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5>

‘여성유흥문화’ 바꿨다 평가 듣고 싶어 목숨 걸고 지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애인모드’와 ‘사적인 만남’ 철저하게 금지

■ 머리로 하는 ‘생각하는 영업’

내가 종업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영업’이다. 이제 영업이라는 것도 전문가의 시대가 됐다. 옛날처럼 ‘발로 뛰는 영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적인 가치’를 위해서 물건을 소비한다. 소비의 패턴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찾아가 ‘물건을 팔아주세요’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됐다. 너도 나도 이런 식의 영업을 하다 보니 하루에도 적지 않은 텔레마케터들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더 이상 ‘발로 뛰는 영업’ ‘무작정 들이대는 영업’으로는 성공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영업도 ‘머리’로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에서의 ‘생각하는 영업’이란 끊임없이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예습이란 ‘오늘 고객을 만나면 어떻게 감동을 시킬까. 고객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행동하면 고객이 더 기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습이란 오늘 있었던 고객과의 만남을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했을 때 고객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었나. 내가 구상했던 특별한 이벤트에 고객은 어떻게 반응을 했었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만족을 주었던가? 아니면 그저 썰렁한 웃음을 짓게 만들지는 않았었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습과 복습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만 해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종업원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영학적으로는 ‘지식공유’라고 말한다고 한다. 자신들이 현장에서 깨달은 노하우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신이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더욱 반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유흥업소에서도 ‘지식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의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보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다른 곳과는 색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원한다. 그들의 가슴에 남는 서비스를 원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렇게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주먹구구식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식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주가 먼저 똑똑해야 하고 그들이 먼저 ‘생각하는 영업’을 생각하면서 경영을 해야 한다.
레드모델바의 많은 체인점 중에서는 일등을 하는 지점도 있고 꼴등을 하는 지점도 있다. 그들의 차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였다.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결국에는 이것이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종업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련한 영업자들은 상대방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금방 파악해낸다.나의 현재 역시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길

거리에서 우연히 예전에 알고 있던 호빠 업계의 형님을 만났다. 서로 연락이 끊긴지도 오래된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형은 이미 나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레드모델바가 나름 유명해지다보니 이미 그 형은 내가 대략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 형에게 요즘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봤다.

“나야 뭐 그냥 지금도 호빠하고 있지 뭐.”
그 말은 한편으로 서글픈 말이었다. 그 형은 아직도 여전히 과거에 갇혀 살고 있었고, 스스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새롭고 건전한 유흥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궁리를 했다. 그것이 바로 오늘 그 형님과 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의 차이가 미래의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또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종업원 교육’과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다고 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라도 조직에는 신상필벌, 일벌백계의 문화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 미래를 꿈꾸게 하는 교육

사실 레드모델바가 처음에 시작할 때에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레드모델바를 ‘호빠’로 오해한 것이다. 그저 겉포장만 ‘여성전용바’라고 했을 뿐이지 실제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의 내용은 ‘호빠랑 비슷한 것 아니겠냐’라고 오해하는 여성고객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여성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또한 종업원들이 잘생긴 꽃미남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소유욕’이 생겨나는 고객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애인처럼 종업원을 소유하려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동거를 제안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레드모델바가 그 부분에 있어서 손님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주었을 때는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드모델바에서는 처음부터 고객과의 ‘애인모드’를 철저하게 금지했고 외부에서 사적인 만남을 할 수 없도록 규율을 만들었다. 만약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레드모델바는 순식간에 ‘호빠’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것 만큼은 막고 싶었다. 비록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우리나라의 여성유흥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는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 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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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