슬슬 뒤따라 나왔지요. 옆집에서 부인의 신호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던 친인척 여성 셋이 부인의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나와 ‘이를 어째, 이를 어째’ 하면서 부인 뒤를 따라 나오는 세 남자 중 한 명을 붙잡고 늘어지며 ‘에이 나쁜 놈들’하고 소리를 질러댄 겁니다. 때 맞춰 옆집부인이 112에 신고한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자 위급을 당해 소리치는 부녀자의 고함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하나둘 나와서 구경하며 사태를 지켜보게 된 거지요.”

“아, 굉장했겠군요.”
“그랬겠죠? 진상꾼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여성들에게 붙잡힌 채 처음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다가 사태가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깨닫게 된 거예요. 그러자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는지 ‘이것 안 놔? 에이, 이런 씨팔, 이것 못 놔!’ 욕을 하며 여성들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쓴 거예요. 그렇지만 팔다리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여성들을 쉽게 떼어낼 수가 없었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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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