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X맨 주의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37:47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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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라도 끌려내려오면 정권은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인사 논란으로 인해 정국이 뒤숭숭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은 여야 협치 국면을 빠르게 냉각시켰다. 문 대통령의 심복들 중 몇몇은 연이은 헛발질로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를 임명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야3당은 일제히 “협치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청와대 인사 논란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 과정서 정점을 찍었다. 

안 전 후보자는 ‘몰래 혼인신고’ ‘어긋난 성 평등 의식’ ‘아들 징계’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안경환 낙마
그 다음은?

이에 지난 16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이런(안경환) 후보자를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준은 무엇”이냐며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의 ‘인사 5대원칙’은 물론 국민 상식에도 어긋난 어처구니없는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그는 결국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외교·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공정위원장 등 문재인정부의 인사들이 ‘인사 5대원칙’을 지키지 못함에도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자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고장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비난의 화살은 인사검증에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조국 책임론’을 거론해 조국 민정수석은 취임 한 달 만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X맨’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의당 초선 10명은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바른정당도 조 수석 책임론에 가세한 모양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검증 시스템 자체가 도대체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검증 시스템은 있지만 안면으로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 철저히 따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국 책임론의 배경에는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의 특수 관계서 비롯된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면서 동료 교수로 서울대서 근무했다. 또 지난 2000년 안 전 후보자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조 수석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001년 12월 조 수석이 동국대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길 때 안 전 후보자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조 수석이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건을 알면서도 인사를 강행했느냐는 점이다. 

앞서 국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인사 청문 자료에는 안 전 후보자가 20대 때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조 수석이 이미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야3당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진상 파악을 이유로 조국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의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운영위는 파행을 맞았다. 
 


야당의 인사 실패 공세에 민주당은 ‘검찰개혁 무마용’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서 “제대로 출발하지 못한 새 정부의 인사책임자를 출석시키는 운영위를 열겠다고 하는데 국회 운영위원회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조 수석이 임명과 동시에 내세웠던 ‘내년 지방선거 전 검찰 개혁 완수’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 인사 실패에 대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딜레마 
급한 불만 껐다

조 수석이 안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면 조현옥 인사수석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영입과정서 뭇매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 국장”이라며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라고 밝혀 인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강 장관 후보자의 검증을 맡은 조 인사수석은 “강 후보자가 미국 유학 중인 1984년 출산한 큰딸이 현재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녀 고교 시절 위장전입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건, 후보자의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 상황서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문제는 청문회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자녀 국적, 위장 전입은 청와대가 자청해서 밝혔기 때문에 청문 과정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추가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안경환 낙마…강경화 강행카드
떠오르는 조국·조현옥 책임론

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지만 세금탈루, 위장 전입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위장 전입 관련해선 본인의 집을 친척집이라고 해명해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조 수석 책임론도 불거져 나왔다. 검증과정서 각종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강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 둔 상황서 외교부장관 임명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청와대가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 운영위 출석을 요구했지만 두 수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여·야·정 협치는 깨지고 정국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양당의 상임위 보이콧이 문재인정부와 전면전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의혹 백화점’이라 불린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눈앞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일자리추경·정부조직개편안에서는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상곤·조대엽
의혹의 백화점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도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폭탄이 될 전망이다. 

야3당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발판 삼아 청와대와 여당에 맹공을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용기 수석 대변인은 “안경환·김상곤·조대엽 후보자는 신 3종세트”라며 “김·조 후보자도 안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본다. 자기 직무와 직접 관련된 의혹들인 만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 역시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안경환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김·조 후보에 대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 안에서 철저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후보자는 석·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교육감으로 재직했을 때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아 일부를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감 시절 측근을 교육청에 채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당시 김 후보자의 측근인사였던 이모씨는 김 후보자가 교수노조 위원장일 당시 교수노조의 교권실장을 맡았고, 김 후보자가 2009년도 교육감 선거를 준비할 당시 캠프서 정책참모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럴 줄 알고 뽑은 게 아닌데…
물 건너간 인사 5대원칙·협치 

교수 재직 시절 출판사 대표를 겸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원의 겸직금지 의무 위반 의혹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또,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출판사 노기연은 직원들에 대한 고용·산재보험료 총 34만9640원을 채납키도 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보험료 미납을 두고  사업체 대표로서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내정된 조대엽 후보자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조 후보자는 임금 체불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여론방송의 대주주임과 동시에 사외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노사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조 후보자가 경영에 참여한 정황을 발견했으며 이는 대학교수의 영리활동을 금지한 사립학교법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 후보자가 2대 주주로 있는 회사가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 문제가 돼 민·형사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은 음주운전이다. 조 후보자는 고려대 교수이던 2007년 1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 150만원을 냈다. 그는 내정 직후 음주운전 전력을 사과하면서 “(총장 후보하고 술을) 먹고, 학생들하고도 가서 먹었던 것 같아. 그날 총장(후보)하고 헤어져 가지고 애들한테 갈 때는 눈이 조금 왔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고려대서 ‘교수 감금’ 사건으로 학생 7명이 출교 조치돼 천막 농성을 하고 있던 당시 그 학생들과 조 후보자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학생들의 말은 달랐다. 한 학생은 “조대엽 교수가 평소 출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신 건 맞다”면서도 “조 교수와 술을 마신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정면 돌파? 
과연 그 결과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인선 강행으로 국정 초기 문 대통령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조대엽 두 후보자의 인선도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국정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문회 과정서 두 후보가 충분한 해명과 더불어 각 부 운영 능력을 선보인다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의 내로남불 

조국 민정수석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는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인선을 발표하면서 ‘음주 운전’ 이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과정서 다뤄질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조 수석은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조 수석은 자신의 SNS에 “음주운전 사고를 냈으나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했다는 이 청장을 기어코 경찰청장에 임명했다”며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조 수석은 위장전입을 두고도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주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 신문사 칼럼을 통해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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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