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 ‘날치기 헌정사’ 천태만상

머릿수로 횡포부리다 민심의 철퇴 맞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국이 얼어붙다 못해 마비된 모양새다. 지난 22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키면서다. 이는 MB정부에서만 다섯 번째 ‘날치기’로 꼽힌다. 특히 여야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논의되던 와중에 터진 일이라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다수당의 법안 날치기 처리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는 민심의 역풍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음에도 끊이지 않는 악습으로 자리 잡았다. 역대 국회의 날치기 천태만상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회의 날치기에 민심의 역풍…‘몰락의 전주곡’
독재정권 시절 야당에 무력행사 기습처리 빈번

‘말 많고 탈 많은’ 한미FTA 비준안이 지난 22일 국회를 전격 통과했다. 한나라당 주도하에 기습적으로 본회의가 열리면서 한미FTA 비준안이 강행처리된 것이다. 야당 측은 날치기 처리된 한미FTA 비준안의 원천무효를 선언하며 투쟁의사를 밝혔다. 이어 예산심의를 포함한 이후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보이콧을 선언해 정국이 바짝 얼어붙은 상태다.

이승만 정권에서
날치기 악습 시작

역대 국회를 돌이켜보면 다수당의 날치기는 항상 민심의 역풍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날치기 의 고질적 병폐가 고쳐지기는커녕 보다 치밀하게 진화하며 국회 악습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날치기의 역사는 이승만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자유당이 통과시킨 발췌개헌이 날치기의 효시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포위했고, 그해 7월4일 여당 의원들만 참석시킨 채 재투표를 진행해 개헌안을 처리했다. 이것이 악명 높은 발췌개헌이다.

이로 인해 1956년 정?부통령 선거와 1958년 제4대 민의원 선거에서 패하며 여당인 자유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확인됐다. 결국 이승만 정부는 다시 언론, 국민의 비판규제를 위해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야당을 중심으로 범국민적 반대투쟁이 전개되었다.
1958년 12월24일 이 전 대통령은 다시 무술 경관을 동원해 폭력으로 농성 중이던 야당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서 끌어내고 지하실에 연금했다. 또 다시 자유당 의원들만 구성된 채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그리고 개정된 보안법을 적용해 이 전 대통령과 접전 끝에 낙선한 죽산 조봉암 선생을 간첩혐의로 사형시켰고, 뒤이어 죽산이 결성한 진보당도 해산시켰다. 이로 인해 촉발된 성난 민심은 1960년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사형된 조봉암 선생은 사형당한지 52년 만인 올해 1월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노동법·탄핵안
정국 최대 파장

1969년 공화당 의원들의 날치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전격 도모했다. 그해 9월14일 새벽2시30분 공화당 의원들은 국회 제3별관(현 서울시의회)에 전등을 끈 채 몰래 모인 뒤 박 전 대통령의 3번째 대통령 연임을 위한 헌법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박정희 정권은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 제명안 처리를 위해 국회 경호권을 발동했다. 공화당은 회의장을 옮겨 단독으로 제명안을 의결했고, 신민당 의원 66명 전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극한투쟁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부마항쟁 등 민주화운동이 전국에서 발발했고, 박정희 정권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85년 12월 여당이었던 민정당은 신민당이 본회의장을 밤새 점거하자 의원총회를 하겠다며 새벽에 국회 146호실에서 소속 의원들만 모인 가운데 최영철 국회부의장 주도로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1986년에는 국시발언 주역인 유성환 신민당 의원 구속동의안 처리를 놓고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자 민정당은 경위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 로텐더홀을 가로막은 채 예결위 회의장 뒷문을 통해 기습적으로 들어가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며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를 제공하였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는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제3자 개입금지’ 등을 위해 노동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진척이 없었다. 이에 같은 해 12월26일 새벽 신한국당 의원 155명은 본회의장에 몰래 모여 노동법 등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야당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노동계의 파업은 한 달여간 이어졌다. 파업 등으로 3000여명이 구속되는 전례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놀란 여당은 1997년 3월 야당 및 노동계와 협상을 통해 민주노총을 합법화하고, 3자 개입금지 조항을 없애는 내용으로 노동법을 재개정했다.

하지만 민심은 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이후 한보사태에 이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노동법개정안·노무현 탄핵안 가장 큰 파장 일어
총·대선 앞두고 날치기, 한나라 민심동향에 촉각


한나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강행처리도 기록에 남을 날치기였다. 2004년 3월 야당이었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옛 민주당과 함께 소수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저지를 물리력으로 봉쇄하고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촛불집회 등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했고, 같은 해 4월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대패했다.

이어 17대 총선으로 전세가 역전된 열린우리당은 2005년 12월9일 한나라당과 몸싸움 끝에 직권상정을 통해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은 당시 박근혜 대표 주도로 장외투쟁에 나섰고, 사학재단과 종교계 등이 날치기라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의 정국 주도력이 위축됐고, 사학법은 결국 2007년 재개정됐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예외 없이 국회 날치기가 성행했다. 4년차 되는 현 정권에서 무려 다섯 번의 날치기가 이뤄진 것. 첫 번째 날치기는 지난 2008년 12월13일 새해 예산안 처리였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가 2009년도 예산안 처리시한(12일)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다음날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감세법안도 함께 처리했다. 당시 이른바 ‘형님 예산’으로 불렸던 포항지역 예산은 대폭 증액되며 비판여론이 거셌다.

두 번째 날치기는 대기업·신문의 방송 진출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법 처리였다. 지난 2009년 7월 여야는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잠깐 열린 15일, 여야는 상대편 점거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 남아 며칠간 동시농성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후 22일 당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김형오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아 미디어 관련 3법을 직권상정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미디어 시장의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디어 법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과의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재투표와 대리투표 등의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야당의 극렬한 반반을 샀다.

MB정권 4년
5번의 날치기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 산업을 통한 경제 살리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친정부 성향의 보수언론 4개사의 종편을 허가하기 위함이었다는 비판이 아직까지 일고 있다.

야당은 미디어법 처리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야당 의원의 권한 침해가 인정된다”면서도 법안무효 청구는 기각했다.

2009년 12월31일 2010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두고 세 번째 날치기가 있었다. 당시 여당은 본회의 처리 전 예결위원회의 예산안 처리를 거쳐야 한다.

당시 예산안 처리를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국회 245호 회의실에서 불시에 강행했다. 이어 당시 김형오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과 부수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역대 최다 직권상정 국회의장’이라는 오명을 쓰며 이듬해 5월 퇴임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취임 후에도 여전히 날치기 처리는 계속됐다. 2010년 12월8일 새해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된 것. 당시 4대강 주변지역의 개발을 가능케 하는 친수구역활용특별법, UAE파병동의안 등 쟁점 법안도 함께 날치기 처리됐다.

다섯 번째가 이번 한미FTA 비준안의 기습처리다. 당시 사회권을 넘겨받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본회의 비공개 동의안부터 상정해 단 4분만에 전광석화처럼 한미FTA 비준안 및 이행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집권당이나 다수당의 날치기 처리의 병폐는 헌정사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독재정권 시절에 벌어진 대표적 날치기들도 야당의 강한 반발과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종국에는 ‘날치기 세력’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등 역대 헌정사에서 날치기에 대한 결과는 혹독했다.

이번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이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내년에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선 날치기 후 민심수습에 들어간 한나라당. 과연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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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