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쥔 ‘21개의 카드’

검찰만? 사법부도 물갈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7일 문재인정부가 출범 100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적폐 청산과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으로부터 개혁 요구가 높았던 검찰과 방송은 이미 개혁 드라이브가 걸린 상태다. 문 대통령의 칼끝은 이제 사법부로 향하고 있다. 무기는 법관 지명 카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산이 필요한 적폐 분야의 개혁을 시행할 때마다 인적 쇄신을 첫 번째 단추로 채웠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앉힌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가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앉힌 것도 언론 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방송의 비정상 상태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시작
사람부터 바꿔

사법개혁 역시 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사법부 기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손에 쥔 법관 지명 카드는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에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사용한 5개의 카드 역시 사법개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김명수 현 춘천지방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점이나 강한 개혁 성향,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13기나 낮은 점까지 김명수 후보자의 지명은 파격의 연속이다. 이 때문에 김명수 후보자 인선은 문 대통령이 드러낸 강력한 사법개혁의 의지로 읽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김명수 후보자는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사법 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 성공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신임 대법원장에 김명수 후보자를 선택한 것처럼 문 대통령이 임기 중 꺼내들 수 있는 법관 지명 카드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교체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했을 당시 “법학자로서 박근혜 탄핵 관련 추가로 기쁜 점이 있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는 9월26일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탄핵이 없었다면 박근혜가 지난 1월 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는 물론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돼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새 대통령이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한다. 물론 공석인 헌재소장도 새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적었다.

실제 19대 대통령선거가 예정대로 올해 12월에 치러졌다면 2018년 1월까지 퇴임하는 대법관 5명과 헌법재판관 2명은 박 전 대통령이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돼있었다. 헌재소장과 대법원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몫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면서 두 기관의 수장을 포함, 고위 법관 7명의 임명 기회는 고스란히 문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헌법재판관 8명, 대법관 13명
임기내 21명 인사 직간접 관여

문 대통령은 지난 5월19일 신임 헌재소장으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지명했다. 


이날 김이수 후보자 지명 소식을 직접 발표한 문 대통령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헌법수호와 인권수호 의지가 확고할 뿐 아니라 공권력 견제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다”며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인선 배경을 전했다.

2012년 9월 국회 야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김이수 후보자는 헌법재판관들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도 있다. 

특히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는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당시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이 북한을 추종하고, 진보당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는 최종적으로 사회주의 실현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한 반면 김이수 후보자는 “진보당 강령 내용인 진보적 민주주의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2015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만든 법률 조항 합헌 여부를 결정할 때도 “해직교사 등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며 홀로 위헌의견을 냈다. 

올해 3월 탄핵 심판 선고에선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세월호 관련 보충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에도 집무실에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의 불성실함을 드러낸 징표”라고 일침을 가했다.

취임 100일 동안
5명 법관 지명

김이수 후보자의 지명은 이번 대법원장 인선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향후 법관 인선 방향을 가늠케 하는 초석이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사법부 양대 기관에 진보적 색채가 강한 인사를 앉히면서 개혁의 주춧돌을 깔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아직도 김이수 후보자가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는 장기간 표류 중에 있다. 헌법재판소법 12조 2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 6월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완료됐지만 국회 동의라는 산을 넘지 못해 헌재소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소수 의견을 낸 사건을 문제 삼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등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동의안을 방치하는 동안 이유정 변호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1월 퇴임한 박한철 재판관의 후임이다. 이로써 1월 이후 줄곧 8명이었던 헌법재판관 구성은 9명으로 완성됐다.

