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6>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 방송출연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 누나의 눈물
뜻밖에 찾아온 방송출연, 그리고 대박

■ 누나의 눈물
하루에 열 시간씩 전단지를 돌리고 매일 밤 손님들을 맞으며 술에 취해 기절할 정도가 되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방을 봐준다며 시골에서 올라온 누나의 얼굴을 보기도 민망할 정도까지 됐다. 누나 역시 힘들게 살아가는 동생을 보면서 눈물로 세월을 지새웠다.
당시 누나와 나는 매일 오토바이로 출근을 했다. 업소로 출근하는 반포대교의 칼바람은 몸과 마음까지 딱딱하게 굳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누나는 늘 내 등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 주곤 했다.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던 어느 날, 소리 없이 내 등 뒤에서 흐느끼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눈물마저 얼려버리는 그 추위에서, 나도 말이 없고 누나도 말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뒤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5개월간 끝없이 노력했지만 성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내 얼굴은 폭삭 늙어 버렸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던 얼굴이 이제는 40대의 얼굴로 늙어버린 것이다. 지난 5개월은 악몽의 나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왔고 ‘사장님’을 찾았다고 했다. 한 케이블 TV의 여자작가였다. 당시에는 이미 오늘 문을 닫을까, 내일 문을 닫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다. 작가와 약속을 하고 다음 날 업소를 방문했지만 그분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럭셔리하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송의 특성상 그래도 뭔가 ‘화면’이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그 수준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딱 1시간만 시간을 좀 내주세요”
작가 분은 나에게 1시간을 허락해주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왜 여성들의 음주문화가 바뀌어야 하는지, 왜 호빠가 퇴폐문화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이런 문화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시큰둥했다.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잘 생긴 웨이터를 전격 투입했다. 직접 체험을 해봐야 실제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법이었다. 웨이터들은 그나마 5개월 동안 갈고 닦은 대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선을 다해 작가에게 서브를 했다. 그제야 인테리어에 실망했던 작가분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다.
“아, 이런 게 바로 여성전용바군요!”
역시, 경험해보지 않으면 개념이 잘 서지 않는 법이다. 작가분은 서서히 여성전용바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웨이터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마술이며, 오락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작가분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새벽까지 신나게 직접 체험을 한 후에야 겨우 촬영을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아니, 오히려 ‘꼭 촬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콘티를 짜야하는지도 즉석에서 이야기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면 좋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저에게 하루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전체적으로 한번 콘티를 짜 보내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하루 종일 고심해서 콘티를 짰다. 물론 전체 두 시간 분량으로 시간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송은 재미없는 부분은 편집을 해내기 때문에 그것마저 염두에 두면서 최대한 시간을 늘린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고 작가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과연 내가 잘 짰을까. 혹시 내가 보낸 것이 재미가 없어 아예 촬영 자체가 무산되는 건 아닐까?

■ 뜻밖에 찾아온 기회
다시 회신이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희소식이었다.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3번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겠습니다. 분장도 해야 하니 촬영 한 시간 전에는 꼭 도착해주세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이제껏 수많은 일을 해왔지만 한 번도 방송이란 것을 타보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방송의 기회란 나에게 하늘이 내려준 기회로 생각됐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다짐했다.
‘어쩌면 이건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내가 망한다면 그건 하늘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자’
출연진은 총 5명이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웨이터를 더 선정했다. 외모 되고 말빨되는 최고의 에이스급으로 선정했다. 드디어 방송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웨이터들은 처음해 보는 방송출연 때문인지 살짝 들떠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나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것은 분주하게 돌아갔고, 우리는 정신없이 촬영에 임해야 했다. 총 4시간의 녹화시간. 하지만 편집하면 20분 가량이라고 했다. 하지만 20분이면 어떠랴. 방송만 히트를 친다면 나는 다시 성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녹화는 끝났고 다음 날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냥 50분 방송으로 전부 다 나가기로 했어요!”
놀라운 이야기였다. 나에게 다시 행운이 시작된 것일까? 그로부터 며칠 뒤, 드디어 모든 업소 식구들은 둘러모여 앉아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방송을 잘 만들었고 구성도 좋았다. 거기에 웨이터들의 뛰어난 입담이 빛을 발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정말 대박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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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