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맥쿼리의 이면

이상하게 먹으니 탈나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 2002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하 맥쿼리)은 국내에 생소한 인프라, 대체투자 분야를 도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서 인프라펀드를 통해 민자 지하철, 도로, 항만, 철도, 터미널 등 사회간접시설에 활발하게 투자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맥쿼리의 거듭된 행보는 곳곳서 얘기치 못한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맥쿼리의 투자 방식은 IRR(내부수익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일반적인 바이아웃 펀드의 모습과 달랐지만 결과물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마창대교, 부산신항만 등 지금껏 투자한 민자사업만 10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민자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대에 달한다. 

민자사업 큰손

2014년부터 맥쿼리는 기존과 다른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민자사업에 대한 투자를 접어두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만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사업에 눈을 돌린 게 이 무렵이다. 

맥쿼리는 2014년 코오롱글로벌이 갖고 있던 덕평랜드 지분 49%를 매입해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를 품에 안았다. 덕평랜드는 덕평휴게소 운영 법인이다. 같은 해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운영 법인(행담도개발)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두 법인 모두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던 곳이다. 덕평랜드와 행담도개발의 2016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70%, 40%에 이른다. 인수 당시 덕평휴게소와 행담도휴게소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매출 1, 2위였다. 


이듬해에는 평창휴게소(영동고속도로 서창 방면)를 인수했다. 평창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휴게시설을 민간에 매각한 첫 사례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맥쿼리는 지난해 9월 국내 마장프리미엄휴게소 경영권을 포함한 하이플렉스 지분 100%를 약 600억원에 매입했다. 하이플렉스는 2011년 2월에 설립된 마장휴게소 운영권자다. 

기존 최대주주는 49% 지분을 보유한 KH에너지였는데 맥쿼리는 KH에너지 보유 주식을 포함해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마장휴게소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4년 2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영업이익이 2015년 11억원으로 증가했고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2억원, 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3.9% 수준이다. 

휴게소 사업과 함께 최근 맥쿼리가 눈독 들이는 분야는 폐기물 시장이다. 맥쿼리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폐기물 관련 업체인 대길산업과 진주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새한환경, 세종에너지 지분 100%를 사들였다. 

맥쿼리캐피탈은 지난해 인수한 음식물 폐기물 처리업체 리클린을 포함해 엠다온, 엠이천, 엠함안, 엠푸름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 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폐기물 분야 계열사를 합치면 8곳에 달한다.
 


맥쿼리가 폐기물 처리 산업에 주목하는 것은 사업 수익성이 좋은 데다 경기 변동에 따른 부침이 크지 않은 업계 특성에 기인한다. 게다가 폐기물 관련 업체 대부분이 비상장 중소기업이라 향후 체계적인 경영 관리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하다. 

사회간접자본 1조대 투자 
거듭된 관리부실 도마에

지난해 5월 다비하나인프라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폐기물 전용 펀드 조성에도 나서는 등 자금 수혈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의 펀드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7∼8개 이상 업체를 추가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만기가 15년에 달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서 관련 분야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다만 맥쿼리의 투자 방식은 적지 않은 잡음을 동반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시절 맥쿼리는 ‘챙겨간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난과 함께 끊임없이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심지어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을 인상하려는 주범으로 몰렸다. 당시 맥쿼리는 2대주주(24.5%)인데다 다른 주요주주들이 함께 내린 요금인상 결정이었지만 비판의 화살은 맥쿼리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맥쿼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먹튀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양호한 수익을 실현시켜줬다는 게 핵심이었다. 즉, 맥쿼리는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며 투자 수익은 펀드 투자자에게 귀속시킬 뿐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집중 투자한 사업체들에 대한 관리 부실 사례가 연이어 들춰지면서 맥쿼리를 향한 부정적 기류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검이 8곳의 폐기물 소각시설을 수사한 결과 이들은 불법 폐기물 소각으로 3년간 95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한 곳이 맥쿼리PE가 인수한 A사였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만3000톤의 폐기물을 불법으로 소각한 A사는 15억원대 이득을 챙겼다. 또한 다이옥신 저감 필수 약품인 활성탄을 필요량의 3.5%만 구입해 대기 중에 다이옥신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소각로서 배출된 다이옥신은 기준치를 5.5배 초과하는 양이었다.


광주제2순환도로 시설유지보수를 무려 5년여 동안 무면허업자에게 위탁해 왔던 정황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무면허 업체에 시설관리용역을 체결한 광주순환도로는 맥쿼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며 제2순환도로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광주순환도로는 제2순환도로 도로 및 시설관리를 위해 2008년부터 2013년 3월까지 5년간 광주도로관리에 위탁을 줬다. 위탁갱신 시점인 2013년 3월에는 광주도로관리의 자회사로 알려진 광주외곽도로관리와 2018년 3월까지 5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속되는 추문

그러나 광주도로관리는 지난 2013년에 찜질방에 주소를 두고 서류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광주지방법원21민사부는 광주외곽도로관리가 제기한 계약자지위확인 등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상황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