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3년 째’ 현대아산 손익계산서 <전격공개>

3900억 피해봤는데 포기도 못하고…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지난 2008년 7월11일 새벽 5시, 몇 발의 총성이 북한 금강산관광특구 내 해수욕장에  울려 퍼졌다. 새벽 산책길에 나섰던 남측 여성 관광객 박왕자씨는 북한 경비병의 총에 쓰러졌다. 금강산관광사업을 전격 중단시킨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꼭 3년이 지난 지금, 관광사업을 주도한 현대아산은 아직도 당시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현대아산이 입은 피해는 얼마나 될지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피살사건→독점권 취소→재산정리…현대아산 발만 동동
고 정주영 창업주·고 정몽헌 회장 숙원사업 "포기 못해"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과 ‘금강호’ 출항과 함께 시작됐다. 다음해인 1999년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전담반’으로 현대아산을 창립했다. 현대아산은 2003년 금강산 육로 사업을 착수한 데 이어 2004년 6월에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를 준공했으며 2007년에는 개성 관광사업도 시작했다.

아산 = 대북전담반

그러나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개성 관광도 중단됐다. 주력사업인 금강산 관광에 제동이 걸리자 현대아산은 울상이 됐다. 하루속히 사업이 재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과는 달리 상황은 악화일로로 내달리고 있다.

우선 관광 재개 선결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과제는 아직도 미결로 남아있다. 지난해 2월 열린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회담이 열리긴 했지만 남과 북은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자리를 떴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후인 지난해 4월 현대아산의 외금강 주요 시설을 동결하는 조치를 집행했다. 이후 북한은 외금강 관광을 포함한 상품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면서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중국에 우리 자산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외금강 등을 관광 대상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금강산 방문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4월 북한은 현대그룹이 가진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을 자체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급기야 최근에 들어 북한은 현대아산 등 남측 기업이 가진 금강산 지구의 부동산, 호텔 등 재산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13일까지 금강산 지역의 재산 정리 방안을 마련해 방북할 것을 통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3년 동안 사업을 못하다 보니 도산하는 협력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어림잡아 500여개의 협력업체가 주저앉았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금강산 관광’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잊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강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인 현대아산으로선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현대아산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북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의 승인 없이 당사자가 독자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없어서다. 현대아산은 주력사업이 벼랑끝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대아산은 다른 기업들이 꺼리는 모험 투자를 했다. 그 결과 기업 경영 차원에서도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가치가 있는 투자였고 필요한 사업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분명 이런 칭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아산에 주어진 건 엄청난 양의 빚이었다. 3년 사이 현대아산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관광 중단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3900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 이와 별도로 숙박업체와 식음업체 등 협력업체의 누적손실액도 1356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현대아산 측은 분석했다. 직원 수도 수차례 구조조정으로 관광 중단 전(1000여명)과 비교해 70%가량 줄었다.

직원도 70% 줄어

하지만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시아버지인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사업은 중요 통일 정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측 관계자는 “정부와 수시로 접촉해 금강산 재산 정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이 하루 속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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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