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손학규의 ‘작심’ 속내

10‧26에 대권운명 달랑달랑 ‘구원투수는 외로워’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권의 유력 잠룡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선에 뛰어들며 판세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야권에서 제3의 인물들이 부각되며 손 대표에겐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결국 작심한 손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10‧26 재보선의 최전방에 나서며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운 것. 사지에서 그를 건져 올린 지난 4‧27 분당대첩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총동원령 지시, MB정권에 각세우기 전략
강원·충북서 연속 박근혜-손학규 불꽃 튀는 맞대결

‘돌아온 선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안풍‧문풍’의 직격탄을 맞고 대선 지지율이 반토막 난데 이어 ‘사퇴파동’으로 책임감‧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의 유력 잠룡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선에 뛰어들며 보수진영의 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로 서울시장 유력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당초 서울시장 유력후보인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를 10%p 이상 앞섰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더불어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나 후보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펼치며 두 후보의 격차는 단숨에 초박빙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 총동원령
‘손’의 긴급처방

지난 18일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후보가 40.5%를 나 후보가 38.2%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CBS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후보가 44.8%로 41.8%의 박 후보를 앞섰다. 이처럼 두 후보는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서울시장 재보선의 범야권 후보 선출에서 손 대표의 지지와 당의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박영선 후보가 시민후보인 박 후보에 맥없이 무너지며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여기에 범야권 후보인 박 후보마저 나 후보와 혼전양상을 보이며 위기감이 감지되자 손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위기상황에 처한 손 대표는 작심하고 선거전의 최전방에 나섰다. 이번 10‧26 재보선이 내년 총·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손 대표는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사전에 ‘박풍’을 차단시키고 추락하는 지지율의 상승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하여 승리를 거머쥐며 동시에 대권지지율까지 15%로 치솟았다. 이러한 분당대첩의 학습효과로 손 대표는 다시 한 번 재보선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권력의 요직이자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직을 잡을 경우 손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서울시장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내년 총?대선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에 손 대표는 박 후보가 비록 무소속이긴 하지만 ‘대통합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공간을 민주당이 아닌 야권 진영 전체로 확장시켜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민주당에 선거 총동원령을 내렸다.

‘박’과 정면 승부
본격 맞대결 펼쳐

그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생각해 너무 앞장서지 않았다”면서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최후까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박 후보의 승리를 통해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당원과 지지층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당에 주문했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손 대표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전방위적 지원유세를 펼치며 부동층 흡수와 바닥민심을 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초반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이었던 부동층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20%대로 늘어나면서 선거 막판 중요 변수로 떠오른 것.

손 대표는 의총 이후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범 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박 후보와 함께 참석했다. 이어 사당동 태평백화점과 신림역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거리유세를 하고, 신대방삼거리 인근 성대시장에서 상인과 주부들을 상대로 표심을 공략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지원유세를 펼치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손 대표는 또 박 전 대표와 동시에 출격하며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박 전 대표가 강원도 인제군수 재보선에 출마한 이순선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쳤던 같은 날 손 대표 역시 최상기 후보를 지원하며 정면승부를 펼친 것.

사실상 강원도는 한나라당 텃밭이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민주당이 터전을 일구기 시작했다. 이광재 전 도지사에 이어 지난 4·27 재보선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정상철 양양군수까지 모두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는 등 강원도의 정치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

‘정권 심판론’ 주장
MB와 각세우기


이번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출신 군수가 나오면 그 바람이 내년 총?대선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손 대표는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인제를 방문해 인근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인제읍 상동리 구터미널에서 유세를 하며 강행군을 펼쳤다.

게다가 다음날인 지난 20일에도 박 전 대표가 충북 충주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이종배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자 손 대표 역시 박상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이틀연속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손 대표는 사전에 ‘박풍’을 차단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특히 여야를 대표하는 차기 잠룡들의 본격 맞대결로 선거정국에서 누가 더 큰 힘을 발휘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손 대표는 또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더불어 한-미 FTA 처리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정권 심판론’을 고리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인제군수 선거지원에서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이 퇴임 후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이용해 땅이나 보러 다니는데 안 시끄러울 수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손 대표는 또 야당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30대 재벌기업의 계열사 수가 2007년에 500개였는데 올해 1870개가 됐다”면서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차지해서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졌는데, 인제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명박 정권이 오판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부동층 ‘숨은 표’ 단속과 바닥민심 쓸려 고군분투
제3의 인물 부각…‘안풍·문풍’ 사전 차단 나선 ‘손’

내친김에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한 작심발언까지 쏟아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손 대표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박희태 국회의장 등 5부요인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현재대로의 한-미 FTA 협정안은 이익균형을 상실했고, 손해를 보는 당사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준비도 충분치 않아 문제가 많은 만큼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방향이 잘못된 한-미 FTA를 강행처리하지 말라”고 반박하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간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폭탄이 연일 터졌고, 이 대통령 본인마저 내곡동 사저 의혹을 둘러싸고 도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혐오와 불신을 느끼며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지닌 ‘제3의 인물’에 열광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제3의 인물’이 거론될 때마다 국민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블랙홀’처럼 민심을 빨아들여 정치 지형도를 변화시켰다. 손 대표의 사퇴 파문 당시 ‘손학규 대안론’에 회의감이 짙어지자 시선은 자연스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쏠렸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후보의 위기론이 제기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원장의 ‘구원 등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시민후보의 위협
정당정치의 위기

이처럼 시민후보에 열광하는 민심의 변화에 발맞춰 결의에 찬 손 대표 역시 민주당의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 현장 곳곳을 누비며 바닥민심을 살피고, 서민행보를 펼치며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제 손 대표의 운명은 재보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보선에서 선전할 경우 ‘박풍‧안풍‧문풍’을 사전에 차단해 대권행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10?26 재보선의 최전방에 나선 손 대표. 과연 그가 재보선을 야권의 승리로 일궈 4‧27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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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