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눈치 보는 공무원연금공단 속사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00:40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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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리 못하고 오히려 혼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공무원연금공단은 전‧현직 공무원 및 가족의 생활안정과 노후생활을 보장키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로 국가기관이 인사명령 처분을 내리면 이를 기초로 적법절차를 거쳐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 반대로 타 국가기관 처분이 있을 때까진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연금공단의 무리한 법 해석으로 전직 국정원 요원은 권리행사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국정원서 퇴직 공작을 당한 A씨. A씨는 기자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정원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하 연금공단)이 무리하게 법을 해석해 자신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권리행사 방해?

A씨는 2007년 9월5일자로 의원면직(사직서 제출, 본인 의사로 그만둠) 됐다고 믿었다가 4개월 뒤인 2007년 12월26일 국정원 공작에 의해 징계해임을 당한 인물이다. 고등법원까지 가는 해임취소 소송서 A씨는 승소를 했지만 국정원은 2010년 7월로 복직시키지 않고 해임날짜인 ‘12월26일 자로 A씨를 의원면직 시킨다’는 불법적 인사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인사명령에 대한 무효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2012년 2월1일 자로 그 인사명령은) ‘처분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각하를 명령했다. 법원의 판결로 A씨는 전직도 현직도 아닌 붕 떠있는 상태다. 

문제는 법률상 퇴직직원이 아닌 A씨를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 직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처분이 없음에도 A씨의 연금정보는 관리되고 있었고 등록된 A씨의 퇴직일은 2007년 12월26일이다. 


이는 국정원이 주장하는 A씨의 퇴직일일 뿐 처분이 없다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2007년 12월26일은 퇴직일이 될 수 없다. 
 

2015년 A씨는 연금공단에 퇴직일 수정을 요청하며 급여 재심 청구를 했다. 연금공단은 “A씨에게 퇴직금은 이미 지급했다”며 “법원이 인정한 귀하의 퇴직일은 2007년 9월5일이므로 퇴직급여청구권은 없다”고 답했다.

연금정보에 2007년 12월26일을 퇴직일로 등록해 놓은 연금공단이 2007년 9월5일이 퇴직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온 것이다.

연금공단이 주장하는 법원이 인정한 퇴직일이란 A씨가 해임 취소소송서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된 한 줄짜리 내용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에 따른 의원면직 처분이란 ‘사의표시만으로 공무원관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임용권자에 의한 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공무원 관계가 존속된다’고 나와 있다. 

퇴직급여지급 두고 엇갈린 해석
양측 외면한 사이 ‘공중에 붕∼’

이에 대해 A씨도 “임면권자인 국정원장의 의원면직 처분이 부존재함을 확인한 상태서도 일방적으로 퇴직일을 2007년 9월5일로 확정하고 시효를 운운했다”며 “퇴직금을 부지급 통보하는 것은 공무원 연금법 관련 법령을 정면 위반하는 월권행위”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처럼 A씨가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한 데는 국정원과 연금공단의 수상한 업무 처리에 있다. 우선 국정원은 2010년 A씨의 해임이 취소된 이후 연금공단 측에 해임처분 취소 통보를 보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에 의거 우리 원 퇴직자의 해임처분 취소를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해임처분 취소 인사명령서 사본을 연금공단에 보냈다.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는 ‘형벌 등에 따른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감액’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국정원은 해임이 취소된 A씨를 마치 형벌을 받아 퇴직수당 감액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연금공단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A씨가 국정원에 문서의 부당함을 항변하자 그제야 국정원은 부랴부랴 제55조를 42조로 고쳤다. 42조는 ‘퇴직급여청구’를 다룬다. 하지만 이 문서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의원면직 대상자인 A씨의 면직인사명령서 사본과 자필서명이 있는 공단퇴직급여청구서를 공단 측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국정원의 연금공단 공문시행 문서는 제목과 법조문 내용이 일치 하지 않았다”며 “연금공단은 최초 공문을 받았을 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금공단이 국정원에게 혼쭐이 난 사건도 있다.

2012년 3월13일 연금공단은 A씨가 ‘퇴직급여지급 및 청구사유 정정 업무처리’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국정원에 A씨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를 요청했다. 

국정원은 유선으로 연금공단에 “국정원은 앞서 인사명령을 통보했으므로 더 이상 공단에 인사명령을 통보할 것이 없다”며 “국가기관에서 정당한 인사명령을 시행하였음에도 이를 재차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이상 공문시행 자제 해 달라”고 전해왔다. 

처분이 합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정원을 보채지 말라는 의사표시였다. 

이에 연금공단은 한 발 물러서 A씨에게 ‘퇴직급여지급 철회에 대해 국정원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 회신이 오면 그 회신결과와 그에 대한 충분한 법적검토를 거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 회신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지 않았고, A씨는 국정원에 기준으로 2007년 12월26일자 퇴직자로, 연금공단 기준에 따르면 2007년 9월5일 퇴직자로 남아있는 상태다.

A씨는 이미 퇴직 공작과 해임과정서 불법을 저지른 국정원은 차치하더라도 연금공단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가 국정원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 연금공단이 처분도 없는 A씨를 마치 처분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에 “자제해달라”
다시 공문 보내자 묵묵부답

A씨는 “국정원서 확실하게 처분이 올 때까지 연금공단은 유보적 입장에 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나를 의원면직으로 해놓는 것은 연금공단이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공단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원칙은 연금취급 기관인 국정원의 처분이 있고 난 뒤 연금공단이 연금 정보를 작성해야만 한다. 즉 연금공단은 처분에 대한 행정을 이행할 뿐 자체적으로 퇴직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관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처분이 없는 A씨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임 취소 당시 판결문에 나온 한 줄짜리 내용을 가지고 A씨를 퇴직자로 만들었다. 
 

공무원연금법 제85조에 따르면 공단은 급여를 적정하게 하기 위해 연급취급기관(국정원)에 필요한 사항을 통보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국정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공단의 이 같은 행위를 두고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기자와 A씨는 연금공단을 방문했다. 

A씨가 연금공단 관계자에게 ‘연금정보상 퇴직일과 본인에게 통보한 퇴직일이 다른 이유’ ‘처분이 없음에도 퇴직자로 본 점’ 등에 대해 물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는 힘이 없는 기관이다” 등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A씨가 계속해서 불만을 표하자 공단 측은 “우리가 (국정원 처분이 아닌) 판결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연금정보를 작성한 부분에 대해 법률가의 자문을 구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법 위반한 월권”

공단 측 반응에 A씨는 “내가 연금공단에 퇴직 처분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해임이 취소됐고 잘못된 인사명령(의원면직)에 대한 소송서 처분이 아니라고 나왔다. 그렇다면 나를 해임이 취소된 사람으로 관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공단이 국정원과 내 사이에 끼어서 나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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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