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만나다] 중경고 축구부 최운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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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3.19 16:19:50
  • 호수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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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학원 축구 고사 상생 방안 찾아야”

4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어낸 서울 중경고등학교 최운범(52) 감독. 그는 2000년 중경고 코치로 부임한 이후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경고 감독을 역임해온 중경 축구의 대부다. 백운기 결승전 이후 첫 훈련날 만난 그의 인상에는 따사로운 봄바람이 스며있는 듯했다. 4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 그것도 올 시즌 첫 대회서 우승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르르 풀린 포근한 날씨와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가득 들어찬 효창운동장. 오랜만에 좋은 날씨에 넓은 그라운드에 들어서니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었던 것일까. 최 감독은 준비운동도 없이 선수들의 패스 연습에 참여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잠시 벤치에 앉은 최 감독. 사람 좋게 웃던 그가 학원축구 제도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태도가 돌변했다. 최근 ‘학원축구의 위기’가 화두다. 

작년 11월에는 축구회관 앞에서 2시간여 동안 학원 축구 지도자들의 가두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는 작심한 듯 축구협회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가 뿜어내는 사자후는 온화한 인상과 대비돼 더욱 강렬하고 격정적으로 느껴졌다. 다음은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부터 이야기해 달라.

▲2018년 시작하는 첫 대회에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너무나도 기쁘고 고맙다. 이번 대회는 준비가 잘 돼있었다. 사실 동계훈련을 떠나기 전만 해도 1월에 대회를 치르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살펴보니 지금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백운기 대회에 참가를 결정했다.


-한양공고가 프로산하 3팀을 격파하고 올라왔다.

▲매 경기의 한양공고에 대해 분석해왔다. 모든 경기를 찍고 매일 선수들과 비디오 미팅을 했다. 프로산하 팀들을 이기고 올라온 과정들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그들의 장단점을 귀가 닳도록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에 스리백을 채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중경에 있으면서 10여년간 포백을 고집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었다. 수비는 고학년서 축이 돼 지탱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팀은 3학년 중앙 수비수가 1명밖에 없었는데 그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그것이 스리백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비록 2학년들이지만 중학교 때 잘했던 선수들이고 또한 수비를 맡았던 선수들이 2학년답지 않게 노련하더라. 그래서 한 번 믿고 맡겨봤는데 그 믿음에 너무 잘 보답해줬다.

-결승전의 구체적인 전략을 알려달라.

▲최근 우리 팀을 상대로 수비진이 일단 내려앉았다가 빠른 역습을 노리거나 강한 압박을 하면서 우리의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팀들이 많아졌다. 거기에 대비해서 우리는 역으로 플레이를 했다. 아예 우리가 전방서 강한 압박을 해보자고 강조를 했다. 


작년 추계대회서부터 미리 주문해왔다. 우리 팀은 개인 능력은 탁월했으나 선수들의 활동량이 부족해 역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있는 선수들은 묵묵히 열심히 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런 주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전략이 아주 잘 먹혔다.

-화제를 돌려보도록 하겠다. 현재 학원 축구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전국대회의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들리는 바로는 문체부서 학기 중에도 전국대회 시합을 할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에 건의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4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
2004년부터 역임한 대부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일선에 있는 협회장들과 합의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존 제도대로 갈 것이라고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과연 그들이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이 있어야 대표팀도 있고 프로도 있다.

-최근 프로산하의 강세가 너무 심한 것도 학원 축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 또한 문제다. 전국대회는 1년에 2개밖에 못 나가는데 한 대회에서는 프로산하가 나온다. 옛날에는 프로산하가 팀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교리그에 참여를 시켰는데 이제는 프로산하 팀도 많지 않나. 모든 팀이 U-18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들끼리의 리그로 가는 것이 맞다.

-‘프로산하’라는 것이 무엇인가.

▲연고 지역이 아닌 타지방 등 전국의 우수한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물론 돈을 주고 불법적으로 스카우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비 면제, 전지훈련비 면제 등의 조건이니 아무래도 금전적인 영향이 크다. 우수한 선수들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는 불공정한 스카우트다.

-프로산하 구단으로 좋은 선수들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나.

