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눈치 보는 공무원연금공단 속사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00:40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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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리 못하고 오히려 혼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공무원연금공단은 전‧현직 공무원 및 가족의 생활안정과 노후생활을 보장키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로 국가기관이 인사명령 처분을 내리면 이를 기초로 적법절차를 거쳐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 반대로 타 국가기관 처분이 있을 때까진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연금공단의 무리한 법 해석으로 전직 국정원 요원은 권리행사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국정원서 퇴직 공작을 당한 A씨. A씨는 기자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정원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이하 연금공단)이 무리하게 법을 해석해 자신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권리행사 방해?

A씨는 2007년 9월5일자로 의원면직(사직서 제출, 본인 의사로 그만둠) 됐다고 믿었다가 4개월 뒤인 2007년 12월26일 국정원 공작에 의해 징계해임을 당한 인물이다. 고등법원까지 가는 해임취소 소송서 A씨는 승소를 했지만 국정원은 2010년 7월로 복직시키지 않고 해임날짜인 ‘12월26일 자로 A씨를 의원면직 시킨다’는 불법적 인사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인사명령에 대한 무효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2012년 2월1일 자로 그 인사명령은) ‘처분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각하를 명령했다. 법원의 판결로 A씨는 전직도 현직도 아닌 붕 떠있는 상태다. 

문제는 법률상 퇴직직원이 아닌 A씨를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 직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처분이 없음에도 A씨의 연금정보는 관리되고 있었고 등록된 A씨의 퇴직일은 2007년 12월26일이다. 

이는 국정원이 주장하는 A씨의 퇴직일일 뿐 처분이 없다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2007년 12월26일은 퇴직일이 될 수 없다. 
 

2015년 A씨는 연금공단에 퇴직일 수정을 요청하며 급여 재심 청구를 했다. 연금공단은 “A씨에게 퇴직금은 이미 지급했다”며 “법원이 인정한 귀하의 퇴직일은 2007년 9월5일이므로 퇴직급여청구권은 없다”고 답했다.

연금정보에 2007년 12월26일을 퇴직일로 등록해 놓은 연금공단이 2007년 9월5일이 퇴직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온 것이다.

연금공단이 주장하는 법원이 인정한 퇴직일이란 A씨가 해임 취소소송서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된 한 줄짜리 내용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에 따른 의원면직 처분이란 ‘사의표시만으로 공무원관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임용권자에 의한 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공무원 관계가 존속된다’고 나와 있다. 

퇴직급여지급 두고 엇갈린 해석
양측 외면한 사이 ‘공중에 붕∼’

이에 대해 A씨도 “임면권자인 국정원장의 의원면직 처분이 부존재함을 확인한 상태서도 일방적으로 퇴직일을 2007년 9월5일로 확정하고 시효를 운운했다”며 “퇴직금을 부지급 통보하는 것은 공무원 연금법 관련 법령을 정면 위반하는 월권행위”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처럼 A씨가 전례없는 상황에 직면한 데는 국정원과 연금공단의 수상한 업무 처리에 있다. 우선 국정원은 2010년 A씨의 해임이 취소된 이후 연금공단 측에 해임처분 취소 통보를 보냈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에 의거 우리 원 퇴직자의 해임처분 취소를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해임처분 취소 인사명령서 사본을 연금공단에 보냈다.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55조는 ‘형벌 등에 따른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감액’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국정원은 해임이 취소된 A씨를 마치 형벌을 받아 퇴직수당 감액 대상이 되는 것처럼 연금공단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A씨가 국정원에 문서의 부당함을 항변하자 그제야 국정원은 부랴부랴 제55조를 42조로 고쳤다. 42조는 ‘퇴직급여청구’를 다룬다. 하지만 이 문서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의원면직 대상자인 A씨의 면직인사명령서 사본과 자필서명이 있는 공단퇴직급여청구서를 공단 측에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국정원의 연금공단 공문시행 문서는 제목과 법조문 내용이 일치 하지 않았다”며 “연금공단은 최초 공문을 받았을 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금공단이 국정원에게 혼쭐이 난 사건도 있다.

2012년 3월13일 연금공단은 A씨가 ‘퇴직급여지급 및 청구사유 정정 업무처리’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국정원에 A씨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를 요청했다. 

국정원은 유선으로 연금공단에 “국정원은 앞서 인사명령을 통보했으므로 더 이상 공단에 인사명령을 통보할 것이 없다”며 “국가기관에서 정당한 인사명령을 시행하였음에도 이를 재차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이상 공문시행 자제 해 달라”고 전해왔다. 

처분이 합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정원을 보채지 말라는 의사표시였다. 

이에 연금공단은 한 발 물러서 A씨에게 ‘퇴직급여지급 철회에 대해 국정원의 정확한 퇴직사유와 퇴직일자 회신이 오면 그 회신결과와 그에 대한 충분한 법적검토를 거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문을 보냈다. 

국정원 회신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지 않았고, A씨는 국정원에 기준으로 2007년 12월26일자 퇴직자로, 연금공단 기준에 따르면 2007년 9월5일 퇴직자로 남아있는 상태다.

A씨는 이미 퇴직 공작과 해임과정서 불법을 저지른 국정원은 차치하더라도 연금공단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가 국정원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서 연금공단이 처분도 없는 A씨를 마치 처분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협조 요청에 “자제해달라”
다시 공문 보내자 묵묵부답

A씨는 “국정원서 확실하게 처분이 올 때까지 연금공단은 유보적 입장에 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나를 의원면직으로 해놓는 것은 연금공단이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공단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원칙은 연금취급 기관인 국정원의 처분이 있고 난 뒤 연금공단이 연금 정보를 작성해야만 한다. 즉 연금공단은 처분에 대한 행정을 이행할 뿐 자체적으로 퇴직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관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처분이 없는 A씨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임 취소 당시 판결문에 나온 한 줄짜리 내용을 가지고 A씨를 퇴직자로 만들었다. 
 

공무원연금법 제85조에 따르면 공단은 급여를 적정하게 하기 위해 연급취급기관(국정원)에 필요한 사항을 통보하게 하거나 관계서류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공단은 국정원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공단의 이 같은 행위를 두고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기자와 A씨는 연금공단을 방문했다. 

A씨가 연금공단 관계자에게 ‘연금정보상 퇴직일과 본인에게 통보한 퇴직일이 다른 이유’ ‘처분이 없음에도 퇴직자로 본 점’ 등에 대해 물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우리는 힘이 없는 기관이다” 등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A씨가 계속해서 불만을 표하자 공단 측은 “우리가 (국정원 처분이 아닌) 판결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연금정보를 작성한 부분에 대해 법률가의 자문을 구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법 위반한 월권”

공단 측 반응에 A씨는 “내가 연금공단에 퇴직 처분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해임이 취소됐고 잘못된 인사명령(의원면직)에 대한 소송서 처분이 아니라고 나왔다. 그렇다면 나를 해임이 취소된 사람으로 관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공단이 국정원과 내 사이에 끼어서 나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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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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