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1>

호빠 선수들의 선택, ‘마담’ ‘창업’ 그리고 ‘결혼’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선택에 따라 확연히 다른 선수들의 다양한 미래
‘자기하기 나름’이지만 일반인보다 변수 많은 삶

■ 호빠 선수들의 미래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것들이 안타까운 사실은 선수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불법이라는 것은 이 사회에서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보니 자신이 ‘독한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하지 않게 된다. 국민이면 누구나 지켜야할 의무사항이다 보니 최소한의 도덕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준법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마치 가랑비에 비가 젖듯이 불법을 행하게 되고 이것이 자신을 서서히 망쳐가게 된다. 원하지 않는 것을 하게 되는 것,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들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선수를 처음 하는 사람과 선수를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고민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 처음 선수를 하는 사람의 경우 ‘과연 내가 이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현재 선수를 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 생활이 끝나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호빠 선수들의 상황과 고민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선수는 그 수명이 무척이나 짧기 때문에 은퇴의 시기가 다가오면 올수록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나의 지난 경험을 되돌아보면 몇 가지 길이 있기는 하다. 우선은 이제까지의 선수 생활을 접고 마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선수 시절에 연결되었던 단골손님 명단을 가지고 이제 자신이 현역이 아닌 관리자가 되어 계속해서 호빠에 남아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업력도 있어야 하고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만약 이 일을 잘해냈을 때는 오히려 선수시절보다 돈도 더 많이 잘 벌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감도 높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다른 아닌 외상이다. 한 번 두 번 외상이 쌓이기 시작하면 어떨 때는 몇 천만원, 심지어 억대가 되는 경우까지도 있다. 그나마 잘 수습이 되면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이것이 되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마담 스스로가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돈을 벌려고 들어왔다가 돈을 까먹고 가는 셈이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자신이 애초에 영업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그럴 만한 자신감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마담이라는 관리자의 길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선수들이 갈 수 있는 두 번째 길은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경우다. 물론 이때는 호빠가 아닌 전혀 다른 가게를 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프집을 차릴 수도 있고 옷장사를 할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 이제는 더 이상 화류계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드디어 ‘낮의 생활’로 접어드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그래도 내가 한때는 에이스였는데’라는 마음으로는 절대로 장사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진리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자신만의 가게를 하기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하다. 보증금, 권리금, 시설비, 그리고 최소한 몇 개월 정도의 인건비와 다양한 잡비 정도는 마련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처럼 아무것도 없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을 때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혹독한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성공을 해나갈 수 없다.

세 번째는 호빠 선수 시절 때 사귀었던 여성과 결혼을 하고 살림을 차리는 일이다. 대개 선수들이라면 선수생활 중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유혹을 받곤 한다. 자신에게 ‘필이 꽂힌’ 돈 많은 여성이 프러포즈를 하게 되면 흔들리게 마련이다. 특히 여성이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심지어 ‘가게 하나 차려줄께’라는 말을 할수록 선수들은 더더욱 마음이 끌리게 된다. 물론 이렇게라도 해서 밤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대개 이런 식의 동거나 결혼 생활은 불행한 결론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사랑하는 당시에는 과거의 잘못이 모두 용서가 되지만 어느 새부터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 불만이 쌓이게 된다. 거기다가 선수들은 대개 이런 생활을 선택할 때 ‘편하게 놀고먹을’ 생각을 많이 한다.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여자들에게는 불만의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끼 많고 놀기 좋아하는 선수들이라면 답답한 결혼 생활을 견뎌내기 힘들다. 자연히 충실한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고 결혼은 불행하게 막을 내리게 된다.

■ 독이 든 ‘성배’의 직업
하지만 호빠 선수들의 미래가 내가 위에서 설명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모든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돈을 착실하게 모아서 멋지게 가게를 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착실한 남편의 역할에 만족해 평온한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지 사실은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제일 정확한 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해봤고, 그들이 만져보지 못한 돈을 만져봤다. 이 경험들은 결국 선수들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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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