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7>

방송출연이 가져다 준 엄청난 ‘대박’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호빠의 종류와 등급-텐프로에서 클럽까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의 생활전국


■ 세분화된 호빠 등급
다음 날 오전부터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5분마다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거기 위치가 어디죠?”
“몇 시부터 영업하나요?”
“술값은 얼만가요?”
“예약도 할 수 있나요?”
하루 만에 수백 통의 전화가 쏟아졌고 직원들은 전화 응대를 하는 데에만 진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손님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일주일 뒤에도 계속해서 손님들이 불어났고 단골 마니아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아, 여기는 인천인데요, 거기 가맹점도 내주나요?”
누나와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더 이상 매서운 칼바람 앞에서 우는 서러운 울음이 아니었다. 감격에 벅차고 심장을 뛰게 하는 성공의 눈물이었다.
모든 유흥업소의 종류에는 일정한 ‘레벨’이 있게 마련이다. 물건에도 명품과 짝퉁이 있고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듯이 유흥문화도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일명 ‘호스트빠’가 다양한 세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 호빠는 세분화되었다고 해도 ‘정빠’, ‘뒤빠’ 정도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차별화되면서 이제 호빠도 이러한 세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기본적으로 룸살롱의 레벨에 따른다. 룸살롱이 ‘클럽-점오-하이점오-텐프로’ 정도로 나눠지듯이 호빠도 대략적으로 비슷하게 나눠진다.
우선 룸살롱 업소들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것은 호빠의 분화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룸살롱은 최상위급에 ‘텐프로’가 존재한다. 1인당 하룻밤 술값이 1백만을 넘어서는 고가의 업소이다. 이하 ‘점오’, ‘하이점오’, ‘클럽’으로 차차 분화가 된다. 이러한 분화의 기준은 아가씨들의 수질과 불법 성매매인 2차의 여부 등이 요인이 된다.
이와 비슷하게 호빠에도 ‘텐프로’가 있다. 물론 여러 업소들이 자칭 ‘텐프로’를 내세우기는 하지만 업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호빠 텐프로 업소’는 현재 약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곳은 어떤 여성들이 가도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꽃미남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방송국의 연기자 대기실에 와있는 듯 한 착각을 느낄 정도다.
이런 텐프로 호빠의 경우 한 가지 공통적이면서 특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뜨내기손님은 일체 받지 않고 오로지 소개를 통해서만 손님들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단속의 위험도 어느 정도 예방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진상 손님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손님 저 손님 받아봐야 업소 물만 흐려지고 때론 외상이 쌓이면 여간 골치 아픈 것도 아니다. 따라서 텐프로 호빠들은 연예인들도 부러워할 만한 호빠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손님도 철저하게 가려 받겠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호빠 텐프로가 4개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많은 꽃미남 선수들을 유지하면서도 뜨내기손님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적지 않은 자본의 밑받침이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텐프로의 바로 밑 단계에는 ‘점오’라는 업소가 있다. 이곳도 일반인들이 쉽게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호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알아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단지 장사’라는 개념이다. 룸살롱에는 없는 이 새로운 유형의 영업방식은 말 그대로 전단지를 뿌리면서 영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유흥밀집가의 인근에 부쩍 호빠 전단지가 많이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영업방식을 강화한 호빠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오’까지만 해도 전단지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이들 역시 ‘길거리 뜨내기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점오와는 또 다른 영업방식이 바로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들은 전단지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곧 ‘뜨내기손님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러한 유의 클럽들은 이른바 ‘여성음주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도 편안하게 들러 음주를 즐기고 멋진 꽃미남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클럽이 생기면서 여성음주문화에도 일종의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호빠’라고 하면 그 주요 소비계층이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 혹은 유한마담 등이 연상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개념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대중들이 이곳을 드나들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직장여성, 여대생들이다. 그들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이러한 여성전용 클럽을 찾아 자신들만의 일탈과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 선수들의 생활
호빠 선수들은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존의 일반적인 호빠 선수들의 경우 철저한 능력제로 돈을 벌다 보니 여성을 ‘돈’으로 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한 그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다양한 ‘진상’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호빠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여자를 돈’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일종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늘 만나게 되는 ‘진상’들도 괴로운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이 다름 아닌 ‘지명진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단골이라 좋기는 하지만, 술버릇이 안 좋아 진상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손님들 앞에서는 속으로 싫지만 겉으로는 늘 웃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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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