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8>

좌절은 금물,“자, 다시 시작해보는거야!”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이제 전쟁이다.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새로운 쇼와 이벤트로 재무장해 오픈 한다”

■ 마마의 배신 ‘당황’
그냥 이대로 놔둔다면 분명 선수들은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할 것이다. 돈을 벌러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달이라도 월급을 받지 못하면 바로 다른 가게를 알아본다. 그러면 블루문은 망하는 것이다. 가게가 망하면 나의 인생도 끝장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불면의 밤을 보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슴푸레 새벽이 될 때 겨우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 날 오전 어김없이 사쪼가 일본에 도착했다. 얼굴은 침통했고,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한 뒤 사쪼에게 이야기했다.
“제가 책임지고 빚을 갚겠습니다.”
그냥 순간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었다. 밤새도록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그렇게라도 해서 블루문을 다시 살리고 싶었고 나 역시 돈을 계속 벌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쪼가 방법을 물었다.
“야쿠자의 도움을 좀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야쿠자 한분만 24시간 저에게 붙여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가게를 살려볼 수 있겠습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일 수도 있지만 사쪼는 기꺼이 허락했다. 애초 블루문을 개업할 때에도 모두 내가 주도해서 이렇게 성공이 이뤄졌다는 믿음 때문인지, 사쪼는 그때도 전폭적으로 나를 지원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장한 야쿠자 한명이 왔고 나는 사전에 일본어 잘하는 부쪼와 함께 세 명이서 입을 맞췄다.
정말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숙소에서 전체 미팅을 시작했다. 마마와 관련된 사건의 전후를 설명해주었고 드디어 나의 의지를 밝히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오늘부터 여러분과 나는 1년간 인생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마마를 할 것이고 여러분은 저의 통제에 완벽하게 따라주셔야 합니다. 월급도 지금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말만 따라주시면 반드시 여러분이 큰돈을 벌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강제적으로 선수들을 가게에 잡아놓는다는 것을 말한다. 당시 나는 그들만 있으면 반드시 가게를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아있을 것이란 장담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쿠자를 대동한 것도 그들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내 말을 들은 일부 에이스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들은 가게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4~5명이 그 즉시 가게를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게를 그만 둘 수는 없습니다.”
“뭐야? 야 이 새끼야, 네가 뭔데 그래?”
분위기는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야쿠자에게 눈짓을 했다. 그가 다가가 제대로 한방을 먹이자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사실 내가 바랐던 것이 이것이기도 했다. 누군가 하나가 반발을 하고 그것을 폭력으로 제압함으로써 모두에게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 다시 일어서자
일순간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나는 야쿠자에게 모두의 여권을 강제로 빼앗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것이야 말로 그들을 가게에 계속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그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제 대부분의 분위기는 나의 말을 따라가고 있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나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 가게를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1600만엔 정도는 충분히 변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로 그런 자신감 말이다. 비록 그들을 폭력으로 다스리긴 했지만 그것은 또한 그들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이 머나먼 이국땅으로 오게 된 사람들. 우리들이 뭉치면 살아날 길이 있지만 흩어지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이 사용되어야 했던 것이다.
“자, 이제 다시 전쟁이다”
그렇게 힘들고 복잡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 4시. 또다시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자, 이제 전쟁이다.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다시 이 가게를 되살려 보자. 그것이 나와 우리 식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우선 첫 번째는 기존의 호스트빠에는 없는 새롭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타겟 자체를 확장시켜야 했다. 원래 한국 호스트빠들의 타깃은 명확했다. 바로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 술집의 여성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작은 시장에서 여러 개의 호빠들이 나눠 먹기 식으로 영업을 해서는 매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일본 여성들을 상대로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녀들이 우리 가게의 새로운 고객들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우리 가게가 진정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믿었다.
일단 선수들 21명 전원에게 허슬을 가르쳤다. 이를 배운 후 하루에 두 번 단체 공연을 하고 이것을 우리 블루문의 결정적인 차별화 포인트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안무는 약간 자극적인 것이었다. 일부 선수들은 팬티만 남겨놓은 채 모두 옷을 벗어야 했고 일부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쇼를 한다. 이런 식의 영업방식은 나의 애초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마치 몸을 파는 듯한 분위기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였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 여성들을 상대로 하기 위해 모든 선수들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했다. 물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모든 작업들은 휴업을 한 채 진행됐다. 일단 어느 정도 유명세는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쇼와 이벤트로 재무장해 오픈 한다’는 명분은 당시 나름대로 충분히 먹힐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치열하게 노력을 기울였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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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