▲그렇다. 아이들이 환경적으로 좋은 곳에서 공을 차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니 그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의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데리고 가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면 그 아이들은 프로서 흡수해줘야 한다. 
 

그 선수들은 준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팀서 U-20이나 U-23등의 유소년 리그를 따로 운영해 산하 선수들을 흡수를 해줘야 하는데 한 팀에 2명 가면 프로에 많이 가는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다 대학에 간다. 이는 학원 축구에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하는 것이다.


전국대회 8강에 못 들면 아예 수시는 쓰지도 못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면 최하 준우승은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소수의 대회를 전부 프로 산하, 그중에서도 소수의 구단(현대고, 매탄고, 오산고 등)이 전부 다 쓸어가고 프로산하가 출전하지 않는 몇 개의 대회를 가지고 몇백 개의 학교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많다. 국가대표 선수 중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시간과 기회를 줘야하는데 달랑 두 대회를 프로산하랑 섞어놓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국대회의 수가 늘어야 한다. 그래야 학원 팀도 선택할 수가 있다.

-대학 스카우트 문제도 여러 가지로 논란이 많다.

▲대학서도 감독들이 선수 스카우트 과정서 금전 수수 등 여러 가지 잘못된 과정들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모든 지도자가 책임을 통감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수의 잘못을 다수의 모든 지도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또한 잘못된 것 아닌가. 

축구는 팀 스포츠다. 대학 감독들이 아예 선수선발 권한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대학교수들이 성적 갖고 뽑고 실기시험 보면서 드리블 같은 기본기 조금 보고 그냥 뽑는다. 그러다 보니 서류에 드러난 성적 즉 전국대회 성적에 더욱 목맬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대학축구의 위기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당연하다. 엊그제 통영에 대학 춘계대회를 보러 다녀왔다. 경기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여기에 왜 왔나 싶더라. 대학축구의 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이 없어 보였다. 전부 살고자하는 축구, 수비적인 축구만 하고 있더라. 최근 대학 축구의 수준에 대해서 말들이 많던데 나는 이것을 하향평준화라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 반영 안 되는
주말리그 유지 이유 없다”

-위장 전입 문제도 축구계에선 화두다.

▲나는 체육특기자들을 왜 특기자들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위장전입에 대한 문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일반 학생들과 체육특기자 학생들은 또 다르다. 전입이 안 되면 아예 축구를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다. 축구를 하기 위해 집 전체가 이사를 오지 않으면 축구를 하지 말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 근처에 학교나 클럽이 없으면 축구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한국은 아직 그 정도까지 클럽축구가 발전돼있는 것도 아니고 클럽 축구 또한 많은 돈이 들어가기는 매한가지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지역에 따라서 쏠리지 않는다. 지도자와 학교를 보고 선택을 한다.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지 학원축구는 죽이고 무조건 클럽화로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이 이제는 수업을 모두 들어야 한다. 이 또한 애로사항이 있을 듯하다.

▲수업에 대한 부분도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학생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특수성은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육특기자들은 여기에 모든 것을 매진하는데 4시30분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2시간 운동하고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환경도 프로산하나 클럽보다 안 좋은데 운동하는 시간마저 제약해버리니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직접 와서 환경을 보지 않고 탁상공론만으로 민원과 여론만을 가지고 제도를 만들어버리는 것은 잘못됐다.

-축구 지도자들은 주말리그에 대해 많은 성토를 하고 있다.

▲주말리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입시에 주말리그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어떤 대학서도 주말리그의 성적을 보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수시는 9월인데 주말리그는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원래는 주말리그가 시작되면 전국대회를 없애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전국대회는 그대로 두어서 입시에 반영하도록 하고 아무 의미 없는 주말리그는 그렇게 목을 매는 현실을 이해할 수 가 없다. 나는 기어코 주말리그를 해야겠다면 주말리그는 저학년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치르고 주중이나 밤에 서울에 있는 전국대회를 만들어서 치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척박한 환경서 초중고 지도자들이 이 정도 열심히 하는 것도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고등축구연맹의 전종선 회장이 여러 가지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이 제도를 바꿀 수는 없으니 현 상황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학원 축구는 한국 축구의 뿌리고 현재 클럽이나 프로산하 고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가 포진돼있다. 축구협회가 그들을 살리기 위한 제도를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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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