이유정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를 지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서울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유정 후보자는 호주제 폐지, 인터넷 실명제,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다수의 헌법 소송을 대리하며 공권력 견제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헌법 및 성 평등 문제에 대한 풍부한 이론과 실무 경험을 갖춘 여성 법학자로서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관의 임무를 가장 수행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사법부 무게 중심
보수서 진보로

하지만 이유정 후보자의 앞날도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야당이 이유정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짚고 나섰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이유정 후보자가 과거 노무현·문재인 대선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지지선언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며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

김이수 후보 임명동의안과 이유정 후보자 임명 철회를 연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전략을 수정하면서 오는 28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회 일정에 가까스로 숨통이 트인 셈이다. 야당은 이유정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통해 여론전을 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의 사법부 지형 바꾸기는 헌법재판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6월에 임명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역시 진보적 색채를 띤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두 대법관은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 자리에 임명 제청됐다. 먼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각계각층에서 추천받은 36명을 심사해 8명을 골랐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이 8명 가운데 조재연 변호사와 박정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앞서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고른 8명의 후보군도 진보 인사와 여성이 대거 포함돼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조재연 대법관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보호, 인권신장 등 헌법적 가치 수호에 힘써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풍부한 실무경험과 능력, 균형 있는 시각을 갖췄다고 인정받는다.

조재연 대법관은 한국은행서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성균관대 법대에 진학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0년 22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 전두환 정권 때 판사로 근무하며 시국 사건서 소신 판결을 내려 주목 받았다. 
 

특히 1985년 저항의식이 담긴 ‘민중달력’을 만들어 배포한 피의자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된 사건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영장을 기각했다.

헌재소장·대법원장 ‘진보 색채’
자유한국당 ‘정치적 편향성’ 반발

박정화 대법관은 서울행정법원 개원 이래 첫 여성 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사법부 ‘유리천장’을 깬 법관이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당한 쌍용자동차 직원에게 해고가 부당하다고 처음 판결했다. 

직업이 없는 구직자가 포함된 노동조합 설립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판결도 있다. 노동관계 법률의 해석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의 법익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아내상속 관습에 따라 재혼을 강요당하고 재산까지 빼앗긴 케냐 여성,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우리나라로 도피한 나이지리아 남성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등 기본권 보호에 힘써왔다.

두 대법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7월19일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취임식서 박정화 대법관은 “소수의 작지만 정당한 목소리가 다수의 큰 목소리에 가려 묻히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다하겠다”며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재연 대법관 역시 “전국 법관들의 판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그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사회의 여러 목소리와 가치를 대법원 판결에 반영하고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힘써달라는 국민의 요로를 무겁게 받아들여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은 임기가 각각 6년이다. 대통령(5년)이나 국회의원(4년) 임기보다 길기 때문에 진용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한다. 사법권력 교체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5년 혹은 4년 만에 한 번씩 바뀌는 정치권력보다 훨씬 변화가 어렵다.

이런 상황서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5명의 고위 법관 인선을 통해 사법부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고위 법관 자리에 파격적인 인사를 연이어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에만 대법관 6명, 헌법재판관 5명 등 총 11명이 퇴임한다. 대법원에선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내년 1월에,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8월에 한꺼번에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11월에는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 대법관이 교체될 예정이다.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는 내년 9월 5명의 재판관이 한꺼번에 바뀔 예정이다. 김이수·이진성·김창종·강일원·안창호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교체되면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재편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에 대한 지명권은 문 대통령이 선택한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게 있다. 대법관 전원과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의 후임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기수 등 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인사를 이어갈 경우 진보적 색채를 띤 법관들이 중용될 가능성도 높다.

2019년 4월에는 대통령 몫인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이 퇴임한다. 이 두 재판관의 후임은 문 대통령이 지명한다.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가운데 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한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전에 임기가 끝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크게 반영된다.

야당은 강력 반발
임명까지 가시밭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사법부 인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가 연이어 고위 법관직에 임명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한 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들어 “지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정치재판소로 만들고 정치 대법원화 될까 우려의 시각이 높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법개혁 어디서부터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월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권한 축소 필요성을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문제는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이 이 대회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또 문제가 불거지는 과정서 법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현직 판사들은 충분한 조사 없이 내려진 결론이라며 전국법관회의를 열어 추가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추가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판사들 사표내고 단식하고

양 대법원장의 거부에 항의해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또 인천지법의 한 판사는 지난 10일부터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법원행정처 권한 남용 추가 조사와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로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꼽았다. 

노 원내대표는 “현재 대법원이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 식으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양 대법원장이 덮고 있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재조사하는 것부터 사법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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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