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대권 3단계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10.01 10:33:14
  • 호수 1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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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슬쩍 욕심내는 노의 남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서 파다하다. 정작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 이미 대권도전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되는 추세다. 김 위원장이 보이고 있는 행보가 대권을 염두에 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의 색채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정사실 아닌가요?” 김 위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치권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의 모 의원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수 개혁의 마침표는 누가 당을 이끌지, 누가 정권교체를 이룰지 여부”라며 “(김 위원장이)비대위원장 임기 이후에도 역할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권교체가
개혁 마침표

정가에선 이미 한차례 김병준 대권설이 이슈된 바 있다. 지난 8월 초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와 인터뷰서 “김 위원장은 보통 분이 아니다. 지금 말씀만 보더라도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면서 하고 있다”며 “또한 자기의 권력욕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권력욕에 대한 첫 번째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거국중립내각 총리 후보’로 지목했던 점을 들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총리를 제안했을 때 받아들이려고 나에게 전화까지 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근거로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들었다. 박 의원은 “국가주의다, 먹방 개혁이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나가는 과정을 보면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중순 기자간담회서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이념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고 국가주의 담론을 언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추상적인 국가주의 개념뿐 아니라 그 사례로 ‘초중고 커피 판매 금지’ ‘먹방 규제’ ‘음식원가 공개’ 등을 들며 문재인정부의 국가주의 행태를 지적했다.

세 번째 근거로 김 위원장이 7월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과정서 전한 메시지를 들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기정사실? 광폭 행보에 출마설 솔솔
정치9단 박지원 “권력욕이 굉장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일에 반대하는 한국당 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사회가 통합으로 가야 하고,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런 차원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와 중도까지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대권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있고 난 후 YTN 라디오 인터뷰서 “나를 너무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며 “(대권에 도전하려고)그랬다면 시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진작 하려고 하지 않았겠냐”라고 부인했다.

이어 “내가 최근 쓴 책 첫 문장이 ‘권력의 속살은 잿빛’”이라며 “그만큼 (권력이)무겁고 험한데 저는 그런 짐을 질 만큼 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일축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정가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당이 최근 인적청산에 대한 시동을 걸면서 점차 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다. 정가는 김 위원장이 대권을 위한 세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계 1]
한국당 장악

김 위원장은 자신이 취임했을 당시 국회 당 대표실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과거지향이란 측면에서 인적청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적청산으로 인해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간 계파갈등이 일어나 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가치 재정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예고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일도 그 일환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김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당의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고 그에 걸맞는 행보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정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가치 재정립 행보를 대권도전의 첫 번째 단계로 해석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취임했을 때 당내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런 상황서 성급하게 인적청산에 나섰다면 김 위원장이 축출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친박-비박 등 양대 계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청산 대신 가치 재정립을 먼저 내세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가치 재정립론은 한국당의 외연확장과도 연결된다. 한국당은 지난 탄핵정국 이후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전락한 상태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 체제 당시 ‘빨갱이’ ‘종북’ 등 구시대적인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민심이 크게 이반했다. 

이는 지난 6·13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증명됐다. 20대 대선의 전초전이자 국회의원들의 명운이 달린 21대 총선서 한국당이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만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국당은 지난 8월 초 비대위 산하 ‘좌표·가치 재정립 소위’를 구성했다.

[단계 2]
담론 제시

정가서 진단하는 김 위원장의 대권도전 두 번째 단계는 대정부 공세 및 담론 제시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차츰 높이고 있다. 취임 후 그는 문재인정부의 공과에 대해 “남북 문제의 터닝포인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가장 큰 공이고, 경제·산업 문제는 정말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가 잇따른 정상회담으로 대북성과를 내는 점에 대해서는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현 정부는 지나치게 대화 쪽으로만 간다. 평화가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한 것이어서, 미래 전략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8월 들어 김 위원장은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석탄 문제가 이슈화되자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국방력과 제재서 상당히 벗어났다”며 “대표적 사례가 북한산 석탄 반입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평양행 제안을 거절한 후에는 “과연 정당 대표들이 (평양에)갈 이유가 있는가 싶다”며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어떤 진전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 체제 한국당은 4·27판문점선언 이행에 드는 비용 추계를 문제 삼아 국회 비준동의안에 거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정부 공세를 높이면서 동시에 담론을 제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성장론’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자유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맘껏 뛰는 국가시스템을 만들어 국가는 필요한 지원만 하자는 것”이라며 “투자를 활성화해 투자→생산→소득→소비→재투자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시장 자율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맘껏 역량을 발휘하게 해주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이는 국가 역할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대비를 이룬다.

국민성장론 제시, 문정부 공세↑
‘선’ 가치정립 ‘후’ 인적청산

김 위원장은 담론 제시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와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에게 어느 쪽의 경제정책과 성장모델이 옳은지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서 “우리당(한국당)이 내·외부적으로 토론하겠지만, 청와대 및 민주당 대표나 그쪽 정책팀이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언제든 응할 자신이 있고 토론을 제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국민성장론을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국민성장론을 제시하자 즉각 논평을 내고 “오로지 대기업의 성장만을 주목하는 규제 완화는 이명박, 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의 투자만능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는 한국당의 정책 무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보수 정권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서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친 대기업, 낙수 경제라는 실패한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토론 제안에 대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며 “토론할 가치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한국당 내부서도 김 위원장의 국민성장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 리더십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학술적인 담론 논쟁은 학자의 역할이지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추상성이 너무 높아 국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계 3]
사람 정리

정가서 진단하는 세 번째 단계는 인적청산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윤리위원장에 김영종 전 검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에 황윤원 중앙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 교체는 김 위원장 체제 한국당이 곧 인적청산에 돌입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윤리위원장을 맡게 된 김 전 검사는 향후 현역의원은 물론,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당원권 정지, 출당 권고 등의 징계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된 황 교수는 당협위원장 교체의 근거가 되는 당무감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인적청산의 시동을 건 김 위원장은 곧바로 해당 문제를 본궤도로 올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한국당 비대위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가는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김 위원장이 현역 국회의원을 제외한 원외 당협위원장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인적청산이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시기적으로도 추석을 전후해 당무감사 공고를 낸 뒤 당무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는 예상을 뒤집는 파격행보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를 거치지 않는 대신 곧바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해 각 당협에 대한 심사·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를 백지화한 이유에 대해 “당무감사는 60일간의 공고 기간이 필요하고, 감사 후에 다시 조강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보다는 조강특위를 거쳐 우선으로 재임명 절차를 빠르게 밟고 당이 안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가 ‘인위적 인적청산’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를 지목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매년 하는 당무감사와 거의 같은 성격으로, 강도는 좀 강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초의 예상을 깨고 갑작스레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치를 취한 이유가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떠난 홍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귀국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무감사를 실시해 당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한국당 내부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때 많은 수의 친홍(친 홍준표)계 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앞당긴 이유는 홍 전 대표의 귀국을 시작으로 원내·외 친홍계 당협위원장들이 결집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공석이 된 당협위원장직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명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을 최초로 언급했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자기의 뿌리를 심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한국당에 뿌리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줄타기를 잘 하느냐가 핵심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대권 후보로 가는 포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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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