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5)충신의 마음

백제의 미래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른 의자왕이 은고를 주시했다. 은고의 눈에 순간적으로 핏발이 섰다.  

“전하, 우리의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약속이라니요?”

성충이 흡사 군사 전략처럼 강 후에 온의 대화를 구사하자 의자왕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지 혹은 아직도 정상이 아닌지 힘없이 답했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제 아우인 윤충과 함께 백제의 중흥을 도모하기로 굳게 약조한 사실 말입니다.”


“짐이 지금 그런 차원에서 이리하고 있는 거 아니오.”

“이런 행동이 백제를 위한 일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짐이 신라의 강성한 음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런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이오?”

“음의 기운을 억누르다니요?”

“짐 스스로 음의 기운을 빌어 백제의 진덕을 사망케 한 사실 그리고 연이은 승리를 모른다 하지 않겠지요?”

성충 식음을 전폐

성충이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은고를 주시했다. 시선을 받은 은고가 고개를 돌려 의자왕에게 상반신을 바짝 밀착시켰다.   


“전하,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렵니다. 저 요망한 계집을 내치시고 하루속히 국정에 전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뭐라, 요망한 계집이라!”

“그러하옵니다, 전하. 자고로 한 국가가 망할 때는 흰 여우가 온 궁을 휘젓고 다닌다 하였습니다. 지금 전하 곁에서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고 있는 저 요망한 년이 바로 여우 중에 흰 여우입니다. 그러니 즉각 내치십시오!”

“뭐!”

말을 마친 성충이 의자왕이 미처 뭐라 말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동안 몸이 부들부들 떨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던 의자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런 무례한 놈이 있나. 여봐라!”

문이 열리면서 궁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충 저놈을 당장 하옥하도록 하라. 내 이 놈을 갈가리 찢어 죽일 테다!”

고함을 지른 의자왕이 은고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은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급히 곁에 자리하여 은고의 어깨를 감쌌다.

“전하,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백제와 전하를 위해 소녀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저런 소리나 들어야 하는지요.”

“저놈을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말테니 너무 심려 말거라.”


“그러면 뭐한데요?”

“그게 무슨 말인고.”

“이제 봇물이 터졌으니 이 사람 저 사람 소녀를 그리 대할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하면?”

은고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의자왕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네를 정식으로 부인으로 맞이하도록 하겠네.”


“그리해 주시겠사옵니까, 전하.”“당연히 그리해야지.”

의자왕이 즉각 성충을 효수하려 했으나 흥수를 중심으로 한 신하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하옥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옥에 갇힌 성충이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들은 계백이 옥을 찾았다.

“뭐 하자고 이리 걸음 하였는가?”

“참으로 난감합니다, 장군,”

짧게 말을 마친 계백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다한 게야, 백제의 운이.”

“정말 그러한지요. 전처럼 혹여 일시적이지 않을는지요?” 

물론 사택비의 경우를 지칭했다.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네. 사택비는 요부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지만 백제의 미래에 전혀 해가 되는 여자가 아니었네.”

“하면, 이 여자는?”

의자왕 성충 가두고 은고를 부인으로
선도해 죽음에 연개소문 상심과 추억

“이 여자는 왕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트리고 있어. 아울러 지금 복용하는 마약으로 인해 그리 멀지 않아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듯하네.”

“전혀 방법 없습니까?”“요망한 계집도 문제지만 오석산이란 마약이 더 문제야.

“그 이유는?”

“마약이란 한번 맛을 들이면 결코 끊기 쉽지 않네. 그러니 그게 더 문제야. 아울러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또 그러니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고, 결국 몸과 정신이 망가질 때까지 가는 게야.”

“하온데.”

“뭔가?”

“식음을 전폐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만 거두시지요.”

“아닐세. 전하께서 내가 죽어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랄뿐이네.”

“그러면 기어코 죽음을 불사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성충이 가볍게 웃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사람이 왜 사람인지 아는가?”

계백이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의 부분이네. 사람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삶이란 자체가 무의미하지. 그러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찌감치 정리를 시도함이 옳네.” 

“장군!”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내 이야기나 전하께 전해주게나.”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항상 때를 보고 변화를 살폈는데 틀림없이 전쟁이 일어날 것이야. 그것도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 말일세. 그런 경우 군사를 씀에 있어 반드시 그 지리를 살펴 택할 것이니, 강의 상류에서 적을 맞이하라 일러 주게. 그리고 침략군이 혹여 가까이 다가오면 육로로는 침현(沈峴, 탄현으로 대전과 옥천 경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기벌포(伎伐浦, 충남 장항) 언덕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서 험난하고 길이 좁은 곳에 의거하여 적을 막으라고 말일세.”

한동안 잠잠했던 당이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해 출발했다는 보고가 왔을 무렵 선도해가 운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누구보다도 연개소문의 상심은 깊었다. 비록 피는 다르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이 지냈던 그의 죽음에 연개소문이 마치 넋이 빠져나간 듯했다.

“형님, 마음 좀 가다듬으시지요.”

연개소문이 상심에 빠져 집에 칩거하고 있는 중에 연정토가 방문했다. 

“그래야겠지.”

다가선 동생의 손을 잡으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전하께서도 상심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당연히 그러하시겠지. 나도 그렇지만 전하 역시 선 책사를 잃은 심정 말로 표현하기 힘드실 게야.”

“그러니 가서 전하를 뵙고 슬픔을 함께 나누시면서 당나라 침입에도 대비하셔야지요.”

궁궐로 향하는 중에 바로 며칠 전 선도해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선도해를 보내며

“대감, 지내놓고 보니 시간이 참으로 덧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뚱딴지 같이 무슨 소리요?”

선도해가 답에 앞서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오?”“몸이며 마음이 예전만 못하여 그러합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오. 나 역시 이제는 인생의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종종 들고는 하지요.”

“그러면 제가 대감에 앞서 먼저 길을 가도 결코 결례는 아니 되겠습니다.”

“허허,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리하시오. 비록 피는 다르고 태어난 때도 다르지만 책사와 나는 한 운명 아니겠소? 그러니 유명을 달리한다면 함께해야 할 거요.”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