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거성 강호동 은퇴선언 후폭풍

연예계 큰 구멍 “어떻게 메우나”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한가위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화두는 단연 강호동이었다. 추석 직전 터진 ‘잠정 은퇴선언’ 때문이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친지들은 온통 강호동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온라인상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방, 술집, 길거리 등 사람들이 모인 장소면 강호동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9년 씨름선수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래 지난 22년간 승승장구하다 ‘탈세’에 발목 잡혀 급정거한 강호동,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봤다.

최연소 천하장사에서 연예계 진출해 ‘승승장구’
탈세에 발목 잡혀 잠정 은퇴 선언 추석 때 칩거


197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호동은 마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중퇴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씨름판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추어 씨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고교졸업과 동시에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키 182㎝에 몸무게 120㎏이었던 그는 괴력과 승부근성을 함께 갖춘 ‘소년장사’로 평가 받았다. 이후 훈련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며 막강 씨름꾼으로 거듭났다.

그 끝에 1990년 불과 19세의 나이로 제18회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씨름계의 거성 이만기를 제압하고 최연소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1990년 한해에만 천하장사 3연패에 성공한 강호동은 이후 두 차례 더 천하장사에 오른 뒤 1992년 민속씨름무대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9세에 이만기
꺾고 천하장사

이후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던 강호동은 선배 개그맨 이경규의 추천으로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경규는 씨름선수 시절부터 유머감각이 남다르고 코미디에 관심이 많던 강호동을 눈여겨 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그의 방송계 입문은 씨름선수의 외도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강호동은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순발력과 애교를 무기삼아 1994년 MBC방송대상 코미디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00년대 MC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공포의 쿵쿵따>, SBS <뷰티풀 선데이>를 통해 MC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SBS <실제상황 토요일> <야심만만> <X맨 일요일이 좋다> 등을 거치면서 개그계의 강호인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등을 하나둘씩 제치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SBS <스타킹>, MBC <황금어장>,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진행하고 있던 2007년에는 SBS연예대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한발 나아가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양손에 쥐었다. 이어 2009년과 2010년 KBS연예대상과 SBS연예대상을 각각 수상하며 모두 5번의 연예대상을 손에 넣었다. 이를 통해 강호동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MC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강호동이 이처럼 오랜 기간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면 으레 한 번씩 음주사고, 폭행사고, 금전사고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기 마련이지만 강호동은 지금까지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항상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썼으며, 제작진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 해왔다. 그는 <1박2일>에서 수시로 ‘버라이어티 정신’을 강조하며 동료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역설했고 몸소 실천했다.

한 달 전 <해피선데이-1박2일> 하차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 ‘<1박2일> 강호동 하차 반대 십만 명 서명운동’이 벌어져 순식간에 1만 명이 모여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탈세 사실이 알려지자 ‘하차 반대 서명운동’은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으로 바뀌었고 사방에선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큰 때문이었다. 그간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이경규 추천으로
연예계에 입문

결국 강호동은 탈세 파문 나흘 만에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강호동은 지난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국민여러분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고, 이 순간 이후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식한 강호동이 며칠 동안 고민하고 결정한 거다. 젊어서는 씨름 밖에 몰랐고 이후에는 방송 밖에 모른 채 달려왔다”며 “자숙의 기간 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초심을 잃고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자 여러분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게 제게 주어진 의무”라면서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나”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은퇴 발표에 방송사 3사 물론 연예계 전체 혼란
강호동 프로그램 고정 출연 연예인에게도 불똥


이번 일로 강호동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한 측근에 따르면 강호동은 추석동안 당초 예정돼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호동은 몇몇 공식 스케줄이 있었으나 잠정 은퇴 선언과 함께 개인적인 일정만을 보냈다. 이 측근은 “남아있는 방송 일정 정리 등 모든 것을 미뤄놓고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냈다”며 “워낙 큰 충격을 받아 가족과 함께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격에 빠진 건 강호동만이 아니다. 그의 ‘잠정 은퇴’ 발표에 방송사 3사는 물론 연예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강호동은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SBS <스타킹>과 <강심장> 등 지상파 TV의 4개의 프로그램에 출연중이다. 이 가운데 SBS <강심장>을 제외하면 모두 방송기간이 4년이 넘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평균 시청률이 25%에 달하는 <1박2일>을 비롯, 이들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을 모두 합하면 60%가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이 모두 강호동이라는 존재에 기대왔다는 점이다. 현재 네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빠지면 존재의 의미가 없어질 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가 <1박2일> 때부터 쌓아온 콤비 플레이로 환상의 호흡을 맞춰왔다. 이미 강호동이 하차의사를 밝혔던 KBS2 <1박2일>은 6개월 시한부 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나, 당장 고별방송을 준비해야 할 판이다.

“연예계 미칠 영향
쓰나미급일 것”

<무릎팍도사>는 말 할 것도 없다. <황금어장> 방송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이 방송에서 빠지게 된다면 아예 <황금어장>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다. 강호동이 출연하지 않는 <스타킹> 역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강호동의 은퇴는 그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킹>과 <강심장> 등에 고정으로 출연했던 여러 연예인들에게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강호동의 은퇴가 연예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쓰나미 급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강호동이 진행하는 <강심장>과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방송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강호동이 많은 연예인들의 밥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의 은퇴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면 당장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