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3) 항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05:31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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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했지만…목숨이 위태롭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흥수가 막사로 들어가자 서천이 바로 백기를 전했다.

“무슨 의미요?”

알면서도 그 사유를 묻는 흥수가 의아하다는 듯 서천이 눈을 깜빡거렸다.

“당연히 항복한다는 뜻입지요.”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하겠다는 말입니까?”


흥수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천을 응시하자 얼굴이 마치 벌레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도저히 승산 없다고 판단한 성주께서 진중하게 항복을 제안하셨습니다.”

“하기야 신라는 조만간 백제 수중에 떨어질 터이니 미리 항복하는 일이 차라리 현명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좋소. 그렇다면 항복 조건은?”“물론 목숨이지요. 성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목숨 말입니다.”

“단지 그겁니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흥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스스로 항복하는 자의 목숨을 보장하는 일은 당연하건만 어째 이상하게 들립니다. 단지 목숨만이라니요.”

“정말입니다. 그저 목숨만 살려주면 족하다 했습니다.”

“그 후에 직위 등 반대급부는 전혀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그렇습니다, 군사!”

서천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저, 그리고.”

“주저 말고 말해보시오.”

“이곳에 투항한 검일 일행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어제 투항하자마자 사비성으로 갔소. 그곳에서 좋은 여건과 풍성한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게 될 것이오. 원한다면 그대들도 그리 조처해드리겠소.”

“저희들이야 그저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니 그 부분까지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서천이 표시 안 나게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혹여 다른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다른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다만 혹시 목숨을 보장한다는 증표를 서류로 만들어주실 수 없는지요.”

“서류로 말이오?”

“다른 뜻은 없고 그저 모든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기 쉽지 않을까 해서 그럽니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드리리다.”

흥수가 바로 자신의 명의로 글을 써서 서천에게 건넸다.


서찰을 받아 든 서천이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서천이 돌아오자 품석이 다시 죽죽과 용석을 불렀다.

“자네가 다녀온 일을 직접 고해보게.”

품석의 지시에 서천이 두 사람을 번갈아 주시하고 헛기침했다.

“백제군의 장수를 만나 우리들의 사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신라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항복하고자 하니 우리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그쪽에서 뭐라 합디까?”

죽죽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빈정거리자 서천이 거들먹거리며 흥수가 써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백제의 군사인 흥수의 친필 확인서입니다.”

“군사라니요, 장수를 만났다 하지 않았소?”

“물론 장수도 함께 만났지요.”

“그런데 왜 군사의 증표요?”

“그야 모든 군율은 군사가 결정하니 그런 것 아니오.”

장수를 만났다는 말이 의심이 들면서도 죽죽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 이제 우리 모양새 좋게 모두 항복했으면 하네.”

항복을 되뇌던 죽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한 바 있지만 소장은 결코 항복할 수 없소. 그러니 그대들이나 가서 항복하시오. 나는 뜻을 같이하는 병사들과 최후까지 일전을 불사하겠소.”

“정녕 양보할 수 없는가?”

“양보라니요. 군인이 전투에 임하면 사생결단을 봐야지 항복이 다 뭐란 말이오!”

항복이냐 항전이냐…항복 택한 대야성
성난 검일과 모척…김품석의 운명은?

“용석 자네는 어찌할 텐가?”

질문을 받은 용석이 품석과 죽죽을 번갈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장 역시 군인으로 항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소장은 죽죽과 마지막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성주의 명령이라면 어찌할 텐가!”

죽죽이 명령을 되뇌며 피식거렸다.

“지금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오!”

죽죽이 소리를 높이자 용석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항복하고자 한다면 빨리 움직여주기 바랍니다. 병사들 마음 위축시키지 말고 오늘 중으로 항복할 사람들은 모두 가주십시오. 괜히 병사들 소요를 부추기면 이번에는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용석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칼집에서 칼을 뽑아 탁자에 내리 꽂았다. 

그날 오후 품석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성문을 나서 백제 진영으로 향했다.

백제 진영에 당도하자 막상 맞이하기로 한 윤충과 흥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일반 병사들이 품석의 가족을 다른 사람들과 분류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천이 앞으로 나섰다.

“어찌된 게요. 윤충 장군과 군사는 어디 있소?”

“두 분은 지금 성주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중하게 답하는 병사의 말을 전하자 품석이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분류가 마무리되자 병사들이 품석 가족과 서천을 따로 안내했다.

“성주님,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겁니다.”

“알았네. 자네만 믿네.”

오래지 않아 한 막사 앞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품석과 서천만을 안내했다.

막사에 들자 윤충과 흥수가 의자에 앉아 들어오는 그들을 유심히 주시했다.

“자네가 대야성 성주인 김품석이란 자인가?”

낮으면서도 위엄 있는 윤충의 음성에 일순간 품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쥐새끼야, 말이 들리지 않느냐! 지금 우리 장군께서 네 놈이 김품석이란 쥐새끼냐고 묻지 않느냐!”

흥수의 일갈에 품석은 물론 서천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주둥이가 막혀 말을 못하는 모양인데. 여봐라, 찢어라!”

윤충의 고함에 그제야 모든 정황을 간파했는지 품석이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살피던 서천 역시 급히 꿇었다.

“부디 살려주십시오!”

“뭐라, 살려 달라. 허허, 과연 쥐새끼로고!”

윤충이 혀를 차자 흥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목숨을 구걸한다는 말이냐?”

“장군과 군사께서 목숨을 보전해 준다 하여.”

힘들게 말한 품석이 서천을 쳐다보았다.

“물론이다, 내 너를 살려주기로 약조했었다. 그러나 성을 통째로 들고 항복하는 조건이었음을 다시 주지시키지 않아도 되겠지?”

“목숨만은 부디.”

서천이 급히 무릎걸음으로 기다시피 하여 흥수의 다리에 매달렸다.

“저는 그저 이자가 시킨 대로 한 죄밖에는 없사옵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서천이 머리를 맨 땅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과연 쥐새끼들이로고! 여봐라, 꼴도 보기 싫으니 이 두 놈을 끌고 나가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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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진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에 공통 투자했다. 지니스램프에 대해선 “자두 맛·수박 맛 제품 생산 과정에서 외국산 농축액을 사용해놓고, 상품 정보에 ‘국산’이라고 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대표와 진은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고발됐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면,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