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상식을 말하는 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총재

“국민이 바르면 나라가 바로 섭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예의 바르게 행동하자’ ‘인사를 잘하자’ ‘공중도덕을 잘 지키자’ ‘서로 나누고 봉사하자’ 등은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학교, 직장, 군대 등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상사와 부하, 선임과 후임 등 수직관계서 갑질과 하극상은 흔한 일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사단법인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정두근 사단법인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이하 상존배 운동본부) 총재가 처음 상존배 운동을 시작한 건 2003년 육군 제32보병사단 사단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정 총재는 사단장 취임 한 달 만에 군대 내에서 발생한 3건의 구타사건을 적발했다. 이 사건으로 7명이 구속되고 10여명이 영창에 가는 등 후폭풍이 상당했다.

시작은 군대

최근에는 구타 등 군대 내 가혹행위를 없애자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태지만 2003년만 해도 장병들 간 구타는 은밀하게 이뤄지던 악습 중에 악습이었다.

정 총재는 “부대 내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병사, 부모들까지 모두 피해자가 된다”며 “그 과정에서 싹튼 불안감이 장병들 사이에 퍼지면 강한 군대로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기를 잡기 위한 가혹 행위가 대물림되면 군대 내 결속력이 약해지고 처음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군 기강이 해이해지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상존배 운동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정 총재가 오랫동안 골몰한 끝에 나온 대책이다. 정 총재는 사건 발생 후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격리하는 방식으로는 악습을 끊을 수 없다고 판단,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임병과 후임병 사이의 수직관계를 수평 구조로 만들기 위해 진행한 상존배 운동은 군대 내에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존중어 사용하기’ ‘인사말 나누기’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등 간단한 사항이었지만 뿌리내리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2003년 군대서 시작
2011년 운동본부 창립

특히 상급자들은 “기강이 흐트러진다” “하극상이 빈번해질 것” 등의 항의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정 총재는 꿋꿋이 운동을 진행시켰다. 몇 달이 지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임병들이 ‘김일병님 뭐뭐 하셨습니까?’ 이러면서 비꼬기 바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서서히 장병들 입에 말이 붙기 시작했다”며 “오가는 말이 고와지니 과거 폭력으로 번졌을 일들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맹자가 말하길 임금이 신하를 자기 손발처럼 여기면 신하는 그런 임금을 자기 배나 심장처럼 여기고, 임금이 신하를 흙먼지나 잡초처럼 여기면 신하는 그런 임금을 도적이나 원수처럼 여긴다고 했다”며 “선임병이 후임병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하극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윗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상존배 운동이 정착되자 덩달아 작업 효율성이 높아졌다. 정 총재가 육군 제6군단장으로 있을 당시 그의 부대는 육군참모총장 전투지휘검열 우수부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 12월부터 2010년 12월 전역할 때까지 7년여간 군대 내에서 상존배 운동을 이어오던 정 총재는 2011년 1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운동본부 창립에 나섰다. 상존배 운동을 전국적인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포부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상존배 운동본부가 올해로 창립 6년째다. 정 총재는 “상존배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존중이나 배려라는 단어를 보거나 듣기 어려웠다. 특히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다”며 “지금은 존중, 배려라는 말을 예전보다 많이 접하게 됐다. 그만큼 운동에 공감하고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감회를 드러냈다.

상존배 운동본부는 6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국민 의식개혁 운동이기에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군대 등에서 강연활동이 주를 이뤘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상존배 운동 관련 홍보물을 배포했다.

사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상존배 운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희망포럼’도 2012년 6월21일 처음 시작해 격월로 진행 중이다. 희망포럼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 김동길 교수 등 사회 원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강사로 나와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올해도 상존배 운동본부는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특히 오는 4~7월 사이에는 대선후보들과 함께 상존배 운동 캠페인을 진행하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상존배 운동본부는 이 행사를 통해 선진 선거문화 풍토를 조성하고 정착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하반기에는 각 분야별로 상존배 운동 실천을 위해 노력한 단체와 개인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상호간 존중어 사용
폭력사고↓효율성↑

정 총재는 장기적으로 상존배 운동을 교육에 적용해 초등학생 때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는 만큼 어릴 때부터 존중어를 습관화하면 현재 군대, 직장, 학교 등에서 벌어지는 갑질이나 하극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 총재는 “군대 내 악습과 폭력문화 개선에는 존중하는 언어 사용이 핵심”이라며 “존중어 사용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기대하고 진행하는 운동인 만큼 단시간 내에 변화를 확인할 순 없지만 정 총재를 비롯한 운동본부 회원들은 꾸준히 상존배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 총재는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회원이 있는데, 어느 날 부인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왔다”며 “상존배 운동을 하고 난 이후 집안 분위기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존배 운동본부는 전국에 지회를 설립하고 상존배 운동을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정 총재는 “상존배 운동본부가 국제 라이온스나 로타리 클럽처럼 국제적인 운동기구로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민참여 당부

정 총재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수록 가장 큰 수혜자는 자신이 된다”며 “화목한 가정, 폭력과 따돌림 없는 학교, 집단의 효율성 증가 등 존중과 배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상존배 운동 활성화를 위한 국민의 참여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서 후보들이 상호 존중과 배려를 덕목으로 상대 후보를 인정할 수 있도록 회원들이 앞장서서 선거 문화 조성에 힘쓰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정두근 총재는?]

1952년 경남 하동 출생

육군 3사관학교 7기 임관(1972.12)

육군 3사관학교 생도대장(2001.10~2002.10)

육군본부 부대훈련처장(2002.10~2003.10)

제32보병사단장(2003.10~2005.10)

육군훈련소장(2005.11~2006.11)

제6군단장(2006.12~2008.11)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2008.11~2010.12)

중장 전역(2010.12) : 만 40년 복무

(사)상호존중과배려 운동본부 총재

상존배저널 <아름다운 세상 상존배> 발행인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회 상임공동대표

서울시 안보정책자문위원회 고문

21세기 경영인클럽 부회장

(재)한류문화인진흥재단 고문

사색의향기 문화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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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