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파워’ 유준상의 끝나지 않은 도전기

“나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일요시사=서형숙 기자]39세라는 젊은 나이로 11대 국회에 입성해 14대까지 내리 4선을 역임한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6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에 입문해 전문선수들도 힘들다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00km를 완주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정신 충만한 유 상임고문을 <일요시사>에서 만나보았다.

“나에게 포기는 곧 실패” 100km 마라톤 완주
페이스북에 푹 빠져…4개국어 도전 ‘열공모드’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바쁘게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롤러경기연맹의 회장으로서 최근 롤러 종목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에 정식 채택되게 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도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도록 도전하는 중이다. 그는 또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개최 준비로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삼복더위 속에서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IT보안전문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남도일보 회장으로 언론발전을 견인하고 있으며, 틈틈이 건국대와 고려대에 초빙교수로 강의도 진행한다.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그는 지금도 예전 현역 국회의원 때 못지않은 활발한 정책제안활동도 펼치고 있다.

65세쯤 마라톤에 입문한 그는 현재 ‘마라톤 전도사’가 되어 주변사람들에게 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해 전문 마라토너들도 힘들다는 100km를 완주한 헌정사 최초의 ‘마라톤 정치인’이기도 하다.

유 상임고문은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푹 빠져 소통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내친김에 4개국어를 구사해 언어장벽을 허물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열공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수십개의 직책에 맞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유 상임고문. 그는 오랜 정치인 생활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부정부패사건에 연루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는 “내 인생이라는 마라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뜨겁게 달리고 있는 중이다”며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에도 달릴 정도로 나의 도전은 브레이크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굉장히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요즘 근황은?
▲ 롤러경기연맹 회장으로서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조직위를 여수에 두어 주말이면 내려가서 체크하고 주중에는 서울에서 메일과 전화로 진행하고 있다. 참가국은 4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 스텝 등 참가인원은 700~800명 정도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25명의 국가대표선수들도 막바지 훈련 중에 있다. 현재는 대회 준비 마무리 단계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끈기와 인내심 갖고 뛰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에 도전한 계기는?
▲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5살쯤 주위의 권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3km뛰기도 힘들었다. 마라톤 마니아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일주일에 3~4번씩 뛰면서 차례로 3, 5, 10km에 도전했다. 그러다 2007년 11월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에서 42.195km를 뛰어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걷고 뛰는 것이 생활화 되었다.

- 마라톤 완주의 비법이 있는가?
▲ 일반적으로 마라톤하면 무조건 힘들고 무릎 인대 나갈 걱정들을 하는데 자기에 맞게끔 뛰면 된다. 이봉주나 황영조처럼 뛰면 안 된다. ‘유준상식’대로 나한테 맞춰 뛰고 걸으면 완주할 수 있다. 일주일에 3~4회 정도 반복해서 자기식대로 걷고·뛰기를 반복하면 10km부터 풀코스까지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의지의 문제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 할 수 있다. 뛰면 즐거움이 생기고 건강이 좋아지며 나아가 에너지가 넘치고 일상생활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누구나 한 번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 결국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빨리 출발한다고 해서 빨리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늦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에너지 배분으로 꾸준한 연습만이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포기해 실패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라 생각해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과 끈기 인내심을 가지고 뛰었다.

-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자주하는 것 같다. 유 상임고문에게 SNS는 어떤 의미인가?
▲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이 된 후 여기에 관심 가져 페이스북을 작년 7월부터 시작했다. 요즘에는 페이스북에 푹 빠져서 나이와 직업, 국적을 불문하고 각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급변하는 SNS시대에 맞게끔 나이에 관계없이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주변 사람들 모두와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는 좋은 얘깃거리로 대화하며 내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어 나이를 잊고 젊게 산다.

-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신다던데?
▲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앞둔 만큼 스포츠용어, 식사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원래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지만 지금은 언어를 안 써 거의 잊어버려 다시 공부 중이다. 또 스페인어도 독학 중이다. 이렇게 4개국어를 2012년 말까지 생활에 불편함 없을 만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이로 인해 SNS와 외국여행을 통역없이 할 생각이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남이 해주는 것은 별 의미 없다.

“한나라 총선승리 위해 ‘공천권’ 혁명적 쇄신 필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항해사가 되어 노 저어야”

- 과거 야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지금도 활발한 정책활동을 펼친다고 들었다.
▲ 민주당과 신민당 정책의장을 했었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나를 정책위의장에 임명했다. 이에 내가 처음으로 야당인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의 내용과 필요성 등 언론홍보를 위해 ‘정책뉴스’라는 것을 발간했다. 지금도 역시 정책을 제안중이다. ‘IT분야 사이버 전사 육성’과 ‘종이없는 그린 민원시대’ 그리고 ‘재외국민 인터넷 투표실시’ 등을 제안한 상태다.

- 재외국민투표의 경우 보안문제와 비밀투표 불가능, 조작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네트워크 보안기술과 공인인증서 기술 그리고 익명화 기술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기술도 인터넷 및 정보시스템과 통합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지역별로 인터넷 투표를 병행하고 있다.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재외국민투표부터라도 인터넷 투표시범의 장으로 먼저 실시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에 500억이 들지만 인터넷 투표로 50억이면 가능해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며, 공간제약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해 투표율도 훨씬 높일 수 있다.

