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③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서슬 퍼런 칼바람 속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어”

골이 깊어지는 경기침체가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회사들이 저마다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거나 단행하면서 매서운 해고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탓이다. 이같은 현상은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이 모두 얼어붙으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릴 것 없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력시장은 혼탁한 양상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으로 최고의 인재들이 감원 태풍 앞에 몸을 떨면서 옮길 자리를 구하기에 한창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여러 명을 해고하는 대신 경쟁사 고급인력을 빼내오는 일도 자행된다. 실제 헤드헌팅 업체에선 삼성 등 대기업 임직원 출신 확보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력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좇았다.


구조조정은 냉혹했다. 사회 구성원 전체를 옥죄고 있다. 사회 전반에는 냉혹한 한기만이 흐른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여파로 20∼30대 청년 취업시장이 닫혀 있는지 오래다. 특히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일용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 11월11일 오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인력시장 중 하나인 서울 구로구 구로동 7호선 남구로역 주변에 위치한 ‘구로동 로터리 인력시장’을 찾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경기 한파를 가장 먼저 절감하고 있는 만큼 안전지대가 없다는 고용시장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아직 잠자리에 누워있을 시간이지만 이곳은 벌써 일용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4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의 노동자들이 주류다. 간혹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도 눈에 띈다. 20여분이 지나자 어느새 2백여명으로 불어났다.

새벽 인력시장 경기한파에 싸늘
이들의 모습은 각양각색. 저마다 어깨에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다. 가방 속에 담겨있는 것은 망치와 못주머니 등 건설현장에 필요한 연장과 도구들. 두꺼운 점퍼를 껴입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닥불을 쬐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선 짙게 배인 피곤함이 묻어난다.

곧 일감을 놓고 흥정이 시작됐다. 흥정에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이 시간 동안 일용직노동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임금 흥정이 끝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각자 일터로 뿔뿔이 흩어졌다. 반면 흥정에 실패해 잔류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그 속에 한숨을 섞고 있었다.

이들이 받는 금액은 잡부 7만원, 목수 12만원선. 또 철거 8만원, 벽돌운반(일명 곰빵) 9만원, 시멘트칠(일명 미장) 12만원, 벽돌쌓기(일명 조적) 12만원 등이다. 하지만 여기서 직업소개소에 10%의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또 5%는 운전기사의 몫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10년째 벽돌공을 하고 있다는 김모(43)씨는 “경기침체에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있던 일감이 줄어 올 겨울을 날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며 허탕을 쳤으니 소주나 한잔 하러 가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칼바람에 쓰러지고 구직에 허덕이고
사업 실패 후 인력시장을 찾고 있다는 이모(50)씨는 “건설업계가 힘들어지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은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겨우 5일밖에 일을 하지 못했는데 처자식 보기 민망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15년을 목수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54)씨는 “매일 인력시장에 나와도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한 달에 적게는 3일에서 5일 정도 일을 하는데 생활비 감당이 안 된다.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고 한탄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은 이처럼 ‘전쟁’ 그 자체다. 건설경기가 추락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이들 중에는 어엿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실직 후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실직 후 사업을 하다가, 장사를 하다가,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결국 막노동 시장까지 흘러들어온 사연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새벽부터 인력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일하는 날이 한 달에 열흘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취업 전쟁이 청장년층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대되면서 인력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포화상태다. 그만큼 삶 자체를 전쟁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 좌불안석인 모습이 역력하다. 실적이 좋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로부터 무언의 퇴사 압력을 받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 고용창출보다는 인력축소에 나서면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회사원 유모(37)씨는 “농담 삼아 ‘회사 짤리면 택시나 대리운전이라도 하지’ 하고 말하지만 그들을 만나면 그쪽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면서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가족들 때문에 끝까지 버티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평생직장으로 분류되던 공직자들도 직장을 잃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저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실제 도와 각 시·군은 공무원 감축계획에 따라 내년도 신규 채용 규모를 2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공무원 합격자 2백30여명 가운데 절반인 1백20여 명이 임용되지 못하는 등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공기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의 민영화 및 통폐합 정책으로 신규인력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취업 한파는 상당기간 사회를 짓누를 것이라는 게 사회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기업출신 임직원‘무조건 잡고 보자’
하지만 해고 한파 속에서도 대우받는 그룹이 있다. 바로 대기업 출신 임직원들이다. 능력이 검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이나 LG 등의 출신들은 헤드헌터들의 표적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몸값은 더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높은 직무능력과 국내외에 걸쳐 포진한 막강한 인맥에 기인한다. 이들 기업은 능력이 고만고만한 열 사람보다 능력이 탁월한 한 사람이 낫다는 포석으로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고급인력이 인력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각 기업마다 인사 적체 문제도 해소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임직원들을 퇴출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20% 가량의 고급인력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임원출신은 그나마 한정되어 있지만 부장급 출신까지 확대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이라고 모두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와 반도체, LCD 등과 관련된 업무 출신이 상종가다. 재무와 영업 분야 담당자들도 헤드헌터들의 표적이다. 경기침체 국면 탈피를 위해서다. 반면 신규사업 확장과 M&A 등의 목적으로 상종가를 쳤던 전략·기획통들은 요즘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채용대란이 일어나면서 혼탁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력난이 나날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경쟁사 고급인력에 눈독을 들이고 인력 빼오기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때문에 간혹 인력 빼오기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이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인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기업은 물론 한국의 위상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취업희망자들은 넘쳐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취업설명회를 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 이면에는 실무능력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업계와 취업 희망자들을 연결해주는 시스템과 교육기관 등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기관의 경우 실무능력에 초점을 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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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