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04)회복

고구려 움직이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혹시.”

“소장이, 아니 이제는 중으로 돌아가야겠지요. 혹여 고문 장군이 시간에 늦어 의자왕을 구하지 못한다면 제가 당나라로 건너가서 의자왕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연개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온사문의 손을 잡았다.

“대감,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같은 남자끼리.”

파안대소


온사문의 말에 모두 파안대소했다. 그를 기회로 표정을 밝게 한 연개소문이 남건에게 술을 들이라 했다.

“왜 의자왕에게 그리 집착하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자리가 정리되자 온사문이 연개소문의 잔을 채웠다.

“의자왕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같은 민족으로서 당나라 오랑캐 놈들에게 끌려가 수모당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립니다.”

“그런데 신라 사람들은 그를 모를까요?”

“그 놈들이 오죽했으면 당나라에 항복했겠소.”

“대감, 이참에 신라를 멸하시지요.”


잠자코 있던 두방루가 목소리를 높였다.

“신라 역시 우리 민족으로서 신라 자체로는 문제 될 수 없네. 다만 이런 식으로 일처리하다 오랑캐 놈들에게 고스란히 넘길까 보아 그게 걱정이네.”

“신라놈들, 이 민족의 원수네요, 원수!”

두방루가 은근히 이를 갈았다.

고문과 뇌음신이 일반 백성으로 변장한 소수의 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주로 야음을 틈타 급하게 당항성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 사비성 약탈을 마무리한 소정방이 이미 의자왕과 그 일행들을 배에 싣고 당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허탈한 심정으로 막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장군, 이렇게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뇌음신이 고문 곁으로 다가와 칼을 잡았다.

“그러면 바다로 나가서 구출하자는 말인가?”

“바다에서는 불가능하지요.”

“무슨 의미인가?”


“신라놈들 한번 혼쭐이라도 내주자는 말씀입니다.”

“혼쭐이라.”“막리지 대감께서도 그를 탓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야 당연하고. 그렇다면…… 이왕 내친 걸음 조금 내륙으로 들어가 칠중성(파주 적성)을 공략하세.”

“칠중성이라면 공략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곳이야 어차피 우리 땅이었으니 공략이 아니라 회복이지요.”

“그렇게 되는가.”

쓸쓸한 미소를 보이던 고문과 고구려 병사들이 해안이 아닌 내륙으로 방향을 잡아 칠중성으로 이동했다.


칠중성에 가까이 이르러 당당하게 성으로 들어갔다. 북이 아닌 남에서, 신라 영토에서 들어오는 변장한 고구려 군사들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성으로 들어간 고문과 뇌음신이 병사들에게 간략히 지시하고 곧바로 성주인 필부의 알현을 청했다.

“무슨 일로 나를 만나자 하였소?”

필부가 거드름을 피우며 고문과 뇌음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우리는 고구려 장군들인데 돌아가는 길에 귀하의 목을 따려고 만나자 했소!”

“뭐라!”

순간 필부의 표정이 급격하게 경직되었다.

“여봐…….”

필부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뇌음신의 칼이 필부의 목 깊숙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그를 살피던 고문이 곧바로 뒤로 돌아 칼을 뽑아들었다.

“쳐라!”

고구려군, 한발 늦었지만 칠중성 회복이라도…
백제 부흥의 움직임…복신과 도침의 속셈은?

고문의 외침에 고구려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칠중성에 피바람이 불었다.

백제의 사비성을 점령한 당나라는 낭장(郎將) 유인원과 군사 일만 명으로 그곳에 남아 지키도록 하였고 또한 좌위중랑장(左衛中郞將) 왕문도를 보내 웅진도독(熊津都督)으로 삼았다.

한편 그들과 합류했던 무열왕은 서라벌로 돌아가고 대신 용태부인(김춘추의 아버지 김용춘의 첩인 대씨 부인의 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 인태로 하여금 사찬 일원, 급찬 길나와 함께 군사 칠천 명으로 유인원을 보좌하도록 했다.

“성주, 당나라와 신라의 주력군이 돌아갔다 하오.”

성루에서 당나라와 신라군의 정황을 살피던 무왕의 조카, 의자왕의 사촌이며 주류성(周留城, 충남 연기) 성주인 복신에게 승려인 도침이 다가섰다.

“들어서 알고 있소.”

“그렇다면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지 않소?”

“그렇다고 저들이 이 성을 공략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 있겠소?”

복신의 말에 도침이 바짝 다가섰다.

“어차피 의자왕도 당나라로 끌려가고 없는 마당에 우리가 새롭게 백제의 깃발을 꽂아야 할 일 아닌가요?”

“그 이야기는?”

“성주와 소승이 새롭게 백제를 이끌어가자는 말입니다.”

순간 복신의 눈이 반짝였다.

“가능하오?”

“성주께서 민심을 모르시는구려.”

“민심이라니요. 그래, 민심이 어떻습니까?”

전쟁 중에 오로지 성안에만 상주하고 있던 복신으로서 그를 알 길 없었다.

“현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정하지 못한다면.”

“의자왕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있는 게지요.”

“개인의 일이라.”

“의자왕의 지나친 황음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왔으니 백제의 항복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소?”

복신 역시 동성을 취하는 등 성생활은 문란했지만 지나친 의자왕의 비행에 대해 나름 속을 끓이고는 했었다. 

아울러 자신의 종형(사촌 형)이었던 만큼 쉬쉬했었다.

“지나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민심이 그러하니 그를 이용해서 우리 둘이 일을 도모해보자 이 말이오.”

“우리 둘이?”

“그렇소.”

복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오, 성주.”

“우리 둘이 일을 도모한다면 일 자체로는 명분이 서지만 백성들에게 크게 호응 받지 못하리란 생각이 드는구려.”

왕의 비행

“무슨 소리요?”

“일시적으로 백성들의 호응은 얻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저 반란으로 치부될 수 있소.”

도침이 그 말을 헤아리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님, 일 그것도 적지 않은 일을 도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시오?”

“무엇입니까?”

“명분 즉 정당성과 정통성이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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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