- 제안하신 정책 중 사이버 전사 육성이란?
▲ 농협, 현대캐피탈 등 디도스 공격에서 보았듯이 자료유출 및 전산망 해킹으로 서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 최대 강국임에도 보안에 대해서는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현재 보안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은 보안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엔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내외 최고의 강사들과 우리 연구소 자체 연구원들을 뽑아서 체계적인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준비 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보안고급인력의 메카가 될 것이다.

“당의 혁명적 쇄신과 변화
삼고초려해서 인재 찾아야”


- 11대 총선에서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국회의원이 되어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들었다.
▲ 고려대 시절 64년도 4‧19혁명 이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많이 관심을 가질 때라 학생운동을 했었다. 당시 정의와 민주화, 인권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회사생활하면서도 선배들과 대학생 참관인을 만들어 공명선거캠페인에 동참했다. 당시 보성 이중재 의원 선거를 도왔고,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내가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지 않았나 하는 의혹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회사에 강제 사표를 쓰게 됐다. 이후 직장생활을 못해서 해동유조주식회사 대표이사도 지냈고 사업도 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이어 젊음과 패기로 보성에 출사표를 던졌고, 호남출신으로는 최연소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 김 전 대통령과 갈라선 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당시 지지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MB정권 초 마사회장에 내정되었다고 들었다.
▲ 공천 탈락 후 4년간을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다. 돌아온 후 1997년 당적은 한나라당에 속해있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당선되었고, 나와 동기동창이고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사회장 이야기는 당시 나는 전혀 몰랐고 공채 신청도 안했다. 훗날에야 나를 배려해주려 했다는 것을 듣긴 했다.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문일석 전 국방부차관,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필수 전 보안사령관  등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켜 MB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호남인사로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입당해 MB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권창출에 큰 기여한 것에 비해 만족할 만한 보답을 못해 나는 항상 빚쟁이 같은 무거운 심정이다.

- 현 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에서 경제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줬다. 경제라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점차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어 그런 점을 감안하면 경제·외교분야를 악조건 속에서 대체적 성공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공천부터 잘못됐다. 65세 이상의 3선의원과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다수 공천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당내 화합과 결속력이 떨어지고 갈등의 소지를 안겨줬다. 국회라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어른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젊은피와 섞여 화합을 이루었어야 했다.

-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패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한다. 헛군데 긁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버스 지난 후에 손 흔들면 소용없다. 지금부터라도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혁명적 혁신적 쇄신과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이 살려고 하면 공천을 잘하면 된다. 전문가가 필요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사람을 찾고 진주를 찾아야 한다. 산골에 있는, 절간에 있는, 또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찾아 공천해야 한다. 그런 인재들을 뽑아내는 노력이 있으면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패할 것이다. 이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정당에 일생 바친
누가 봐도 영원한 정치인”

- 4선 의원을 지낸 정치 선배로서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조언을 하신다면?
▲ 지금 홍준표 대표와 젊은 최고위들이 의욕적으로 하고 있고,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하는 모습은 좋다. 다만 결론이 나면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홍 대표가 당·정·청과 회의하며 소통한 것은 진일보한 모습이다. 또 민심이 어디 있는가 알고 민심을 이끌어 노를 저을 줄 아는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안보도 튼튼히 하고 특히 부정부패에 주의해야 한다. 몇몇 미꾸라지가 강물을 흐릴 수 있듯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부패공화국의 이미지가 덧칠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에 대해서는?
▲지금이 시대의 가치는 정의라고 할 수 있고 분배와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무상급식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재정상태상 세금폭탄의 우려가 있어 단계적으로 무상급식하자는 주민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세론이, 야권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망론이 불거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금은 대선에 대해 아무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적 지지 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이 화합해 끝까지 하나로 갈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야권은 손학규 대표가 있고, 유시민 대표도 있다. 또 문재인 대망론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를 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변수가 될 것 같다. 이렇게 갔을 때 그 승부라는 것은 겨우 40-50만표 즉 2~3% 차이로 박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외국민의 240만 표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실 예정인지?
▲ 나는 영원한 정치인으로 ‘포기는 실패다’라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뜨겁게 달리고 있다. 꼭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기회 있으면 더 큰일을 하고 싶다. 희망만 가지고 되질 않기 때문에 부단히 내 자신을 수련하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이라면 어떤 도전이든지 할 것이다.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프로필

▲1981~1996 제11~14대 국회의원
▲1987 국회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
▲1991 신민당,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1993~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1997~현재 일본 와세다대 아태연구센터 국제자문위원 
▲1998~2004 한나라당 21세기 위원회 위원장
▲2006~2008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2006 한나라당 중앙당 상임고문
▲2006~ 좋은나라포럼 상임대표
▲2008~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2009~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2009~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2009.09~ 남도일보 회장
▲2010.07~ 제9대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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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