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특고압선 논란

공포의 전선 “불안해 죽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부천시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력구 공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이 주민 몰래 수직구 위치 및 노선을 변경하고 또 다른 공사현장서도 도로굴착심의를 신청하는 등의 ‘꼼수’ 행동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천시 및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부천지역에 두 개의 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이다. 먼저 한전 경인건설처는 지난 2014년부터 부천지역 변전소 및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 공급을 위해 인천 부평 가정개폐소~광명시 영서변전소(23㎞)까지 지하 40∼50m의 전력구(345㎸) 공사를 하고 있다.

부천 구간은 상동∼약대동∼역곡동을 지나는 5.7㎞다. 또 한전 남서울건설지사는 부천 오정물류단지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부천 중동변전소∼고강변전소(5.61㎞)에 대해 ‘154kV 전력구공사’를 내년 12월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민원 폭주

하지만 두 공사 모두 해당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있다. 당장 부천시의 점용허가 취소→한전의 공사중지 집행정지 가처분 및 허가취소 소송→ 법원의 집행정지로 공사가 재개된 한전 경인건설처의 전력구 공사는 최근 다시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전은 애초 상3동 D아파트 인근에 수직구를 설치하고 꿈빛도서관∼유일한로 가로공원 등을 잇는 노선으로 계획했으나 갑자기 주민설명회도 없이 약대동 H아파트 인근으로 수직구 위치를 변경한 데 이어 노선도 부천체육관∼약대동 H아파트 3단지∼W아파트 1단지로 변경한 것. 


이 과정서 부천시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전과 수직구 위치 및 노선 변경 관련 회의를 진행해 4월14일 수직구 위치 변경에 따른 수직구 점용허가를 내주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의 ‘부천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천시 도로관리심의위원회에 전체 구간 5.61㎞ 중 1.28㎞만 심의를 신청했다. 이에 주민들은 “꼼수를 썼다”며 반발했고 부천시는 지난 24일 개최한 도로관리심의위원회서 주민 민원을 이유로 한전의 심의 신청을 부결시켰다.

한전 전력구 공사 주민들 “절대 반대”
대규모 아파트와 초등학교 인접해 갈등

부천시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2014년 중동 인근서 한전 수직구 공사로 인해 대규모 민원을 겪은 터라 주민 동의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부천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주민 민원 등 모든 문제는 예상하기 충분했다”며 “중동 인근에 진행되는 공사는 수직구로 100% 터널식 공사로 진행되는 반면 중동∼고강 공사계획에는 3.883km라는 대부분의 구간을 1.2∼1.5m 개착관로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반대가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동변전소∼고강변전소(5.61㎞)사업은 2014년 인천∼부천∼서울을 잇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과 달리 공사구간 중 대다수 구간을 터널식이 아닌 개착관로식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파 유해성을 놓고 주민들의 반대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구 공사는 지하 50m 이하서 이뤄지지만 개착관로 공사는 불과 1.2m 정도 아래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점에서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가 주민설명회 당시 제출한 자료 상 사업목적은 ‘오정동, 원종1동 및 오정뮬류단지 등 부천지역의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한 공급신뢰도 유지 및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고 명시돼있다. 

오정동 주민들은 “일반전기공사로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회에 가보니 고압선이더라.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송전선 지중화 작업에 대한 전자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착구간의 경우 불과 1.2m 아래 15만4000v의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것인데 인체에 무해할 수 있겠냐”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오정 휴먼시아의 한 주민은 “중동서도 특고압 수직구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오정동 지역에는 수직구를 이용한 터널식 공법도 아닌 1.2m 지하에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것으로 어떤 주민이 이런 한전의 공사를 용납할 수 있겠느냐”며 “신구도시 지역 차별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런 공법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과연 누구 위한 공사?
고압선 매설 가능할까

다른 주민도 “봉오대로 옆에는 오정 휴먼시아라는 대규모 아파트도 있지만 초등학교도 인접해있다”며 “불과 10∼20m 떨어진 초등학교 인접 지역에 이런 고압선 매설이 가능한지 법적으로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 측은 “공사를 위한 허가신청 절차는 도로법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설명회를 해야 하는 법적 기준은 없다”며 “개착관로 구간은 대부분 왕복 8차선 이상으로 도로전체의 폭이 넓은 봉오대로를 통과하는 구간으로 교통소통, 지장물 경제성 등 도로여건이 양호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특별한 의도가 있어 ‘고압’이나 ‘특고압’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민설명회서도 송전선로 전자파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드렸다”며 “1.2m 토피고로서 개착관로 최상단부와 지표면과 가장 가까운 구간을 대표단면으로 설명드렸고, 실제로는 구간에 따라 매설깊이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송전선로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주파수가 60Hz로 극저주파 전자계로 인체에 축적되거나 유전자를 손상시킬 만한 에너지가 없다”며 인체 유해성을 반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민설명회 안내문이나 설명회 자료에는 고압이나 특고압, 볼트 수치 등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어르신들에게 비누를 나눠주면서 서명을 받으려는 등 주민의견 청취보다는 설명회 근거를 남기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었다”며 “인체 유해성이 없다면 왜 중동지역은 수직구, 터널식 공법을 적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정동 주민을 만만히 보고 불과 1.2m 아래 고압선을 매설하는 개착관로 공법을 적용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팽팽한 주장

부천시는 지난 2015년에 이어 한전 전력구공사로 인해 ‘대규모 민원’이라는 역풍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전의 설명회 자료에도 터널식 공사의 경우 ‘시공기간은 2∼3배, 비용은 6∼9배 소요’라고 명시돼있어 상대적으로 공사비용이 저렴한 개착구간을 무려 3.883km에 적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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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